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카페 전날이니 이제 꾸며봅시다

Step 7. 생일 카페 디피 작업

by El Fanatico

드디어 생일 카페 전날이 왔다. 생일 카페를 꾸밀 시간이다.


그동안 준비하고 발주했던 것들, 그리고 집에서 가져오는 tripleS MD 물품들은 상당 부분 다 이 순간에 투입된다. 생일 카페 전날까지 모든 물품을 받아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도 너무 늦은 밤에 받으면 작업이 미뤄지고,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도착해야 한다. 그 물품을 받을 수 있을지 아슬아슬한 감정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그런 문제를 겪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어떤 생일 카페는 당일까지 물품이 오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다. 주최자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당황하겠지만, 팬들도 그것을 모를 수 없다.


생일 카페 꾸미기를 위해 준비해야 했던 물품들도 있었다. 먼저 액자에 걸 A3 사이즈의 사진들. 생일 카페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이었다. 주로 팬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활용한다. 생일 카페를 여는 사람들 상당수가 ‘대포 카메라’로 아이돌 사진을 촬영하는 이들이기도 하므로 그들이 활용한 사진을 쓴다. 그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생일 카페의 주인공이 가득 들어차는 고화질 A3 사이즈 사진을 써야 할 것이다.


A3 사이즈의 액자 사진


하지만 난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대포 카메라도 없다. 오프 가서 사진 잘 찍지도 않고, 촬영해도 스마트폰 카에라를 사용한다. 그래서 조율 끝에 교류하던 이에게 생일 카페에 쓸 고화질 사진을 수령하게 되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쉬웠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걸고 싶었다. 최근 봤던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스마트폰 카메라였지만 잘 촬영되어 반응이 좋았던 사진이 있었고, 이 사진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도움을 받아 업스케일링을 시도하여 기어코 이 사진을 활용하기로 했다.


A3 사이즈 사진 말고도 인화 사진도 생일 카페에서 자주 쓰인다. SNS, 프라이빗 메시지 등에서 사진을 싹 다운로드받았다. 그리고 A3 사이즈 사진 뿐만 아니라 인화 사진을 스냅스에서 주문해서 카페로 그 모든 것을 받았다. 물론 이 모든 사진은 아이돌과 회사가 막는다면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생일 카페에 대해 태클을 걸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그 덕분에 풍성한 생일 카페를 만들 수 있어 감사했다.


현수막이나 엑스배너 등도 생일 카페에서 자주 사용하고, 이를 카페에서 대관할 때 지원하는 항목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중 현수막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급하게 이 카페로 옮기기도 했고 그래서 직접 발주했다. 레드프린팅에서 샀고, 카페에서 현수막을 걸 밧줄이 있었기 때문에 귀퉁이에 밧줄을 걸 구멍만 미리 뚫는 옵션으로 주문하면 되었다. 그 현수막은 카페에서 달아줬다. 이 현수막은 카페 밖에서 생일 카페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현수막


여기에 같이 진열할 아이돌 주인공 MD 물품들까지 카페에 가지고 오면 이미 배송되어 있는 발주 물량까지 포함하여 생일 카페 이벤트의 모든 물품이 카페에 도착했다. 팬들이 메뉴에 있는 음료와 쿠키를 구매하면 주는 ‘특전’ 등은 데코레이션과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생일 카페를 꾸미면서 같이 포장하기로 했다. 세트 특전 상품이었던 틴케이스만 70개를 주문했을 뿐, 거의 모든 기준이 100개였기 때문에 특전을 같이 담을 PVC 지퍼백을 100개 구매했다. 혹시 몰라서 집에 있던 OPP 필름 수십 개도 가져왔다. 그리고 현장에서 미리 세운 가이드에 맞게 100개의 PVC 지퍼백에 특전을 담았다. 물론 일부 지퍼백에는 틴케이스를 넣지 않았으며, 음료 특전만 구매한 사람들의 몫이기도 했다.


이 특전을 제외하면 모두 생일 카페를 꾸미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생일 카페를 꾸미는 작업은 많은 노고와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준비했던 것도 많아서 꾸며야 했던 분량도 많았다. 이 모든 것을 혼자 다하기엔 시간도 많이 걸렸다. 다행히도 생일 카페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도와주고 싶다고 한 이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한분이 더 참여하고 싶다고 하셔서 생일 카페 꾸미기 작업과 생일 카페 일부 시간대 운영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꽤 오랜 시간을 소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략도 중요했다. 공간을 필요로 했던 장치들이 상당했다. 럭키 드로우를 하는 공간, 액자 사진과 인화 사진을 붙이는 벽, 매거진 형식의 포토북과 ‘지난달력’을 강조하는 공간, 팬들이 문구를 적은 스티커를 붙이는 공간, 팬들이 생일 카페 주인공에 보낼 엽서를 받고 제출하는 공간, 그리고 생일 카페 주인공에 대한 MD 제품을 진열하는 공간 등이 필요했다. 생일 카페 이벤트에 찾아오는 팬들이 지루하거나 번잡하지 않게 이 모든 것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다 확인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팬들이 가는 동선에 강-강-강-강, 즉, 인상 깊게 보일 만한 것들이 한꺼번에 보이게 배치하면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이 덜 강조될 것이다. 비슷한 것이 모이는 구성도 지양하고, 동시에 심심하지 않게 인접한 구역끼리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카페의 기존 배치도 살려야 했다. 배치 하나 잘 해보겠다고 서랍장이나 거울 등을 모두 옮길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팬들이 맨 처음 들어가서 특전을 주문할 것이다. 메뉴를 주문하는 계산대 근처에 럭키 드로우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배치했다. 물론 자기 자리로 가서 음료와 쿠키, 그리고 받은 특전을 자기 자리에 놓는 일이 다음이겠지만, 세트 특전을 구매하면 럭키 드로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자리 배치로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게다가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럭키 드로우를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지켜봐야 했다. 계산대와 럭키 드로우 공간이 멀리 있다면 럭키 드로우를 안 한 사람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계산 직후 럭키 드로우를 바로 하길 바랐다.


럭키 드로우 공간


럭키 드로우 옆에는 매거진 형식의 포토북과 ‘지난달력’ 등을 배치했다. 공지에서도 매거진과 달력을 세트로 공지하기도 했고, 직접 제작한 물품들을 한꺼번에 배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 생일 카페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달력이었고, 이 달력이 널리 바이럴되길 바랐기 때문에 주목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야에서 제일 잘 걸릴 수 있는 높이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달력을 중심으로 배치하였고, 사람들이 더 신경쓸 수 있게 엽서들도 배치했다. 편지를 쓰려고 그 엽서를 챙기려는 사람들이 달력에 시선을 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매거진 형식의 포토북, '지난달력', 엽서 등을 배치한 공간이다. 양초나 오브제는 이미 카페에 있던 것이었다.


또 그 옆에는 거울이 있는 자리였다. 그 거울 가장자리에 인화사진들을 붙였다. 이 구성은 다른 생일 카페에서도 으레 볼 수 있는 아이디어다. 이 자리는 단순히 생일 카페 주인공에 대한 인화사진이 가득한 섹터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거울에 자신이 비친 모습을 촬영한다. 그 거울 가장자리에 생일 카페 주인공의 인화사진이 잔뜩 붙여있기 때문에 생일 카페를 방문했다는 ‘인증샷’이 되기도 한다.


인화 사진이 가득한 포토 스팟


바로 그 옆에는 팬들이 문구를 적은 스티커를 붙이는 공간을 배치했다. 이 카페의 컨셉과 연계되어 있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길 원했다. 약 2~3주전 진행된 tripleS 콘서트 현장에서 팬들에게 생일 카페 주인공과 그 팬들에게 의미 있는 단어인 ‘하랑해’를 리무버블 스티커에 적어달라고 했다. 수많은 ‘하랑해’ 스티커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이소에서 보드를 사서 ‘하랑해’라고 적힌 스티커들을 붙였다. 생일 카페 현장에서도 팬들이 ‘하랑해’ 스티커를 부담 없이 붙이려면 사례가 있어야 했고, 그러면 빈 보드를 배치하지 않고, 보드에 이미 많이 그 스티커가 붙여있어야 했다. 그 스티커가 하나하나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그 사례가 지시하는 바는 명확했다. 웬만하면 다른 글을 쓰지 않고 통일성을 위해 ‘하랑해’라는 단어만을 쓰길 원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마음이 모인 것을 팬들이 확인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많은 분들이 사전에 참여해주셨다. 얼추 빈 곳이 많이 없어보이는 보드 앞에 리무버블 스티커와 펜들을 배치했다. 그 사례들을 보고 생일 카페 현장에 있는 팬들도 ‘하랑해’를 써서 붙였으면 했다. 그리고 이 활동과 별개로 펜을 활용해야 했던 ‘하연영역 모의고사’ 종이들도 바로 앞에 놓았다. 문제를 풀려면 펜이 필요했는데 펜을 분산시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랑해' 스티커를 붙이는 보드와 '하연영역 모의고사'를 배치한 공간


또 옆에는 생일 카페 주인공에 대한 공식 MD 상품들을 배치했다. 그동안 덕질하면서 모은 것들을 다 가져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거울도 있었기에 여기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여기도 포토 스팟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생일 카페에 아이돌이 올 때를 대비해 그 공간도 따로 구성해야 했다. 그 자리의 배경에 풍선과 장식을 달기도 한다.


아울러, 카페 여기저기에 액자 사진과 인화 사진을 잔뜩 붙였다. 그리고 그 ‘내가 찍은 사진’도 붙였다. 좋게 봐줄지 모르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붙였다.


오른쪽 A3 사이즈 사진이 직접 찍은 사진이었다.


그렇게 인화 사진을 붙였는데 아직도 인화 사진이 많이 남아서 일부는 럭키 드로우로 전환하기로 했다. 럭키 드로우에서 인화 사진이 나오면 남은 인화 사진 중 하나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럭키 드로우의 당첨 확률을 그래서 생일 카페 오픈 직전에 조정했다. 대신 포토카드를 하나 줄 것을 두 개 주게 할 수도 있으며,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괜찮았다.


그 밖에도 계산대 앞에 포스터를 붙였다.


계산대 앞에 배치한 포스터


디피 작업을 마무리 했지만, 동시에 불확실한 부분도 있었다. 생일 카페 주인공이 마카오 콘서트 때문에 이 생일 카페에 오지 않을 것이 거의 분명한 상황이었지만, 팬들은 멤버들이 언제 마카오에 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이 디피 작업을 할 때에는 그랬다. 그래서 케이크를 혹시나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주위에 있었다. 그 가능성을 크게 두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오지 않아도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지 않는 게 맞는지 개인적인 회의감이 있던 차에 명분도 생겼다. 생일 카페 근처에 있는 점포에서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했다.


다만, 생일 카페 디피 작업이 끝난 직후, 멤버들이 오픈 첫날에 마카오로 간다는 단서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 혹시나 했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막상 생일 카페 꾸며놓으니까 너무 잘 된 것 같아서 생일 카페를 맞이한 ‘내 아이돌’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생일 카페의 주인공이 이벤트에 올 수 없는 상황은 진작에 예상 범주 내에 있었고, 그것을 대비해서 팬들이 생일 카페를 즐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그래도 생일 카페 주인공이 직접 축하받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생일 케이크는 오지 않을 주인공을 위해 제작되고 있었다.


결국 최초 계획대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생일 카페를 만들고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일 카페 같은 이벤트에 방문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마카오로 향했기 때문이다. 아이돌을 따라서 갔다. 이 팬들은 이번 생일 카페에 올 수 없었다. 생일 카페 전 날, 심각할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꾸몄고, 잘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나만의 추억으로 가둘 수 없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의 밤을 보냈다.


그 불안을 모르는지 생일 카페의 날은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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