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살고 있는 건가, 그저 살기 위해 사는 건가. 일상의 리듬이 완전히 틀어진지 오래라 매일 해야 할 일들을 할 뿐이다. 해야만 하는 밀린 일들을 해치우기에 급급한 요즘이다. 생활 방식도 루틴도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이 또한 삶이고 살아가야 하니까 그저 받아들이고 따랐는데 과연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 되는데 더 갖지 못하고 더 누리지 못함에 억울하고 섭섭한 마음을 벗어내기가 어렵다.
생각의 무게를 내려놓으려 생각하지 않으려고 투두리스트를 작성하고 계획으로 채워진 삶을 살며 바쁘게 지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이루지 못했더니 마음도 나를 산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놓치고 있었다. 생각과 마음 모두 나를 괴롭힐 수 있고, 반복되어 쌓이는 것들이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의 마음이 단정 지어 만든 어긋난 규정을 삶에 적용시켜 일반화시키니 모든 것이 불편하다. 사실 모든 것이 문제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을텐데, 내려놓으면 가뿐할텐데 나의 무지와 무능으로 제자리걸음을 걷게 된다. 무지와 무능이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는데 내 마음 다독이기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모두가 그런 건지 나만 유독 이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섣불리 판단하고 규정짓지 않으려 늘 깨어있으려 노력하지만, 그 또한 노력한다는 생각의 일부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다.
늘 다 아는 척, 다 큰 어른인 척했지만 역시 나의 무지와 무능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니까, 잠시 가면을 쓰고 따듯한 웃음과 생기를 채우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해결하지도 못했지만,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원래부터 아무 문제없었다는 모습으로 나약한 생각과 마음을 가려야 한다. 다시 또 오늘을 살아야 하니까.
블루투스 키보드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한때 나의 일부이던 것. 키보드를 잃었다고 글쓰기까지 놓치면 안 되는 거였다. 나는 나로서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다. 행복했었다는 걸 떠올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