사소하지만 생일 카페에서 만난 기적

Step 8. 생일 카페 당일 운영

by El Fanatico

마카오에서 콘서트를 하기 위해 7월 31일 새벽에 생일 카페의 주인공은 마카오로 출국했다. 그 말은 곧,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생일 카페에 생일 카페 주인공이 올 가능성은 0%라는 것이다. 애초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생일 카페를 못 보여준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예상의 범주 안에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하필 공개 해외 일정이었다. 비공개 일정이었으면 팬들이 마카오까지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국내 일정이 겹쳤다면 그래도 팬들은 한국에 있는 것이니 들릴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마카오 콘서트였다. 아이돌이 마카오로 가니까 팬들 일부도 따라서 마카오에 갔다. 특히 중화권 팬들을 포함한 외국인 팬들이 한국에 있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만약 그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들도 생일 카페에 왔을 수도 있다.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었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대비책을 세웠다. 첫 번째 대책은 운영 첫 날 영업 시간을 20시까지로 정한 것이었다. 아무리 방학 시즌, 휴가철이라고 하더라도 주말 없이 목요일, 금요일 이틀 운영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을 배려해야 했다. 금요일은 철거와 카페 대관 사정 등으로 인하여 17시에 운영을 종료해야 했기에 목요일 하루라도 야간 시간대 운영이 필요했다. 카페 대관이 가능했던 20시까지 쭉 영업을 진행하여, 직장인 팬들이 잠깐이라도 들릴 수 있도록 하였다.


또 다른 대책은 선착 특전이었다. 해당 일자에서 가장 먼저 생일 카페에 방문하여 주문한 5명을 대상으로 머그컵을 주기로 했다. 생일 카페에서 선착 특전이라는 것은 모객을 위해 종종 볼 수 있는 것이다. 이틀 중 하루로 선착 특전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렇다면 생일 당일에 하는 것이 명분과 순리에 맞는 일이었다. 동시에 토요일 마카오 콘서트를 보러 가는 팬들은 주로 금요일이나 그 이전에 출국할텐데, 그렇다면 생일 당일에 팬들이 적을까 하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었다.


생일 카페 선착 특전이었던 머그컵


하지만 첫날에 선착 특전 등을 준비한 것이 없었기에 얼마나 올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생일 카페 장소로 갔다. 주인 없는 케이크를 들고서 말이다.


그런데 카페 앞에 사람들이 보였다. 왜 앞에 있는지 아리송했는데 알고보니 낯선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낯선 사람들은 손님이었다. 2명의 손님이 생일 카페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일 카페 오픈하려면 아직 30분 남은 시간이었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감사하기도 했다. 첫 날은 선착 특전이 걸려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까지 일찍 올 동기가 적어도 생일 카페에서는 없었다.


생일 카페에 흐를 플레이리스트를 정하고 막바지 정비를 하고 첫 날 생일 카페 영업을 시작했다. 오픈 시간대에 그래도 사람이 오기 시작했다. 첫 1시간 정도는 그래도 테이블을 거의 다 채웠다. 주말도 아니었고, 생일 당일도 아니었고, 이 날 온다고 유리한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찾아주신 분들이 계셔서 매우 감사했다. 그분들은 럭키 드로우를 비롯하여 하나하나 배치했던 디피 작업과 액티비티를 즐겨주셨다.


그래도 생일 당일이 아닌 만큼 운영 3시간째 이후부터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찾아왔다. 이때쯤 틈을 잡아 홍보 활동을 다시 진행했다. 그 전 날부터 생일 카페를 연 첫 날까지 계획했던 X(구 트위터) 포스트는 총 4개였다. 전 날 저녁, 생일 카페 주인공이 생일 카페 이벤트에 올 수 없다는 것이 완전히 확정적으로 파악된 이후, 디피 작업이 마무리된 상황을 보여주는 포스트를 올렸다. 그리고 운영 첫 날 생일 카페가 오픈되고, 마무리되는 포스트였다.


X에 올렸던 홍보 포스트


마지막 한 개의 포스트를 생일 카페 첫 날 운영 중간에 공유했다. 구실이긴 했지만 이 날 오후 8시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과 FC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열렸다. 생일 카페는 합정역 근방에서 열렸는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관중이 아주 많이 오는 날이면 합정역이 번잡하기 때문이다. 합정역이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가는 6호선 길목에 있었고, 2호선과의 환승역이다. 사람이 많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영향이 있는 시간대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이 점을 유의하는 포스트를 올렸다. 그리고 특별히 팬들이 많이 찾는 tripleS 공식 디스코드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배포했다. 이 플랫폼들에서는 포스트와 무관한 내용이었지만 긍정적인 호응이 이어졌다. 그래도 첫 날, 단순히 생일 카페를 운영한다는 것에서 나오는 응원 그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단순하게 ‘화이팅’이라는 응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준비했던 디피나 액티비티 작업에 대한 코멘트가 나왔다.


걱정했던 기우는 이미 첫 날에 잘못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저녁 영업에서 기대했던 수요 예측을 채우지 못했지만, 이미 방학 시즌과 휴가철의 타이밍에 들어갔던 덕분인지 암울했던 첫 날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카페와의 계약 조건에 있던 최소 판매 금액을 거의 채운 상태였다. 다음 날에 대한 부담이 한결 줄었다. 생일 카페는 확실히 방학에 걸쳐있는지 그 여부가 중요하다. 찾아오는 팬들의 수가 다르다. 방학이 아닐 때 수요를 생각하고 방학에 걸쳐 있는 생일 카페의 수요를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 그나마 이 경우는 더 잘 되는 경우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재고와 비용에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찾아오신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기도 했지만, 공개적으로 사람들이 나눈 생일 카페 후기도 원했던 바를 충족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글을 올렸다. 카페의 전경과 특전, 그리고 액티비티를 촬영해서, 생일 카페에 가지 않았던 팬들도 그 내용과 분위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생일 카페에 대한 바쁘지 않을 때 팬들이 생일 카페의 문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슨트처럼 찾아온 팬들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그것을 좋게 봐주신 분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 분들이 그 의도를 충족하며 글을 작성해주셨다.


그 다음 날, 생일 당일이 되고, 오픈 30분 전에 다시 카페를 찾았을 때, 그 전 날보다 더 많은 손님이 대기하고 있었다. 새삼 충격적이었다. 물론 생일 당일이고, 그 날은 선착 특전까지 걸려있었다. 이미 온라인에서 관련 글이 올라왔던 상태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눈으로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은 달랐다. 심지어 그중 한 분은 어머니와 같이 손 잡고 온 아이였다.


그런데 8월 초 더운 날씨였기에 기다리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전 날에는 카페 주인분께서 종이컵에 물을 주셨는데, 이 날은 그 전 날보다 더 심각한 일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챙겼던 포도당 캔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tripleS 콘서트 현장에서 생일 카페를 사전 홍보하면서 나눠주려고 샀던 포도당 캔디였다. 그 포도당 캔디룰 그분께 드렸고, 카페 주인과의 조율을 거치고 생일 카페를 조기에 오픈하였다. 적절한 온열 질환 방지 대책을 세워드렸다. 다행히도 그분은 포도당 캔디를 드시고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바로 회복하셨다.


생일 카페가 오픈되고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다. 럭키 드로우에 참여하기 위해 카페 한 쪽 벽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 날은 생일 카페 이벤트를 진행하는 팬이 혼자였기 때문에 모든 일을 다 처리했다. 럭키 드로우를 실시하면서도 팬들의 반응에 신경쓰며 꾸준히 소통하고 체크했다. 그래도 팬들이 지나는 동선 곳곳에 액티비티와 포토 스팟 등을 배치하면서 사람들이 분산되어 생일 카페를 즐겼다. 특히 액티비티를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 날은 생일 카페 주인공에 대한 퀴즈 풀이였던 ‘하연영역 모의고사’에 대한 임팩트가 있었다.


'하연영역 모의고사'


문제가 워낙 어렵다는 소문이 들었고, 후기에서도 이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일부러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기도 했기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냈고, 제일 먼저 100점을 맞으면 주기로 했던 ‘지난달력’에 대한 효과도 있었다. 이 날은 오픈하고 바로 온 사람들이 거기에 제일 집중했다. 어떻게든 만점을 받기 위해 아예 조별로 모여서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한 조가 상품을 탔는데 그들은 그 ‘지난달력’을 받고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주최자로서 감동을 받았던 포인트들도 많았다. 먼저, 많은 분들께서 기대했던 바대로 생일 카페를 즐겨주셨다. 커뮤니티 등에서 후기가 이어졌고, X에서도 생일 카페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많이 남겨주셨다. 특히 생일 카페에서 각자의 장면들을 글과 이미지로 올려주셔서 팬들에게 감사했다. 간접적으로 건너 들었지만, 팬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도 생일 카페에 대한 반응을 많이 남겨주셨다고 들었다. 생일 카페 현장에서 느꼈던 분위기 그 이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팬들이 올려준 이미지를 확인하면서 개인적 목표를 이룬 것을 확인했다. A3 사이즈의 사진들이 있었지만, 다른 이가 찍은 사진 가운데서 직접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이 사진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했다. 따로 그 사진의 출처와 존재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그 사진이 아카이브 형식으로 담긴 후기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진을 이질감 없이 대해주셔서 좋았다.


직접 찍은 A3 사이즈 사진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따로 있었다. 마카오 콘서트의 존재로 생일 카페가 걱정되었던 것은 팬들이 마카오로 가버릴까 했던 우려였다. 주로 생일 카페에 찾는 사람들이 콘서트로 인해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학과 휴가철의 영향이었는지 생일 카페에 찾아오지 않을 것 같던 팬들이 생일 카페에 찾았다. 앞서 언급했던 아이를 포함해서 어린이들이 생일 카페에 방문했다. 그리고 생일 카페 주인공과 동갑인데 해외에서 유학하다가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이들도 생일 카페에 찾아왔다. 럭키 드로우와 액티비티를 즐겼고, 팬이 된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었는데 다른 팬들도 어려워하는 ‘하연영역 모의고사’를 풀고 있었다.


그랬다. 팬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있음을. 생일 카페는 주로 이른바 ‘열성적인 팬’들이 찾는 공간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우리가 만날 생각하던 팬들도 팬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충분히 생일 카페를 찾아올 수 있다. 기간이나 여러 이유로 제대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 일개의 팬이 연 생일 카페는 그 대안이 되어줄 수 있다. 팬은 아이돌이나 엔터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팬이 다른 팬이 만든 덕질을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이 생일 카페를 열어줘서 고맙다고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생일 카페는 지금 보편적으로 열리는 오프라인 이벤트들 중에서 팬이 보편적으로 크게 할 수 있는 이벤트다. 아이돌과 엔터사만 덕질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고, 팬도 이 덕질 커뮤니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렇게 팬들이 덕질의 사회를 더 넓게 해줄 수 있다. 생일 카페로 팬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일 카페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관념을 무너뜨리고, 아이돌과 다른 팬, 특히 아이돌과 팬들조차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이 팬덤의 진심을 선사할 수 있는 기적이었다.


그래서 생일 카페 주인공이 오지 못한 것에 아쉬웠다. 주인공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팬들을 위한 이벤트 위주로 준비했는데, 막상 그 액티비티들이 너무 잘됐다. 와서 본 팬들은 주인공이 와서 봤으면 진짜 감동받았을 거라고 했다. SNS에 그래도 여러 사진들 올리긴 했지만 주인공이 직접 와서 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쉬웠다.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인 없는 케이크는 영업 시간이 끝나기 직전 팬들이 나눠 먹었다.


팬들이 '하랑해'라는 단어를 작성해 붙이는 액티비티를 진행했다. 콘서트에서 사전에 받았고, 생일 카페에서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생일 카페 전후의 차이가 뚜렷했다
그렇게 생일 카페는 마무리되고 있었다.
keyword
이전 10화생일 카페 전날이니 이제 꾸며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