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에서 20명의 세계를 보고 받은 영향
최근에 송은 갤러리를 다녀왔다. 워낙 건물 외관부터 내부까지 감각 있다고 유명했고, 관련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추천하는 곳이라 꼭 가보고 싶었던 갤러리였다. 세계적인 건축가 헤르조그 와 피에르 드뫼롱이 건축한 건물로 한국에선 처음으로 설계한 건물이라고 한다.
송은문화재단을 설립한 유성연 님도 멋있는 분인데, 사업을 위해서 어릴 적 꿈이었던 예술가의 꿈을 접고, 대신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는 재단을 만드신 거라고. 한 분야에서 성공하시고 다른 방식으로 꿈을 풀어내신 게 정말 멋지다. 참고로 송은은 모든 전시가 무료로 운영되는 비영리 재단이다. 작품 구매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져서 건물 자체에 감탄했고, 이번에 23번째로 진행하는 송은 대상전의 작품을 보면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자극들을 받았다. 20명의 세계관과 개성 있는 작품들을 마주하는 게 내 안의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마케팅을 하면서 브랜딩과 콘텐츠 쪽이 잘 맞았고, 그 과정 자체도 브랜드의 이야기를 만드는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감각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나의 작품을 만드는 건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야 해야지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마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겠지만, 무언갈(뭐가 될진 나도 모르겠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무리였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내 안의 창조성을 일깨우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이 생각이 떠오른 순간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티스트 웨이는 작년부터 주변에서 읽는 분도 계셨고, 추천해 주시는 분들도 꽤 있었는데, 당시에 나는 별로 읽고 싶진 않은 책이었다. 대신 책에서 강조하는 모닝페이지를 하고 좋다는 분들이 많아서, 나도 일어나서 드는 생각들을 그대로 적긴 했었다. 오래 지속하진 못했지만. 12주 동안의 워크숍을 통해 창조성을 일깨운다고 하는데, 또한 혼자서는 힘들 것 같아서 같이 할 사람들을 찾을 것 같다. 아마 내년 중반쯤에는 무언가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데, 사진집이 될 수도 독립출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6개월 전 퇴사를 하기 전에 세워둔 플랜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플랜들은 내가 정한 기간 동안 원하는 대로 완료하진 못했다. 그래도 그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고, 나를 좀 더 객관화해서 보게 되었고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았다. 일정 기간 동안은 여기에만 집중해 볼 예정. 올해가 가기 전에 복잡했던 머릿 속이 정리되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