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간글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리 May 10. 2024

일상을 여행자처럼

하루의 반은 사무실에서 보내더라도



여행자가 많이 오는 동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도 면접을 봤던 회의실에서 '북한산과 눈 내린 열린 송현 광장이 보인다니.. 일할 맛이 좀 나겠는데?' 하고 혼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다양한 회사를 이곳저곳 다녀보면서 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강남역이나 힙한 곳이 많은 한남동, 성수동 보다는 집에서 가깝고, 내가 숨통을 튈 수 있는 아지트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곳이 나한텐 최고였다. 그 동네가 이렇게 나한테 훅 들어왔다. 회사를 가는 길엔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찾는 빵집이 있고, 박물관이 있어서 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여긴 외국인가 한국인가 싶을 때가 있다. 괜히 그들의 설렘이 나에게까지 퍼지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입사 후에 잠깐은 여유가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많을 때 들어온 거라 금방 정신없이 일을 해야 했다. 정신없이 일을 쳐내고 나면 몸과 정신이 고되어 다른 회사에서 들어온 제안에 인터뷰를 보러 가볼까도 했지만 이 동네를 떠나는 게 너무 아쉬웠다. 다시 빽빽하게 빌딩이 있는 곳들로 출근을 하거나 지하철을 매일같이 2번씩 갈아타며 1시간이 넘게 대중교통에 꽉꽉 채워서 출퇴근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라면 퇴근하고 나면 바로 회사가 있는 동네를 떠나고 싶기 마련이었는데, 이상하게 이 동네는 퇴근하고 나서도 꽤나 머물곤 했던 동네였다. 


그렇게 아지트를 북촌, 서촌, 삼청동에 각각 한 두 군데씩 만들고 있는 중이다. 올해 초 세웠던 버킷리스트의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이 항목과 연관성 있는 다른 버킷리스트로는 이 동네에서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이었는다. 그래서 회사 동호회를 들어가면 딱 조겠다 싶어 동호회에 들어갔지만..  아무래도 회사사람들 보다는 다양한 직무, 직군, 연차인 분들을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분이 보신다면 오해하지 마세요. 한 우물에서만 노는 것보다 회사에도 일할 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해요)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의 해피프라이데이, 분기별 자율근무일에는 이 동네를 더 제대로 즐겨보려고 한다. 오전 근무만 하고, 얼른 집으로 가서 업무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잠깐 산책을 하고 가는 편이다. 지나가다 생각지도 못한 버스킹을 만날 수도 있고, 전시들을 보기에도 너무 좋은 곳. 또 급한 일이 없이 퇴근했다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색색의 꽃들과 푸른 나뭇잎들이 살랑거리는 모습만 봐도 행복 호르몬 세르토닌이 은은하게 온몸을 감싸온다. 나의 오래된 친구 아이폰 11 프로로는 담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그래도 뭔가를 전해보겠다며 사진으로 담고 있다. 다음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녀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년 1분기 돌아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