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알면 내가 보인다
뇌를 알면 내가 보인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올해 목표와 계획을 세운다. 매년 비슷비슷한 계획이지만, 계획을 세울 때만큼은 올해는 기필코 성공하겠노라는 의지를 불태운다. 많은 사람들은 운동, 다이어트, 저축, 금연, 금주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문제는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운가 하는 것이다. 2020년 엠브레인에서 성인남녀 1,000명 대상으로 ‘새해 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26.9%)만이 새해에 세운 계획을 50% 이상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때는 21일이면 습관이 형성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행동의 종류에 따라 습관화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시는 간단한 습관은 평균 59일이면 습관이 되었고, 점심식사 때 과일을 먹는 식습관은 평균 65일이 걸렸다. 하지만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습관은 평균 91일이 걸렸다.
실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화장실에 가서 칫솔에 치약을 묻혀 양치를 하고, 세수하고,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다.
이불을 두 번 접을지 세 번 접을지 생각하지 않고, 칫솔에 치약을 얼마나 사용할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아침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일일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인 웬디 우드는 우리 삶에서 평균 43%가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운전할 때를 생각해 보자.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다. 안전벨트를 맨다. 브레이크를 밝는다. 기어를 P에서 D로 바꾼다. 가속페달을 밝는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는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되뇌어야 한다. 그러나 운전에 익숙해지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하게 된다. 후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후진할 때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야 할지 오른쪽으로 올려야 할지 초보운전자는 헷갈리지만, 운전에 익숙해지면 별생각 없이 후진한다. 오히려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처럼 습관은 생각하지 않고 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뭐부터 할까? 순서를 고민한다는 것은 의식이 작용한다는 증거다.
인간의 뇌를 좌뇌와 우뇌로 나누면 두개골의 가운데쯤에 골프공 크기의 기저핵(basal ganglia)이라는 조직이 있다. 최근 신경과학의 연구로 기저핵이 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 전두엽부터 두정엽, 후두엽까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뇌는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러나 점점 운전에 익숙해지면 의사 결정을 하는 전두엽의 활동이 중단되고, 기억과 관련된 해마 활동도 줄어들다, 오로지 기저핵만 활발하게 활동했다. 능숙한 운전자는 이제 운전석에 앉는 순간 기저핵이 작동하면서 습관대로 운전을 하게 된다. 초보운전일 때는 옆에서 누가 말만 해도 신경이 곤두서지만 익숙해지면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고,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거나 학습할 때와 습관이 되어 반복할 때의 뇌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뇌 속에서는 새로운 신경 회로가 계속해서 재구축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의 뇌가 습관을 만드는 이유는 두뇌 활동을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도 주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뇌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거의 모든 일을 습관으로 전환시키려 한다. 습관이 뇌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으로 일하던 시절 주로 푸른색이나 회색 양복을 입었다고 한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될 수 있는 한 결정하는 일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 뭘 먹고 뭘 입을지에 대해 결정하길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정해야 할 다른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걷거나 먹는 것 등 기본적인 행위를 하는 데 에너지를 줄이면 남는 정신 에너지를 새로운 곳에 쓸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어떤 습관이 형성되면 뇌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기르고,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신경학자 볼프람 슐츠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보상 실험을 진행했다. 원숭이의 혀에 과일주스를 한 방울 흘리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계속 그 행동을 하도록 하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됐다. 그러나 불빛으로 신호를 주고 주스를 주면, 이후 주스가 아니라 그 빛에 반응했다.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징조에 반응하는 것이다. SNS나 문자 메시지가 오면 내용을 확인할 때보다 그 이전에 핸드폰에 뜨는 알림에 더 흥분되는 것처럼 말이다.
담배가 폐암 발병률을 높이고, 초콜릿과 사탕 같은 단 음식이 당뇨병 발생을 높인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왜 금연하기는 힘들고, 달콤한 음식은 계속 먹게 되는 걸까? 그건 습관이 형성되는 데는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즉각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끼니를 굶어도 체중은 크게 빠지지 않지만, 포만감과 함께 기분은 바로 좋아진다. 오늘 밤 치킨을 먹을 때 오는 보상과 오늘 먹지 않은 치킨으로 인해 몇 달 뒤 줄어든 체중에 대한 보상 중 어느 것이 더 와닿을까? 좋은 습관을 들이지 못하는 까닭은 대부분의 사람이 눈앞의 보상에 굴복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습관은 ‘신호-반복행동-보상’이라는 연결고리로 형성된다고 한다. 식사를 하고 나면 입속이 텁텁하다는 느낌, 즉 신호가 온다. 그러면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을 하는 반복행동을 하고, 입속이 개운해지는 보상이 주어지는 것처럼 아주 작은 습관에도 습관의 연결고리는 반드시 작동한다.
우리의 뇌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분하지 못한다. 뇌가 원하는 건 ‘보상’이다. 그 습관을 실행했을 때 보상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습관이 지속되냐 지속되지 못하느냐의 성패가 달려 있다.
BOS 법칙 (Brain Operating System)을 활용한 습관 만들기
뇌교육에서 말하는 두뇌활용 시스템 BOS법칙에 따른 습관 형성에 대해 알아보자.
1. 정신차려라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을 인지하고, 좋은 습관을 기르겠다는 굳게 결심해야 한다.다리 꼬는 자세가 허리에 안 좋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당장 나에게 문제가 되기에 다리 꼬는 습관이 형성되었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허리디스크가 생기고 나서야 자세를 ‘의식적으로’ 바로잡기 시작한다.
2. 굿뉴스가 굿브레인을 만든다.
“나는 의지력이 부족해.”
폭음이나 폭식을 한 다음날 어김없이 후회를 한다. 그러나 습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의지력을 소모시키는 것은 오히려 자기불신과 불안이다. 매일 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면 자책하게 된다. 한번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자신에 대한 긍정이 중요하다.
3. 선택하면 이루어진다.
만들고 싶은 좋은 습관을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빌 게이츠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자기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면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늘도 나에게 찾아오는 어마어마한 행운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그는 매일 아침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습관화해서 성공한 것 같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4.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어라.
단순하지만 확실한 보상을 스스로에게 해준다.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이들은 자신만의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운동을 하러 나가고, 운동을 끝낸 후 샤워를 하고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분명한 보상이 있었을 때 계획을 한층 충실히 따랐다.
5. 모든 환경을 디자인해라.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한다. 단계를 세분화하고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싶다면 일어나자마자 생각할 필요없이 바로 쉽게 할 수 있도록 전날 요가매트를 미리 깔아 놓고, 바로 갈아입을 수 있게 운동복을 미리 꺼내놓는 등의 준비를 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존의 습관에 새로운 습관을 연결 짓는 방법은 습관 형성을 빠르게 한다. 식사를 하고 입속이 텁텁해 양치질을 하는 습관이 있다면 여기에 치아 사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치실 사용을 덧붙이는 것이다. 스트레칭하는 습관이 생기면 여기에 푸시업 10개를 추가하고 또 여기에 익숙해지면 스쿼트 20개를 덧붙이는 것이다.
반대로 나쁜 습관을 없애려면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 밤마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는 습관이 있다면, 쇼핑몰 앱을 스마트폰 깊숙한 곳에 저장하거나 혹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동 저장 기능을 해지하는 등 그 행위를 하는데 귀찮게 하는 것이다. 즉, 나쁜 습관 역시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환경을 새롭게 조성하면 나쁜습관을 고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 글은 [브레인미디어]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