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5. 생일 카페 와우포인트 제작 (1)
사람들은 ‘순간’을 기억한다.
무난하고, 사고가 나지 않는 이벤트. 그런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운영하는 측면에서도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이벤트에서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순간’이 결여된다면 그것이 좋은 이벤트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그것은 잘 운영되었던 행사일 뿐이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나올 수 있는 답변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인상에 남았던 부분을 언급할텐데, 그 인상에 남았던 부분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길 포인트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와우포인트라고 한다. 단어에서 보는 그대로 사람들이 보거나 듣거나 경험했을 때 ‘와우’라고 감탄하는 포인트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 와우포인트를 ‘순간’으로 치환하며,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 와우포인트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위화감과는 거리가 있는 장치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낯설게 느끼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생일 카페라는 이벤트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생일 카페의 주인공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멋진 장치를 설치해도 그것이 생일 카페 주인공과 무관한 포인트라면 그것을 보는 팬들은 당혹스러워 할 것이다.
그래서 생일 카페의 무드는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생일 카페’의 것을 따라가되, 두세 개의 지점에서 이번 생일 카페의 컨셉와 주인공의 상황에 맞게 와우포인트를 계획했다. 그런데 그것도 하나의 반전이자 임팩트이기 때문에 미리 모든 것을 다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처음부터 꽁꽁 숨기고 다니면 사람들이 절대 알 수 없으니, 최소한의 홍보를 진행하여 잠재적인 고객이 궁금해하는 정도로 만들고 싶었다.
생일 카페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받을 수 있는 특전은 잠재적 수요층이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체크하는 항목이다. 낯선 아이템을 보면 굉장히 궁금해 하고 실제로 생일 카페에서 보기 힘들었던 리릭스 페이퍼가 기본 특전에 포함되었으나, 오히려 너무 궁금해하기 때문에 낯설어보이는 것이 있으면, 오히려 주최 측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기대감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면, 감당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그 상상력을 최소화하기 힘들고 상상력의 방향이 기대했던 바와 다를 것 같다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대신 팬들이 직접 생일 카페에 와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에 와우포인트를 설치했다. 특전에 비해 관심도가 덜하기도 한데, 오히려 이 액티비티에서 팬들이 ‘와우’하면서 기억할 순간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들이 하는 것과 다르지만, 생일 카페의 컨셉에 맞으면서, 생일 카페 주인공의 특성과 꼭 맞는 것이었다.
그중 하나는 생일 카페의 컨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던 것이었다. 지난 글에서 설명했던 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일반적으로 팝업 스토어나 행사에 자주 쓰이는 액티비티를 응용한 것이었다. 포스트잇에 응원 문구를 붙이는 이벤트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뭔갈 붙이는 행위가 소비자에게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액티비티 자체에는 특별한 와우포인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응원 문구’에서 차별점을 두고 진행했다. 팬들에게 자유도 높은 선택지를 주지 않고, 특정한 ‘한 단어’를 쓰도록 유도했다. 그 ‘한 단어’가 아이돌과 팬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이 생일 카페에서는 매력적인 순간을 만들 수 있다.
생일 카페의 주인공인 tripleS 정하연이 팬들과 정한 단어다. ‘하연’ + ‘사랑해’ = ‘하랑해’로 단순하게 이어지는 단어지만, 이 멤버가 데뷔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멤버와 팬들 사이에 약속했던 단어다. 쓸 수 있는 사례의 범주는 다양하지만, 단 하나의 분명한 의도를 공통적으로 가진다. 멤버와 팬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단어다.
결국 생일 카페를 여는 것도, 팬들이 생일 카페를 찾는 것도 ‘내 아이돌’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 그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생각을 가지고, 이 생일 카페의 컨셉을 정했으며, 포스터에도 ‘하랑해’가 적힌 견출지 모양 에셋을 잔뜩 붙였다. 손글씨 모양의 폰트를 쓰기도 했지만, 직접 Procreate를 활용해 애플 펜슬로 직접 ‘하랑해’를 작성했다. 그리고 생일 카페에 오기 어려운 해외 팬들도 한글을 모르는 와중에 ‘하랑해’를 그렸다.
오프라인에서도 그 ‘하랑해’가 가득한 설치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하려면 그렇게 따라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첫 날 영업 오픈 시간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하랑해’ 스티커가 잔뜩 접착된 설치물을 보여주기 위해 미리 콘서트 현장에서 팬들에게 요청하여 리무버블 스티커에 ‘하랑해’를 붙여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팬이라면 대부분 ‘하랑해’라는 단어의 존재를 알고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그때에도 생일 카페를 연다고 하고, 따로 어떻게 활용될지 언급하지 않았다. 생일 카페에 직접 와서 목격하거나 SNS에서 보면서 놀라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설치물이 가시화되고, 해당 시리즈에서 앞으로 적을 글에 상세하게 적겠지만, 설치물 앞에 그 간단한 요청 사항과 펜, 리무버블 스티커만 놓고 별도로 구술 설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찾아온 팬들은 ‘하랑해’를 스티커에 적어서 붙였다. 이 와우포인트는 추후 팬들의 생일 카페 후기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다. 그만큼 기억에 남을만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팬덤 밖에서 보면 별 이벤트가 아닐 수 있어도, 팬덤 안에서 특별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특성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와우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하랑해’라는 단어 말고도 그런 장치가 더 있었다. tripleS를 포함하여 모드하우스 소속 가수들의 팬이라면 ‘스핀’의 존재를 알고 있다. 모드하우스 세계관에서 포토카드를 ‘오브젝트’라고 부르는데, 모든 오브젝트는 디지털, 더 정확하게 따지면 NFT 형식으로 저장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오브젝트를 ‘스핀’이라는 기능을 통해 다른 오브젝트로 바꿀 수 있다. 더 정확하게 따지면 다른 오브젝트로 바뀔 수 있는데, 더 좋은 오브젝트로 변할 수 있고, 심지어 꽝이 나와서 오브젝트를 반대급부로 받을 수 없는 상황도 일어난다. 말 그대로 랜덤 뽑기 ‘가챠’의 한 형태다. 이 스핀 기능을 현실로 가지고 오기로 했다. 럭키 드로우에 활용했다.
럭키 드로우는 많은 생일 카페에서 도입하고 있다. 고객들이 유상 혹은 무상으로 럭키 드로우 응모권을 확보한 다음에 그 결과에 따라 상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럭키 드로우 응모권을 유상 판매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이 경우 생일 카페 제작 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다. 대신 럭키 드로우에서 높은 가치를 가지는 상품들을 걸어야 사람들이 럭키 드로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이번 럭키 드로우에서 특수한 룰을 적용했는데, 아예 특전에 포함시켰다. 최초 구매 시에 세트 메뉴(쿠키를 포함하며 럭키 드로우 이외의 특전 제공 물품 별도 존재)를 구매하고, 추가 구매 시 쿠키를 사야 럭키 드로우에 응모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대신 한번 살 때마다 3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스핀은 최대 3회까지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럭키 드로우에 꽤 매력적인 상품이 있었고, 팬들은 주로 세트 특전 메뉴를 구매하기 때문에 생일 카페에 오는 팬들이라면 럭키 드로우를 3회씩 했다. 심지어 쿠키를 추가로 사서 3회를 더 진행한 사람들도 있었다.
16개 스핀 카드가 한꺼번에 나와서 클릭 한 방으로 고르는 형식을 그대로 가지고 갈 수 없었지만, 최대 300개의 스핀 카드를 준비했고 그중 3개를 직접 선택하라고 요청했다. 럭키 드로우를 하는 팬들도 스핀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이 특수성이 주는 재미도 있었다. 스핀 카드를 보더니 다들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고, 특수성 있는 럭키드로우에서 그중 3개를 고르면서 또 하나의 경험을 가졌을 것이다. 럭키 드로우 상품이 의미 있었기도 했지만, 팬들이 원한다면 그 실물로 나온 스핀 카드를 팬들에게 줬는데 여기서 만족해 하는 팬들도 있었다.
후기에도 스핀 형식의 럭키 드로우에 대한 내용들도 있었다. 스핀 카드를 주섬주섬 꺼내서 고르라고 한 것이 재미 있었다는 반응도 있었으며, 고를 수 있는 선택지(스핀 카드)의 수가 더 많아서 즐거웠다는 평도 존재했다. 간단한 뽑기지만, 이미 특수성 있는 서사를 가진 팬들 입장에서는 난데 없이 나온 스핀 형식에 와우포인트를 느꼈다.
다른 액티비티에 대해 언급하면, ‘하연영역 모의고사’를 만들었다. 멤버들에 대한 문제를 내는 형식의 액티비티는 생일 카페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형태다. 종이로 제작하는 경우들도 있고, 구글 폼으로 만드는 곳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PPT 파일로 제작한 다음 인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간단하게 10문제를 만들어서 한 페이지에 풀 수 있게 제작했지만, 문제의 난도는 절대 간단하지 않았다. 단순 검색으로도 나오지 않을 문제들을 포함하여 정말 어렵게 내기 쉽지 않았다. 그 어려운 문제에는 출처를 표기해 정말 오래된 팬이라면 그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최근에 팬이 된 사람일수록 찾기 어려운 수준의 문제를 만들었다. 문제 출제 자체도 찾다찾다 굉장히 지엽적인 내용에서 가져왔다. 오픈북 테스트고, 다 맞으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생일 카페 오픈 직전까지 별 상품을 생각하지 않았다. 다 맞는 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난도가 너무 높아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당초에는 기대를 하지 않았고 강조를 하지 않은 이벤트였지만, 팬덤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회자가 된 액티비티가 되었다. 어떻게든 만점을 받아보겠다고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문제를 푸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팬들이 아예 뭉쳐서 문제를 같이 풀었다. 사람들이 후기에도 문제가 너무 어렵다고 적었고, 심지어 이 문제 페이퍼를 촬영하는 분들도 계셨다. 얼떨결에 이 역시 생일 카페를 특별하게 만든 와우포인트가 되었다.
그에 비해 원래 강조해서 준비하려다가 생각이 바뀐 아이템도 있었다. 매거진 컨셉을 잇고자 잡지 형식의 책자를 제작하려고 했다. 몇 부를 제작해서 테이블마다 깔게 하고 팬들이 보고 와우포인트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지만, 이 계획에는 문제가 다소 있었다.
포토샵 등의 디자인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다가 이번 생일 카페를 통해 ChatGPT한테 배워가며 진행했는데, 매거진 형식의 책자를 만들기에는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고, 역량도 자신할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와우포인트를 분명하게 주려면 그만큼의 퀄리티가 담보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스스로 약속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팬들이 돌아가며 매거진 형식의 책자를 보다보면 구겨지고 지저분해질 수도 있다. 특히 카페라면 음료수가 묻을 수 있고, 그러면 더러워질 가능성이 높은데, 거기에 대한 대책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매거진을 제작했지만, 원래 있던 템플릿을 가져와서 간단하게 포토북처럼 만들었다. 하나만 제작했고 전시 공간에 진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단하기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마음 먹었으면 간단하게 결단할 수 있는 사항이기도 했다. 이는 생일 카페를 ‘혼자’ 진행하기에 가능했다. 가담하는 이해당사자들이 많아서 의사 결정이 복잡할 수 밖에 없는 법인 단위가 진행하는 행사는 하나의 결정을 바꾸는 데에도 어마어마한 노력이 수반된다. 가끔 팬이 물어보면, 대답이 잘 안 나와서 팬들의 불만이 쌓이지만 어쩔 수 없다. 물론 그게 이상적인 것은 절대 아니지만 기업이 너무 크고 얽혀 있는 게 많은 탓일 수 있다.
하지만 생일 카페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미 공지된 것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이상, 변경이 수월했다. 매거진은 어쩼든 만들 거니까, 방식만 바꿔주면 되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매거진은 당초 와우포인트, 그중에서도 이번 생일 카페에서 제일 힘을 주기로 했으며 그러면서 기대가 컸던 와우포인트였기 때문이다. 그 와우포인트를 포기하는 것은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 기대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생일 카페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을 포기하게 만든 대안이 있었다.
그리고 이 대안은 이번 생일 카페의 많은 것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