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팬들이 같이 만드는 동반 성장담

Step 5. 생일 카페 와우포인트 제작 (2)

by El Fanatico

생일은 1년 만에 돌아온다.


2월 29일처럼 특별한 일자를 제외하면 같은 날이 1년마다 돌아온다.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기념일도 있을 것이다. 국가도 특별한 날을 기념하여 이를 달력 등에 기록하는데, 개인이 기록하고 싶은 날들도 있다. 여러 범용적인 사례가 존재하겠지만, 생일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달력에 생일을 기록하고, 우리는 그 페이지가 어서 다가오길 바란다.


요새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일정을 기록하고, 또 어떤 이들은 다이어리를 자주 쓰니까, 달력의 존재를 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에서 달력 책자는 연말에 자주 보이는 선물이다. 특히 기업체에서 연말이 되면 고객들에게 다음 해 달력을 제공한다. 그 달력을 계속 보면서 그 달력을 준 기업 등을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1년의 달력이 지나면 그 달력의 효용 가치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전년도 달력은 그저 세월이 지난 달력이고, 올해 달력을 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일반적인 달력과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다이어리도 일자별로 정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달력처럼 한정된 기간에만 유효하다. 다이어리도 달력처럼 해마다 나온다. 그럼에도 그 다이어리를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 다이어리에는 기록과 그 기록에 담긴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생각하면 달력도 충분히 그런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달력의 칸이 다이어리가 담을 수 있는 한도보다 훨씬 작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 누군가에게는 그 ‘지난 달력’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번 생일 카페 이벤트의 하이라이트, ‘지난달력’은 거기서 출발했다.


원래 생일 카페 이벤트를 계획하기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였지만, 이 ‘지난달력’이 이번 생일 카페 컨셉에 꼭 맞았다. tripleS 정하연이라는 멤버를 위한 이번 생일 카페 이벤트 제목은 ‘정하연을 덕질하는 육각단을 위한 안내서’였다. 여기서 육각단은 정하연이라는 아이돌과 그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끼리 약속한 팬들의 애칭이다. 즉, 팬들이 덕질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안내를 생일 카페에서 해준다는 컨셉을 가진다. 그동안 아이돌이 해왔던 것들을 사진의 형태로도 볼 수 있지만, 이 형태로도 만날 수 있다.


‘지난달력’에 누군가의 기록을 담을 수 있다. 으레 달력에는 공휴일과 국가의 기념일을 담는다. 업체의 달력이라면 그 업체의 기념일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처럼 누군가를 기념하는 ‘지난달력’은 그 누군가에 대한 일정을 담게 된다. 스포츠 구단이라면 경기 일자, 그리고 중요했던 모먼트를 담는다.


그 달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꽤 오랫동안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생일 카페를 통해 포토샵을 거의 처음으로 쓰게 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타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할 시간이 없어서 달력 한 장 한 장 직접 포토샵으로 작업했는데, ChatGPT에 많은 걸 물어보며 40여 페이지의 작업을 동시에 했다. 디자인 커미션 계정에 맡기기에는 장당 일정 금액을 받기 때문에 이것을 외주로 맡기기엔 꽤 엄청난 금액이 들었을 것이고, 게다가 디자인 커미션 계정은 tripleS와 정하연이라는 사람을 잘 모르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작업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지난달력’은 보통의 달력이 아니었고,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가령, 달력이 1월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12달의 달력일 필요도 없다. 할 수 있는 선에서 높은 자유도로 제작할 수 있다. 누가 하지 않고 ‘내가’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정하연이라는 ‘아이돌’이 ‘tripleS’로서 데뷔한 날이 2023년 12월이었고, 2025년 생일(8월 1일) 직전인 2025년 7월까지, 총 20개의 달을 모았다. 여기에 앞뒷면 표지까지 감안하면 총 21장, 42개의 페이지를 완성해야 했다.


표지를 제외한 앞면과 뒷면은 ‘클래식’한 달력의 기준을 따라갔다. 앞면엔 일자 칸 위주로 구성하고, 뒷면에는 이미지 한 장을 대표로 작업했다. 앞면에는 전형적인 달력의 디자인을 썼는데, 여기에 정하연이라는 아이돌이 각 일자에 했던 일정들을 담았다. 그리고 그 일정에 관련 내용이 있다면 QR코드를 포함했다.


케이팝 아이돌의 기록은 그들이 소화했던 일정에서 나올 수 있다. 앨범이 발매되고 노래가 나온 날도 당연히 들어간다. 음악 방송에 나온 날, 그중에서도 엔딩요정 한 날도 포함될 수 있다. 앨범 활동이 아니더라도 콘서트를 했던 날,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날, 중요한 행사를 했던 날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 기록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달력에 기록할 수 있다. 팬들은 이 달력을 보면서 특정 일자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덕질하는 정하연이라는 아이돌이 거쳐온 역사를 빼곡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 해당 아이돌의 일정을 알아야 기록할 수 있었다. 그것을 모두 알지도, 기억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퍼져있는 파편의 흔적에서 찾아야 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tripleS의 공식 일정을 따로 정리한 사이트를 만든 분이 계셨고, 웬만한 일정들을 다 찾아 정리할 수 있었다. 여러 이유로 누락되어 있는 일정들이 있었는데, 놓친 것도 있었지만 tripleS 유튜브 자체 콘텐츠 주요 영상을 찾아보면서 최대한 거기에 나와 있는 것들을 모두 정리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엔터사에서 생일 카페 등의 운영 시에 팬들의 작업을 용인해주고 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tripleS 유튜브 라이브)


공식 일정 말고도 정하연이라는 아이돌과 그 아이돌을 ‘덕질’하는 팬들만을 위한 것도 반추했다. 예를 들어, 아이돌 ‘정하연’을 좋아하는 팬덤을 육각단이라고 지은 적이 있었다. ‘육각단’이라는 팬덤 이름을 정했던 날을 찾았다. 그 추억을 되새기면서 그 날을 달력에 기록했다. 그밖에도 정하연이라는 아이돌이 처음으로 유튜브와 프롬(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플랫폼)에서 처음 육각단과 대화를 나눴던 날도 기록했다. 팬 입장에서 아이돌과의 추억을 하나씩 기록했다.


그리고 국내외를 불문하고 열린 콘서트, 팬미팅 등을 강조하고 싶었다. 오로지 tripleS와 WAV(tripleS 팬덤 이름), 정하연이라는 아이돌과 육각단이 만난 자리의 날을 기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날은 정하연이라는 tripleS 멤버가 맡고 있는 상징색(#52d9bb)로 일자의 숫자에 칠했다. 그날은 아이돌과 팬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북미 투어를 돌았던 2025년 2월의 달력


마지막으로 다이어리 꾸미기처럼 달력(캘린더) 꾸미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그것을 꾸미는 경우들도 많다. 그처럼 달력에 tripleS와 멤버 정하연의 특성과 일정과 관련된 이미지나 그림을 제작하여 달력에 포함시켰다. 또한, 정하연이라는 멤버가 tripleS 노래에 참여하면서 본인이 불렀던 파트와 공식 일정 중에 했던 말 중에서 인상 깊었던 말을 모아서 달력 하단에 정리했다. 그 글귀가 나왔던 출처는 해당 달이나 인접한 달에 했던 말이었다.


뒷면은 이미지를 삽입했다. 대부분의 달에는 단체 스케줄 위주로 편성했다. 데뷔의 달인 2023년 12월부터 첫 번째 앨범을 낸 달의 직전 달이었던 2024년 4월까지는 대부분의 달에서 tripleS 합류 티저부터 tripleS 첫 앨범 티저까지 개인 이미지를 주로 담았지만, 2024년 5월부터 2025년 7월까지는 대부분의 달에서 멤버가 속한 모습을 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하연이라는 아이돌이 tripleS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담게 되었다.



달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정하연이라는 아이돌이 점차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활자로, 이미지로, 그리고 그 밖의 많은 것들로 그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tripleS에 합류하고, <Girls Never Die>라는 노래로 데뷔했다. 처음으로 엔딩 요정도 해봤고, tripleS는 그 활동에서 처음으로 1위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멤버이 수행하는 일정도 늘어나고 곧 국내와 해외에서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태국 방콕부터 캐나다 토론토, 미국 LA까지 다양한 도시에 살고 있는 WAV와 육각단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팬들도 이 아이돌의 모든 성장 과정을 지켜보았다.


가끔 아이돌이 팬들에게 마음을 전할 때,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나온다. 이 멤버도 예외는 아니었다. 데뷔하고 팬들에게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이 더 생긴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장을 체감한다. 성장 과정을 지켜봐줘서 고맙다는 아이돌의 진심. 팬들은 아이돌의 성장과 함께한다.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는 2024년 12월의 페이지


‘지난달력’이 세상에 나왔고, 이 ‘지난달력’에 대한 사전 반응이 좋다는 것을 체감했다. 전면에 이 ‘지난달력’을 내세우기로 했다. 몇몇 페이지를 먼저 보여준 티저 한 번, 인쇄가 끝나고 바로 찍은 달력 실물 사진 티저 한 번. 반응이 좋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생일 카페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제일 많이 가진 아이템 중 하나였다. 발주 비용이 꽤 됐지만, 큰 마음 먹고 계획 이상으로 주문했다. 럭키 드로우 등에 몇 부를 걸었는데, 다들 받고 싶어했다. 심지어 달력 페이지를 일일이 촬영하고 후기에 올린 사람도 있었다.


팬들은 이 달력에 애정을 보였다. 달력 작업을 하면서 일정을 하나하나 보고 느꼈던 감정과 추억을 그들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달력에서 정하연이라는 아이돌의 성장담을 보았다. 그 달력은 이 생일 카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지난달력' 홍보 (1)
'지난달력' 홍보 (2)




그래도 어려운 작업은 맞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데 약 2주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만들고 정리하며 디자인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오타를 체크하는 과정도 꽤 오래 걸렸다. 사진을 어디에 배치하고, 효과를 어떻게 줘야할지 상당한 고민을 쏟았다. 생일 카페를 위해 만들기에는 효율적이지 않은 작업이었다. ‘만들고 싶어’ 만들었지만, 덕질을 위해 그것을 만들어야 했는가 의문을 누군가 제기할 수 있다. 그 누군가에게는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이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했다. 생일 카페는 나에게 하나의 포토샵 클래스였다. 포스터부터 달력까지 포토샵을 제대로 다룰 줄 몰랐던 사람은 생일 카페를 잘 열겠다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포토샵으로 많은 것들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그리고 나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제작물을 완성했다. 해냈다. 다음은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우고 싶은 목표도 같이 생겼다. 어렵지만 그래도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해보려고 한다.


게다가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부터, 디자인, 데코레이션, 운영까지 모든 절차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적이 처음이었다. 심지어 몇 만 명이 찾아오는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여’한 적은 있었다.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위치여서 도움이 되었지만, 직접 생일 카페를 운영하면서 모든 것을 제어하며 운영하니 많은 것을 파악하고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케이팝은 아이돌의 성장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 팬들은 아이돌의 성장을 지켜보며 응원한다. 아이돌이 성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서사를 보며 팬들도 느끼는 바가 있다. 팬덤이라는 게 그렇다. 팬덤이 응원하는 대상은 처음부터 성자처럼 전지전능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미완의 대상이 성장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하지만 이 관계는 때로 불안정할 수 있다. 그 관계는 여러 사유로 끊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이 팬덤의 영역에 비즈니스가 가미하게 된다면 이 현상은 리스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팬덤과 그 대상이 최대한 오랜 시간 교감을 나누려면 팬덤의 대상 만큼이나 팬덤에 있는 각각의 팬들에게도 그 팬덤에 있어야 할 동기가 필요할 수 있다.


내 아이돌을 위한 프로젝트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관계는 서로가 끊을 수 있다면 끊어질 수 있는 관계다. 언제라도 위태로울 수 있는 관계성이지만, 아이돌이 성장하는 만큼이나 나의 성장 서사를 아이돌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 관계성에 애착을 느끼고 계속 그 서사를 체감하고 싶을 것이다. 아이돌의 성장을 담은 ‘지난달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든 성장 서사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아이돌과 팬이 서로 덕질로 뭉쳐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가 성장의 바탕이 될 수 있고 그렇게 서로를 구원해주고 있다.


'지난달력'의 표지이자, 성장 기록담의 표지.


그것이 바로 아이돌과 팬들이 같이 만드는 동반 성장담이자, 이 산업이 만드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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