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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영 Aug 14. 2019

Welcome to real World!

서평 <데미안>

<데미안> 열린책들

의도한 바는 없었지만 내가 발 딛고 있는 삶과 내가 분리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문득 느껴지는 고립감, 나 혼자 이 세상 혼자인 것 같은 느낌,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나 할까? 

지지와 따뜻한 보살핌 아래 행복하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영원히 살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카인의 표식처럼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하나의 징표다. 막스 데미안은 그런 싱클레어를 알아보았고 그에게 새로운 길이 있음을 안내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데미안>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읽는 내내 '분리'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현실과 내면의 괴리가 느껴지는 삶에서 결코 정신적 안정도 행복도 느끼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 불신은 깊어져 가고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싱클레어는 내면의 괴리감에 자기 자신을 천재로 때로는 반미치광이로 여기며 한없는 나락으로 추락한다. 학교수업에 빠지고 술을 마시고 방탕한 생활을 하며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교회 오르간 연주자인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과 용기를 갖도록 배우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길을 찾는다. 


모르고 살 수도 있지만 결코 모른 척할 수 없는 그것. 그건 내 영혼이 나를 부르는 소리이자 자유를 갈망하는 외침이다. 분리되어 있던 외부 세계와 내면세계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데미안>을 읽으니 영화 <매트릭스>가 생각났다. AI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 현실인 '매트릭스' 밖 시온의 전사들은 현실의 세상이 더 어둡고 비참한 걸 알지만 빨간 알약을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를 무너뜨려야 할 때도 외면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현실 세계를 선택한 네오에게 모피어스는 말했다.


"Welcome to real world"


영화 <매트릭스> 화면 캡처


안락한 허상의 세계냐 고통스러운 현실이냐에 대한 답은 스스로 알아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삶에서 그런 선택을 해야 할 때가 한 번쯤은 있다. 편하고 쉬운 길이 눈앞에 있지만 내 영혼은 결국 다른 길을 원한다. 그런 선택들이 쌓여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난 지금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 영혼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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