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6:30 am
다행이다. 오늘도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잤나 보다.
올해 새로 생긴 나의 루틴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간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일이다. 작년 봄, 미국 주식을 시작하면서 새벽에 자주 깨기 시작했다. 심할 때는 한두 시간마다 깰 때도 있었다. 푹 잘 자다가도 문득 눈이 떠지면 핸드폰을 켜고 해외주식 어플에 로그인하고 그날 장의 변화를 확인한다. 그 시간에 굳이 매도나 매수를 하진 않지만, 모두 잠든 밤인데도 오르락내리락하는 붉고 푸른 막대를 보는 재미를 붙인 후부터 확실히 수면의 질이 낮아졌다. 장대 양봉이나 음봉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곧바로 검색창을 열어 뉴스를 확인한다. 아직 깜깜하기만 한 한밤중에 한글로 번역된 기사는 없으니 굳이 영어로 쓰인 기사를 검색하며 잠 못 드는 나날을 보내곤 했다.
혼란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고민에 잠 못 드는 나날이 쌓이고 쌓여 폭발해버린 건 12월 말쯤. 스스로 해결 불가능한 상황들이 쌓였고, 질 좋은 잠이 부족해 깨어있을 때나 잠들었을 때 모두 만족스럽지 않던 한 달을 보냈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살아내야 하니까 억지로 버티며 삶을 이어갔지만, 곪아버린 상처는 이내 터져버렸고, 하나의 관계를 망쳐버렸다. 그리고 기적처럼 다시 잠이 찾아왔다.
스스로를 힘겹게 만들어 잠이 올 때 자야 하는 본능적인 행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불안하고, 긴장하던 집착을 온전히 내던지고 싶다. 나 자신이 누구보다 기본에 충실한 삶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잘 자고, 내게 주어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편안한 옷을 입고 생활하는 삶.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다. 그 외 다른 건 덤이다. 내 몫보다 더 받는 것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누면 된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라지만, 일주일째 푹 잘 자고 일어난 아침 햇살은 따듯하기만 하다. 일상에 찾아온 작은 변화에 감사하며 평온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기억을 곱씹어보니 오늘은 새벽 4시경 한 번 깼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부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지 않고, 바로 잠들어 6시 넘어 일어났고,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으니 다행이다. 차차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