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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오 May 13. 2020

2화 남들은 쉽게 하던데,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든 걸까

[우리는 캠핑을 갑니다] 시즌2

차의 뒤에 무언가를 끌고 다닌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덜컹덜컹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차 뒤에서 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는지 어깨가 뻐근해졌다. 이러다 카라반 연결장치가 부러져서 카라반이 분리되는 것은 아닐까? 캠핑장으로 가는 길 내내 불안감에 휩싸여 뒤를 자꾸만 돌아보게 되었다. 불안요소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평소 차 길이의 두배인 약 6미터가 되다 보니 코너를 도는 것도 차선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긴장되는지.

이러다 누군가 우리 카라반을 박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캠핑장으로 가는 내내 안절부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차 램프구간에서 어떤 차가 우리 카라반을 별도의 차로 잘못 봤는지 견인차와 카라반 사이를 향해 돌진해왔다. 어쩌면 정말 사고가 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경적 소리에 놀란 상대방 차가 멈춰 섰고, 사고는 나지 않을 수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카라반을 처음으로 끌고 간 첫 번째 캠핑장에는 진입 문턱이 조금 있었는데, 진입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그곳에서 퇴실하는 과정에 턱 하니 걸려버렸다. 하마터면 연결장치가 부서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캠지기님과 다른 캠퍼분들의 도움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무척 아찔한 상황이었다. 하마터면 카라반 첫 캠핑에 연결장치를 부숴 먹을 뻔했다. 정말로.






남들은 뭐든 쉽게 해내는 것 같은데
왜 우리는 이렇게 어려운 것 같지?


처음 캠핑을 시작하고 첫 텐트를 한 시간 넘게 쳤던 것에서부터, 아들의 피로도를 고려해 1시간 이내의 캠핑장을 찾아다녔던 것까지. 아직도 장거리를 가려고 하면 이것저것 고민부터 드는 우리는 뭐 하나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반면에 우리 가족보다 늦게 캠핑을 시작한 남편 동생 가족은 시작부터 장거리로 시작해 텐트도 세 번 만에 우리와 같은 브랜드의 텐트로 바꿨다. 우리는 일 년이 걸렸던 과정을 말이다. 어쩌면 우리라는 과정이 있었기에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뭐든 쉽게 해내는 동생 가족이 부러웠다. 쉽게라는 표현에 조금 억울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에 비해 그렇다는 얘기다. 지극히 상대적인 판단이었다.

사실 카라반으로 전향하면서 이제 우리도 쉽게 캠핑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이제 매번 무거운 텐트를 피고 접지 않아도 되고, 원한다면 언제든 카라반만 끌고 캠핑을 떠날 수 있겠지.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보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막상 카라반 캠핑을 시작하고 보니 그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 

첫 번째 난관은 캠핑장소였다. 대부분의 카라반 오너들이 노지를 카라반 캠핑의 꽃이라고 하시는데, 우리 같은 초보는 처음부터 노지에 갈 수 없었다. 아는 노지 포인트도 없는 데다가 화장실이 없는 소형 카라반이었기 때문에 편의시설은 꼭 필요했다. 그래서 캠핑장을 알아보는데 카라반이 진입 가능한 캠핑장이 많지 않았다. 우리가 가고 싶은 조용하면서도 운영이 잘되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카라반이 가기 힘든 곳들이었다. 게다가 어떤 곳들은 아예 카라반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카라반을 받는 곳도 카라반 구역은 따로 구석에 있거나 비용을 더 받았다. 심지어 우리가 텐트로 캠핑을 즐길 때 가장 애정 했던 캠핑장 마저 진입 경사로로 인해 견인차가 사륜은 돼야 끌고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알고 굉장히 우울해졌다.

비용 추가는 거의 대부분의 캠핑장이 동일했다. 이유는 전기를 많이 쓴다는 이유였다. 요즘 고급 카라반에는 오븐도 있고 그러니까. 에어컨은 기본으로 다시는 것 같았다. 그러니 전력 소비량이 엄청 날 수밖에. 그렇지만 우리는 에어컨을 달지 않았기 때문에 전력을 쓰는 게 거의 없었다. 태양광도 달아서 충분하진 않지만 자체 전력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니. 무척이나 홀대받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 난관은 카라반을 끌고 다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속도를 80km/h 이상을 내기가 어려웠다. 덩치가 기존의 두배가 되다 보니 회전반경도 넓어졌고,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예전에 1시간 거리였던 캠핑장은 1시간이 훌쩍 넘어야 도착했다. 때문에 해 질 녘 바다 풍경이나 아침 해가 떠오르는 바다 풍경을 보려면 남들보다 더 일찍 서둘러 준비해야 했고, 어떤 분들은 뷰 하나를 위해 밤새 달려가기도 했다.

무척 낭만이라 생각했던 카라반 캠핑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내가 이걸 왜 샀지? 후회가 밀려왔다. 특히 캠핑장을 찾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은 더욱 그랬다.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그런데,
정말 우습게도 실제 캠핑장을 가보니 이상하게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다.




첫 캠핑장소를 알아보다가 충주에 있는 한 캠핑장을 발견했다. 강을 바라보고 있는 자그마한 캠핑장이었다. 후기 사진을 보니 그곳에서 바라보는 강뷰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일사천리로 남편의 재가를 받아 캠핑장을 예약했다. 비록 선착순으로 운영돼서 거의 꼴찌로 캠핑장에 도착한 우리는, 겨우 소나무 나무 옆으로 강이 보이는 자리에 카라반을 댈 수 있었지만 말이다.

캠핑장에 처음으로 카라반을 정박하고, 안으로 들어가 그토록 궁금했던 창 밖을 바라봤다. 네모난 창틀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마치 그림 같았다. 비록 소나무에 가린 강의 모습이었는데도 바라보는게 행복했다. 그 순간 카라반을 달고 이동할 때의 불안감이 날아가버렸다. 마음 졸이며 차에 실려왔던 건 그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 안에서 즐겁게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들의 모습도, 따뜻한 햇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티큐브의 모습도, 그냥 그 모습만으로도 좋았다. 아직 몸이 텐트 캠핑을 기억하고 있어서 아직 카라반 캠핑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카라반 창밖으로 보이는 강 풍경 (@geumjiokyeop, 충주 파이브스톤즈)
카라반에 줄지어 세워진 미니카들(@geumjiokyeop)





언젠가 우리 가족이 올린 영상에 이런 댓글을 받은 적이 있다. 만 두 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캠핑하고 있는 분이었는데 그분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자기네는 현실 캠핑이라 힘든데 우린 어떻게 아이와 함께 감성캠핑을 하는지 부럽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우리 가족도 처음부터 캠핑을 다닌 이야기를 사진이나 영상, 글로 남긴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사진은 폰으로 남긴 것으로 대신했고, 정말 카메라로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기기 시작한 건 일 년이 지난 후였다. 소위 인스타그램 감성 사진이라는 것들 말이다. 그 전까진 우리도 현실 캠핑이었던 것이다. 사실 여기엔 우리 가족의 가치관도 작용했다.


캠핑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기록한다는 것은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그건 돌려 말하면 캠핑에서의 가족시간을 빼앗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감성적인 영상이나 사진을 남긴다는 것은 몸이 두 개이지 않은 이상은 사실 어려운 얘기다. 우린 전문 촬영가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기록을 남기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이 있었다. 바로 시간이 지나도 언제고 그날의 기억을 꺼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꺼내먹듯이. 언제든지 폰만 들면 그날의 기억을 꺼내먹을  있었다. 그날의 행복까지도. 

그래서 천천히 해보기로 했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글이든. 자연 속에서 우리들만의 집을 지어놓고 가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지키는 한에서 말이다. 물론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두 마리 토끼도 아니고 행복과 사진과 영상과 아름다운 기억까지 다 챙긴다니 이건 뭐 굉장한 욕심쟁이다. 그래서 천천히 하기로 했다. 아마도 그 균형을 잘 이끌어가는 건 우리의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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