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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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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Apr 16. 2022

오늘의 커피

지금 이 순간


컨디션이 올라온 후로 커피를 갈구하는 마음도 돌아왔다. 어쩌다 캡슐 커피머신을 들이게 되었고, 신세계가 열렸다. 왼쪽 버튼을 누르면 우유를 더해 라떼를 마시기 좋고,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아메리카노에 제격이다. 수년 동안 핸드밀로 손수 갈아 내린 커피만 진짜라며 커피 꼰대임을 자처하다가 더치커피의 편리성을 알게 된 후부터는 원두를 잊고 지내다가 충동적으로 커피머신을 구매하고나서부터는 매일 아침 한 잔씩 내려마시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일리 커피는 신맛이 더 좋은 내 취향에는 별로, 고소하며 쓴 대중적인 향이지만, 요즘은 예민하게 맛과 취향을 걸러내어 평가하기보다는 그저 저 버튼을 누른 후에 일어나는 일들, 이 공간에 채워지는 향과 분위기가 좋아 그저 행복하다.


지금 누리는  기분은 진짜 행복일까? 아니면  몇만 원어치 급작스런 소비를 합리화하기 위해 스스로 되새기는 마음일까? 뭐가 됐든  녀석을 들이고 나서부턴 확실히 커피숍 방문이 줄었고, 편의점 나들이가 늘었다. 냉장고  우유는 생각보다 금방 떨어진다.


언젠가부터 쳇바퀴 같은 내 삶이 지루하고 한심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고락은 함께하는 것. 고통스러운 사건이 없으니 엄청난 즐거움이 없는 것도 당연한 거다. 고로 나는 지금 힘들 것이 하나도 없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법륜스님과 함께 마음공부를 하는 요즘은 반복적인 일상이 지루하지 않고, 그저 이만함에 감사하게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만큼, 지금이 좋다.


오늘도 행복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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