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훅 끌리는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자.
영문학 수업에서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나는 친구의 밝고 진취적인 성격이 좋았다.
친구가 영문학과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내게도 꽤 재밌어 보였다. 덕분에 국제협력과의 언어, 문화교류 프로그램들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을 함께 먹는데 친구가 중국 유학생 한 명을 소개시켜 주었다.
내가 만난 첫 외국친구였다.
(내 생애 첫 외국 친구와의 만남이 내 인생의 방향을 절대적으로 바꾸게 될 지 그때는 몰랐다!)
훤칠한 키, 큰 눈을 가진 친구.
서로 유창한 영어실력은 아니었지만 우린 셋이서 한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이야기 했고 친구의 한국 유학생활 에피소드, 중국에서의 대학생활 등에 대해 들었다.
나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다른 나라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친구의 이야기가 너무 신선했고 내가 살아온 나라와는 또 다른 문화권에서 흘러온 이야기보따리들이 내 흥미를 자극했다.
그 뒤로도 친구와 자주 만나면서 한국에 대해 소개해주고 중국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면서 나는 다른 문화권에 대해 알아가는 것, 내가 살아온 나라에 대해 소개해 주는 것이 이렇게 재밌는 일인지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환경 관련 교양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 두 명이 내게 과제에 대해 물어볼게 있다며 다가왔다. 문득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쓰는 수건)을 쓰고 발랄한 표정을 짓는 이 친구들이 너무 궁금해져서 같이 밥을 먹자고 내가 선뜻 제안을 했다.(이때는 소심한 성격에 영어를 잘 못하니, 이 제안을 하기 까지 백번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이슬람 문화를 가진 말레이시아 친구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것, 여성으로서 7살 즈음부터는 히잡을 쓴다는 것. 종교적 차이에 따라 안 쓰는 여성도 있다는 점 등 내가 그동안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 내가 자신들의 이야기에 높은 흥미를 보이자 친구들이 자신들의 또 다른 외국 친구들을 하나 둘 소개시켜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교 2학년 때 사귄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친구들과 종종 밥도 먹고 단풍을 보러 간다거나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 등 점차 여행도 다니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한국 대학교에 교환학생을 온 외국친구들끼리는 서로 커뮤니티가 끈끈했다. 그래서 우리끼리 놀고 있으면 계속해서 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들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데리고 왔다. 어느새 내 주변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외국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내향적이고 친구들과의 어울림이 별로 활발하지 못했던 내가!
왜인지 외국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같이 놀고 영어로 대화하고 하는 이 과정들이 너무나 재밌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굉장히 '설렜다!'
'훅! 끌리는 이 감정'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나의 도파민을 자극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상 사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결이 아닌 다양한 결이었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역이나 속한 공동체가 세계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의 형태와 성향들은 너무나 달라, 이 세상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알려주었다.
한국에서만의 삶의 속도와 기준대로 살아가던 나의 생각들과 그로인한 걱정들이 무색해 지는 감정도 들게 하였다.
나는 신난 내 자신에 몰입하기로 했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것, 설레는 감정이 들게 하는 그 무엇! 을 찾은것 같았으니까.
학과 동기들은 전공을 살려 자격증을 따고 관련 동아리를 하고 빠르면 인턴십을 지원해서 수도권으로 가거나 회계사, 세무사 전문직 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몇몇 동기들은 내가 전공과 동떨어진 수업을 더 열심히 듣고 외국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시간 낭비일 수 있다고 고맙게도 조언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내게 맞는 활동. 처음으로 내게 설렘을 주고 내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활동들을
일분 일초가 아깝다고 하는 이 청춘같은 시간 동안 마음의 소리를 쫓아 따라 가고 싶었다.
채색 되지 않았던 내 인생의 밑그림에도 슬며시 밝은 물감을 묻힌 붓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으니까.
나의 관점이 내가 사는 작은 도시에서 세계로 확장되었고 나는 더 다양하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자연스레 목표도 생겨나게 했다.
나의 끌림은 '세계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였고
이것을 위해 '영어'가 필요했지만,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내가 입고 싶은 옷)이 생기니 해야 될 영어가 숙제가 아닌 놀이(쇼핑)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