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해도 너무 즐거운
작년 말까지 폭 빠져서 했던 일이 있다. 이전 브런치 글에도 조금씩 나오는데, 가게나 카페, 공방에 모여 열리는 모임을 기획하는 일이다.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있는 호스트에 맞게 모임 주제를 함께 정하고, 어떤 식으로 모임을 진행하는지를 정하는 일들이다. 예전 사회초년생 때 나 또한 이 비슷한 모임을 통해 내 취미를 찾고, 나만의 취향들을 찾아갔었다.
그 당시에도 나도 이런 경험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무언가 전문성을 가져서 호스트가 된다던지 혹은 이런 모임의 기획을 돕는 방식으로 말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 이뤄진다던데. <시크릿> 끌어당김의 법칙에 점점 신뢰가 간다. 애매하게 생각하면 이루어지는 정도도 애매하고, 안 이뤄질 때도 있는데 그냥 이거 될 것 같다.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이뤄지나 보다.
올해부터 많이 보기 시작한 예술 영화도 그렇다. 올해 특히 좋은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막연하게 영화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렇게 만난 스웨덴 영화제 앰버서더 활동. 내가 될 줄은 몰랐지만 활동하면서 좋은 인연도 만나고, 의외의 기회도 찾아왔다. 브런치에 몇 개 없는 영화 글을 보고 배급사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해 달라는 연락이 왔고, 시사회나 영화제에서 기자단으로 활동할 수도 있었다. 사실 정말 생각 못한 부분이긴 하지만. 또 똑똑하고 미래가 기대되는 분들도 만나고, 스웨덴 대사관이 대사관 중 최초로 영화제를 진행하는 곳인 것도 활동을 하면서 알았다. 나중에 꼭 스웨덴 대사관과도 함께 일을 꼭 해보고 싶다.
그동안 MD와 마케터로 근무하면서 나는 어떤 방향으로 일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을 해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너무 많고, 한 인더스트리만 파기에는 경험상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고, 아예 콘텐츠와 미디어 쪽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전 경력을 포기하거나 입사하기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이 너무 길었다. 여태까지 맡은 일을 나름 열심히 해왔던지라 포기하기는 아까웠고, 곧 입주해야 하는 오피스의 대출 이자도 감당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와중에 나와 결이 굉장히 잘 맞을 것 같은 곳에 티오가 난 걸 알게 되었다.
마케터 포지션이 나와서 바로 지원을 했는데, 약속된 면접 이틀 전 상품 기획 포지션도 공고가 뜬 걸 알게 되었다. 상품 기획 쪽이 좀 더 나와 맞는 곳 같아서 문의해보니 중복으로 지원해 주셨다고.. 그렇게 마케터와 MD 포지션으로 동시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봤던 사무실은 유난히 따뜻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나오자 땀이 날 만큼 더운 공간으로 돼버렸다. 당황스럽게도 불타는 고구마가 된 상태로 인터뷰를 맞췄다. 리더 분들은 그렇게 신경 안 쓰셨겠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기억 남는 순간이 될 것 같다. 다행인 건 인터뷰를 보고 나니 생각보다 더 내가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다시 나의 취향을 녹여낼, 사람들의 취향을 찾아줄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을 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