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공간에서의 지금 우리 사진은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의 공통적인 현상 중 하나는
디지털 사진을 찍을 때와는 사뭇 다른 '마음가짐'을 챙기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신중하게'라고 표현하기로 했다.
신중하게 찍은 사진의 결과물은 어떨까?
디지털 사진은 찍으면 바로 결과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촬영-확인-결정-보정이 바로바로 가능하지만,
필름 사진은 어떻게 나올지 상상만 할 뿐 실제 결과물은 현상과 스캔 혹은 인화 과정을 거쳐야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어쩌면 디지털 카메라와는 달리 필름 카메라는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돈이 소비되는 게 체감되기에
한 컷도 대충 찍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걸 한마디로 '신중하게'라고 표현하고 싶다.
필름 카메라는 신중하게 찍게 되는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되는 사진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목의 '잘 찍은 사진' 이야기를 하면서 왜 필름 사진 이야기를 끌고 왔을까?
사진을 잘 찍으려면 여러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고객의 요구사항에 충족해야하는 상업 사진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취미나 재미로 찍는 사진에서 잘 찍은 사진이란,
우선은 다른 사람에게 '인상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왜 자기 자신의 만족보다 먼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언급했냐 하면,
사진은 Display(전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시의 장소는 장소에서 지금은 SNS로 대부분 넘어왔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과 스토리와 릴스에 사용되는 사진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을 혼자만 보는 사진 저장소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팔로워와 팔로잉 시스템에서 사진 계정은 애당초 '비공개 계정'은 의미가 없는 것이고,
혼자만 보기 위한 공간으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어쨌든,
남들에게 맘에 드는 사진으로 반응이 많을수록 일명, '좋은 사진'으로 평가받는 요즘 시대이다.
세상 거의 대부분의 사진이 SNS에서 소비되고 있다.
과거라면 '잘 찍은 사진'에 대한 의미를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의미로부터 시작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또한 '잘 찍은 사진'에 대한 이중적 의미를 가지게 된 시대이기도 하다.
여기서 이중적 의미란,
많은 사람들에게 맘에 드는 '자극적'이고 '소비적'이고 '현대 진행형'의 사진들이 좋은 사진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있고,
반면에,
유행이나 인기를 떠나 콘텐츠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여전히 예술 분야로서의 사진을 쫓는 사람들 또한 여전히 SNS에 존재하며,
이를 추구하면서 예술적인 방향에서 잘 찍은 사진에 대한 소비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서 필름 사진은 믿고 보는 사진이 된 요즘이다.
필름사진은 현상소에 맡기는 필름스캔과정 특성상
대부분 매력적인 필름 색감과 그레인을 포함한 빈티지한 느낌의 결과물을 일정 부분 보장해 주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사진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의 사진 느낌을 건네주기 때문에,
요즘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은 어느 정도 필름사진을 한 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만큼 요즘 필름사진의 유행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 요즘의 잘 찍은 사진에서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는 영역이기 때문에,
필름 사진에 대한 수요는 높아져만가는 유지비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물론,
전체 사진 시장에서 필름 사진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역시 디지털 사진과 포토샵과 라이트룸 등을 이용한 후보정 한 사진의 유행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거기에 AI 도구로서의 사진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사진의 게시글은 그 양을 셀 수 없을 만큼 SNS에 올라오고 있다.
이 글의 요지는 이런 부분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의미에서의 내용이 아니다.
단지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 '예술적인 면에서의 잘 찍은 사진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거기에 필름 사진은 불을 지핀 상태로 꺼지지 않고 서서히 더욱 넓게 번지고 있는 유행을 말하고 싶었고,
소비성 콘텐츠로서 유행하는 사진들이 아니라,
여전히 잘 찍은 사진에 대해 목말라하는 사진 관심인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많은 사람들은 잘 찍은 사진에 목말라 있다는 이야기이다.
SNS는 오늘만을 이야기한다.
지나 간 사진은 자신의 계정에 남아있긴 하겠지만 하루 이틀만 지나도 다시 보러 오는 이도 없고 그런 시스템의 SNS 서비스도 없다.
10년 넘게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7000개가 넘는 게시글을 올렸지만,
과거에 게시한 사진을 찾아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걸 보러 오는 이조차 없다.
SNS의 가장 부적절한 서비스 형태라고 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고,
본인이 여전히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 찍은 사진'이란 무엇일까?
누가 대답해도 비슷한 내용으로 말한다면 그게 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잘못된 대답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유행과 인기와 소비, 그리고 현재성이 최고의 가치가 된 지금의 온라인 사진 시장에서
여전히 스스로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SNS에 올리는 사진 관심인들은 많고,
안타깝게도 SNS는 이를 거부하고 서비스해주지도 않는다.
모든 건 헤비유저만을 위한 공간이 된 SNS 공간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다시 갤러리와 카테고리가 지원되는 SNS가 생기길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SNS의 어두운 면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사진 관심인들의 잘 찍은 사진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