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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Nov 24. 2017

42일간의 유럽여행, 둘째 날

파리에서의 하루

2일: 아침에 일어나서 내방을 둘러보면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방문 너머로 집주인 가족이 아침식사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은 잘 챙겨 먹어야지! 사실 집에서는 거를 때도 많지만.'


오렌지를 자르고 요구르트를 꺼낸다. 혼자서 먹는 아침은 역시 부실하지만 여행을 와서 오렌지를 까먹는다니 왠지 기분이 좋다. 처음으로 어딜 갈까 생각하다가 노트르담 대성당에 가기로 마음먹고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이때 내가 진짜 계획 없는 여행을 하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 파리 사람들의 향수가 비슷하다. 76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처음 타는 거라 버스카드(나비고)를 찍는데도 혼자 긴장했다.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타입인 나는 혼자 동양인인 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인다. 이런 성향은 고칠 수 없는 건가.


노트르담 대성당 가는 길에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버스가 노트르담 근처의 호텔에 도착하고 나는 내려 걸어갔다. 혼자서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고 햇살이 좋아서 분수 옆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노트르담 성당은 입장료가 공짜! 첫 관광지라 신이 났지만 사실 제대로 식사를 못해서 배가 엄청 고팠다.


성당 안의 초

 혼자서 식당(CAFE)에 들어가기 창피했지만 배고픔이 이겼다. 노트르담 바로 왼쪽에 있는 CAFE에 가서 MINCED BEEF를 주문했다. 소고기를 갈아서 굽고 그 위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주는 함박스테이크 같은 요리. 파리에 와서 제대로 먹는 첫 끼니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한입먹은 민쓰드 비프


콜라에 레몬한조각

 나는 유럽의 CAFE에서 여러 가지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콜라를 주문하면 얼음컵에 레몬 한 조각을 넣어서 준다. 그리고 웨이터는 손을 들어서 부른다기보다는 눈빛으로 부른다. 계산은 나가면서 하는 게 아니고 이 또한 웨이터를 눈빛으로 불러서 빌을 받고, 빌 옆에 현금이나 카드를 두면 웨이터가 휴대용 계산기를 가져오거나 거스름돈을 가져다준다. 처음에는 이런 문화를 몰라서 웨이터를 불편하게 했다.


 나는 첫끼니에서 파리의 물가를 체감했다. 맛있는 고기 요리에 콜라 한잔에 한화로 거의 3만 원이 빠져나갔다. 아마도 고기 요리를 먹어서 그런 거겠지만. CAFE에서는 콜라 한잔이 거의 5천 원 이상이다. 하지만 나는 콜라 없이는 외국음식이 목구멍으로 안 넘어가더라.


 식당에서 나와 퐁네프 다리에 가려다가 화단 같은 곳에 사람들이 그냥 앉아있는 걸 봤다. 마냥 앉아만 있는 게 멋있고 신기해서 나도 그들 옆에 앉았다. 혼자서 사진을 찍으려 휴대폰을 화단에 걸쳐두는데, 옆에 중년의 아저씨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사진을 찍어 주셨다. 그리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강변을 걷기까지 했는데 사실 그 아저씨는 나에게 이상한 목적으로 접근한 거였다. 갑자기 손을 잡더니 왜 반지가 없냐며 왜 남자 친구가 없냐고 물었다. 순간 당황스럽고 등에 식은땀이 났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옆모습
노트르담 대성당의 뒷모습

“내가 너의 남자 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


중년의 아저씨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나는 몸이 굳었다. 그래도 판단력이 살아있었다. 번호나 SNS를 알려달라는 아저씨에게 안 쓰는 이메일 번호를 알려주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기분이 이상해지고 갑자기 무서워져서 도망치다시피 숙소로 돌아왔다.


 혼자서 한 이상한 경험에 나빠진 기분. 혼자서는 회복이 안돼서 S양, 엄마, 언니와 보이스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숙소의 욕실은 따듯한 물이 잘 나온다. 씻고 나와서 일기를 쓰고 다시 마트에 갔는데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더라.


 마트에서 좋은 태도를 알려주자면, 우선 캐셔에게 밝게 인사를 하고 물건을 올려준다. 그다음에 계산을 카드로 할 거면 스스로 계산기에 카드를 끼우고 REMOVE라는 표시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가 카드를 빼면 된다. 현금이면 평소처럼 계산하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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