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영 Jul 01. 2019

가슴 뜨거운 약장사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약 정말 잘 파네요!"

회사 옆자리 동료에게 마그네슘의 효능과 필요성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맞은편 자리 동료가 외쳤다.


몇 달 전부터 유튜브에서 의사나 약사 등 의료전문가들 영상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해준 몇 가지 영양제를 구입해 먹기 시작했는데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소화불량, 무기력증, 불면증, 두통 등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나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영양제를 추천해 주고 있다. 맞은편 자리 동료는 이미 지난달에 내 이야기를 듣고 영양제를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고, 옆자리 동료에게 하는 내 얘기를 듣고는 나보고 약을 정말 잘 판다며 그렇게 칭찬 아닌 칭찬을 했다.


해명을 하자면 난 절대로 사라고 강요는커녕 권유조차 쉽게 하지 않는다. 그 영양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어떻게 작용을 해서 이런저런 효과가 있더라는 순수 내 경험담을 나눌 뿐이다.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으면 말이나 행동으로 쉽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주장에 대한 근거는 나름 확실하다. 아무튼 내가 이해한 것을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데 사람들은 그 말에 솔깃해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도 의료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추천해준 약에 부작용이나 혹은 전혀 효과가 없을까 걱정되어 내가 먹어보고 확실한 효과가 있었던 영양제만 2~3종류 얘기하고 있다. 해외 직구를 포함하여 내가 여러 경로로 구입한 영양제의 종류는 훨씬 더 많지만, 그중 내가 먹었을 때 어떤 이상이나 부작용이 없는 것, 그리고 실제로 효과를 봤던 것만 입 밖으로 꺼내고 나머지 약들은 말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이번에 MBTI 검사를 해보니 대학교 졸업반 시절, 그리고 몇 년 전 대학원 수업 때 그리고 이번에 했던 검사 결과가 모두 동일하게 나왔다. ENFJ.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혹은 어떤 검사에서는 언변 능숙형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특성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말로 표현을 잘하고 생각이나 마음을 잘 연다.


요즘 영양제에 꽂혀 있기에 사람을 만나면 각종 영양제가 대화의 주제가 되지만, 몇 년 전에 내가 또 하나의 뜨거운 바람을 일으킨 것이 있었다. 바로 대학원이다. 지도 교수님마저 말렸던 4학기 졸업을 목표로 했던 석사학위 취득은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불꽃같은 시기였다. 학위를 받는다고 그 어떤 미래도 보장되지 못했지만 무언가에 전력 집중하는 삶으로 오랜만에 가슴속 열정이 살아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달콤했다. 


내 안에 무언가 새로운 길이 하나 열리는 게 느껴졌다. 어떤 주제에 대해 자료를 찾고 분류하고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힘. 이건 누군가 나를 붙잡고 가르치거나 주입한다고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기쁨을 다 같이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당시 만나는 사람마다 대학원 공부를 권유했다. 아이디어가 없어 기획이 힘들다는 사람, 글쓰기가 어렵다는 사람, 삶이 지루하다고 하는 사람 등에게 권했고, 당시 나에게 대학원은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다니던 대학원은 지인 소개로 입학하면 추천인에게 3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줬는데, 그 장학금을 당신에게 모두 줄 테니 학비에 보태라고 하며 대학원 입학을 권유했을 정도였다.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난 좋은 건 아낌없이 나누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가득했던 것 같다. 이런 나를 보고 엄마는 때론 "네 밥그릇이나 챙기고 다니냐."라고 핀잔을 주실 때도 있으시지만, 내가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은 나의 본성이자 본능으로 어떤 의도 없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업 분야로 나가면 정말 잘할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에게 치명적 단점이 하나 있다.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1을 부풀려서 100을 만들 수는 있지만, 0은 결코 1로 만들지 못한다. 이것은 나의 슬픈 운명이다. 없는 말은 절대 만들어 내지 못한다. 내가 100% 확신이 없으면 입 밖으로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그래서 난 영업은 체질이 아닌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인데, 내가 경험한 것들에 대한 확신과 뚝심이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