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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찬 Sep 09. 2015

베짱이의 각오

노래하기를 원한다면 그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나는 28살 대학생이다. 전공은 경영이지만, 회사에 취업할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벌써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한숨이  나올지 모르지만, 태평한 성격 탓인지 (남들만큼) 많이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특별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아직은 더 찾을 만한 시간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미래를 물어보면 디자이너가 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하면 할수록 더 좋아지는 일이기에, 그렇게 정했다.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부러운 얼굴로 '멋있다' 던가 '좋겠다'고 말한다. 솔직한 말이 아닌 걸 안다. 속으로는 저러다 큰 일 난다 하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사회에 만연한 꿈 팔이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조안 B. 시울라가 쓴 일의 발견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개미들이 맑은 겨울날, 여름에 모아둔 말린 곡식을 먹고 있었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베짱이가 지나가다가, 음식을 조금만 나누어 달라고 애원했다. 개미는 베짱이에게 물었다. "왜 여름 내내 음식을 모아두지 않았지?" 

(중략) 

이 우화는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 이것은 일하는 삶이 노래하는 삶보다 낫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만약에 당신이 노래하기를 원한다면 그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도 꿈을 무턱대고 강요하는 것에는 염증을 느낀다. 꿈을 좇는 것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대부분의 꿈팔이는 조금의 고난과 큰 성공으로 이루어진 환상에 가깝다. 실제로 선택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고 무얼 포기해야만 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조금은 우울하지만 현실적인 꿈살이 일기를 써보고자 한다.




인용한 책

일의 발견 | 조안 B. 시울라 | 다우출판사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 독한 녀석들에서 발제자를 맡아 진행했던 책. 우리 삶의 가장 큰 부분이 된 '일'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판매고는 그다지 높지 않은 모양인지, 시내 서점에는 품귀 상태. 중고 물품도 얼마 없는 걸로 봐서, 구매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모양이다. 공공 도서관에는 꼭 한두권씩 있으니 빌리고자 하면 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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