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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Jul 23. 2023

우린 이미 꽃이니까

요가선생님이 알려준 극락조 자세


2023.7.22

7월부터 동네 체육센터에서 요가를 다니기 시작했다. 시설이 꽤나 깔끔하고 동네 주민이라면 1~2만 원으로 요가, 헬스, 수영 등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놀라운 건 일산을 살면서 이런 곳을 안진 1년 이채 안된다는 것. 원래 나는 기구가 필요한 필라테스만 수강권을 끊어서 듣고, 요가는 주로 집에서 서리요가, 에일리요가, 요가 소년의 영상을 보면서 하는 편이었다. 저렴한 체육센터가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올해 초에 대기를 걸어놨지만, 7월이 되어서야 수강 등록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왔다. 때마침 필라테스 수강 기간이 끝날 때라 바로 등록을 하였다.


주 2회 수업으로 화, 목에 수업을 받으러 가는데 첫째 주는 생각보다 기본 단계만 했고, 둘째 주는 저녁 일정이 있어 못 갔다. 한 주를 쉬고 다녀오니 점점 레벨이 올라가 있었는데,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누구도 강요하는 자세가 없다는 것이다. 그날의 나의 근육 상태, 컨디션의 정도에 따라 강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요가도 땀을 흘리고, 근육통이 생기는 정도로 하는 걸 좋아해서 선생님이 시키는 건 다 해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 날은 내가 모두 따라 할 수 있는 시퀀스로 흘러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오른손을 넣고, 팔을 꺾어 왼손으로 잡으라는 듣기만 해도 복잡한 자세를 알려주시는 거였다.



사진은 일어서서 하는 자세지만, 그날 선생님이 알려주신 건 앉아서 등 뒤로 손을 넣고, 발을 뻗어서 자연스럽게 들어 올려 서는 것이었다. 글만으로도 힘들지 않은가. 코어를 잡음과 동시에 허벅지 안쪽 근육, 손을 유지할 수 있는 유연함과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균형감각까지 총동원해야 한다. 나는 중심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 손을 꼬고, 다리를 앉아서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만족했다. 수강생 십여 명 중 2-3분은 스스로 혹은 샘의 도움으로 극락조 자세를 완성했다.


대부분이 30대 이상이고, 4-50대가 다수인지라 극락조 자세를 완성시킨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받을 정도였다. 나는 문득 내가 여기서 제일 어린것 같은데, 자세를 완성시키지 못한 상실감에 빠질뻔했다. 그 순간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극락조 자세는 극락조라는 식물에서 꽃이 피는 걸 형상화한 자세예요. 자세를 완성하면 꽃이 핀 것처럼 기분이 좋죠. 근데 완성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우린 이미 꽃이니까 안 한 거예요~"


라는 말씀을 웃으면서 해주셨다. 가볍게 하신 이야긴데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자세가 안되자 나이가 들어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걸까?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등등 많은 생각들이 순간 지나갔지만,

선생님의 한마디로 그 생각들을 힘없는 휴지처럼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그렇게 다들 이런 자세는 시도조차 처음 해본다며 재밌다고, 하는 분들은 대단하다며 훈훈한 반응들이 펼쳐졌다. 생각보다 시니컬했던 요가샘의 유머와 따뜻한 말에 힘을 받아 앞으로도 나의 속도에 맞춰 즐거운 요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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