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단지의 두 카페를 만나고
놀 때는 특별히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라 그때 컨디션에 따라 끌리는 곳에 가는 편이다. 그날은 북적이는 서울보단 조금은 한가한 시외로 가고 싶었고, 예전에 저장해 둔 파주의 명필름아트센터가 생각나서 그쪽으로 출발했다. 웬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명필름아트센터는 리모델링 중이었고, 카페도 간이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도 상영관은 운영 중이어서 추억의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에는 시간이 애매하여 출판단지 구경 겸 카페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만난 템스커피
명필름아트센터 옆에 있는 템스커피의 외관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냥 들었던 생각은 베를린에 단골이 많을 것 같은, 조금은 오래된 카페의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라 하는 톤다운된 외관과 돔으로 된 건물이 보이는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니. SNS 광고로 유명해져 북적북적한 그런 느낌의 카페가 아니라 더 좋았다.
내부로 들어가면 의자를 디자인하셨던 분이 인테리어 하셨나 싶게 다양한 의자들과 의자를 분해하여 전시해 놓은 모습도 볼 수 있다. 공간에 어울리는 빈티지 식기도 팔고, 빈티지 가구도 판매하는 편집솝 겸 카페였다. 카페가 오픈한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하지만, 앤틱 한 느낌의 가구들로 인테리어 되어 있어 공간 전체적으로는 세월이 느껴진다. 벌써 입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꽤 많아 카페 이용은 못했지만 평일에 한가할 때 와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다른 카페를 찾기 위해 출판단지를 구경하며 롯데아울렛 쪽으로 걸었다. 원래 가기로 했던 명필름아트센터가 리모델링인 게 천만다행이었네 싶게 완연한 외국에 온 느낌이 드는 카페를 만났다. 잔디밭에 흰 파라솔과 의자가 여러 개 있고, 따뜻한 햇살 속 아래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 카페 피스피스였다. 분명히 내가 알던 피스피스는 일산 밤리단길 작은 매장에서 펌킨파이를 메인으로 다양한 파이를 파는 곳이었다. 내가 알던 그 작고 아늑한 곳과는 다르게 넓은 평수와 세련된 북유럽풍 인테리어, 잔디밭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카페가 되어있었다.
요즘 대형카페들이 정말 많이 생겼고, 많이 가보기도 했는데 넓어서 좋긴 하지만 디테일보다는 상업화에 치중되어 있는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에 또 가고 싶은 곳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피스피스 사장님이 마음속에 꿈꾸고 있던 곳들을 그대로 실현한 느낌이 가득했다. 전체적으로 톤이 맞지만 조명이나 식탁을 조금씩 다르게 배치하여 구역마다 다른 느낌이 나기도 하고, 친구의 집에 파이를 먹으러 온 따뜻한 느낌이 강했다.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는 편이 아니라 카페 데이터가 엄청난 편은 아니지만(그래도 적진 않음) 근래 갔던 카페 중에 가장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적당히 있던 것도 한 몫했고, 너무 달지 않은 파이와 아샷추를 만들어주시는 서비스까지.
한때 베이커리 사장님을 꿈꿨던 나의 마음을 다시 설레게 하는 공간들이기도 했다. 현실적인 이유와 코로나 때 꺾였던 꿈을 현실에서 만난 느낌이랄까? 템스커피의 외관과 피스피스의 내부를 합친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꼭 베이커리나 카페가 아니더라도 공유 오피스나 개인사무실 학원 등 여러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또 이렇게 누구는 콧방귀를 뀔 수 있는. 망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상을 하지만 이런 상상들은 언젠가 현실이 되곤 하더라. 지금의 나도 예전에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되어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또 열심히 행복할 꿈을 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