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 언니! 이쪽으로 오셔서 입어 보실게요.

부제 : 경제학도의 경로 이탈기

by 글둥지


나는 1학년을 끝내고 결심했다.

‘나는 경제학도로 안 살래!’


과감히 나의 현재 상태를 리셋(Reset) 하고 탐색전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내게 맞는 옷을 찾으러 온라인 매장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으로 직접 가자!


우선, 첫 번째! 관심 분야 찾기!

나는 나의 전공(경제학)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교과목을 골고루 들어보기로 했다. 내게 맞는 ‘분야’를 먼저 찾고 싶었다.


그래서 2학년부터는 사실 전공과목에 조금씩 더 집중해야 될 시기이지만 나는 이때부터 경제학은 1개만 신청하고 나머지 5개를 영문학, 철학, 환경학, 자율전공학부의 영화 교양수업, 경영학 이렇게 선택해서 들었다. 2학년 2학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양한 학부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해보니 나는 경영, 경제, 행정 분야보다 영문, 불어, 영화, 문학 쪽 분야에 더 흥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후자의 수업을 들을 때는 더 집중이 잘되고 과제가 어려워도 그 과정 자체가 재밌고 그 분야의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가 더 설레고 즐거웠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고 수학 공식 외우듯 푸는 것보단 다양한 답이 있어 나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발언하고 주관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학문에 더 재미를 느꼈다.


두 번째! 적성 및 성향 파악하기!

그래서 다양한 봉사활동 및 대외활동에 도전해 보았다.


‘나는 누군가를 지도하고 학습시키는 데 적합한가?’

이를 위해 삼성에서 후원하는 대학생 멘토링 학습지도에 멘토로 지원해서 방과후 수업지도와 온라인 화상수업을 지도했다. 처음으로 중, 고등학생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인생 상담까지 해주던 경험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돕는 일에 흥미가 있고 적합한 성향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월드비전 주관 기아24시 체험 활동멘토, 노인 및 지체장애 아이들을 위한 봉사, 사랑의 도시락 배달 봉사 등과 같이 비영리단체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봉사활동에 도전해 보았다.


‘내가 언어 분야에 흥미와 역량이 있는가?’

이 질문엔 대학교 소속 국제교류본부를 통해 한국어 이끄미, 외국인 학생멘토, 국제여름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지원, 신청하여 직접 경험하고 나에 대해 알아갔다.


생각보다 내가 노력만 한다면, '대학'이라는 곳은 다양한 것을 도전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목 외에도 일선과 교양으로 타 전공 수강이 가능하였고 학생 게시판에 올라오는 공지사항을 잘 눈여겨본다면 교내외 대외활동, 동아리활동, 공모전, 봉사활동 등에 대한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났다. 그저, '내 마음가짐'이 시작인 셈이었다.

내가 Action!이라고 외친 뒤 머뭇거리지만 않는다면 나는 나를 충분히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다양한 옷들을 입어보며 충분히 탐색전을 벌인 끝에 내게 좁혀진 나에 대한 데이터 값이 조금(?) 나왔다.


# 나는 '언어' 그 중에서 '영어'를 좋아한다. 이유는 '그냥'인 것 같다. 미드에 나오는 영어 발음 소리 자체가 좋았고 영어회화 수업을 듣는 것이 정말 재밌다.
# 나는 '이야기(Story)'를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 문학과 책, 강연을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푹 빠져있다. 그리고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다.
# 나는 1+1=2 식의 계산과 수학이나 공학은 어려워하고 별 흥미를 못 느낀다. 내 주전공인 경제학이 그래서 너무 친해지기 어렵다.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다. 또한 재무학, 회계학, 세무 쪽도 나에겐 구지(?) 건너고 싶지 않은 영역이었다.
# 나는 생각보다 어린 학생들을 다루는 면에 능숙치 못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도 방과후 수업을 통해 만난 중, 고등학생들을 대하는 게 낯설고 익숙해 지지 않았다. 나는 어떤 일이든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성향이기에 학생들에게 카리스마 있게 지침을 내리고 따라하게 이끄는 것이 너무너무 어렵고 힘들다. 사실 학생들이 사고 쳐도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더 크게 작용하기에 교육 지도자를 꿈꾼다면 위험인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 무조건적인 헌신이나 봉사정신은 부족한 것 같다. '동기부여'는 자신 있지만 '긍휼'과 '연민'의 마음과 태도의 크기는 나의 부족한 부분 중 하나이다.
# 나는 다수가 모인 그룹보다 소수가 모인 그룹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 나는 사람들과 쇼핑, 뷰티, 게임 이야기보다 책, 사는 이야기, 여행, 건강 이야기에 더 흥미 있어 한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 값으로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 부전공을 영어영문학으로 선택하고 좀 더 어학과 문학 쪽으로 공부 시간 할애하기

- 수업은 되도록 객관적 답변을 도출하는 것보다 주관적 답변을 요구하는 수업 형태로 선택하기

- 대외활동은 교육 분야보다 문화교류 쪽으로 많이 해보고 스펙을 쌓아가기


우선은 내가 좋아하고 내게 어울릴 만한 옷의 유형들은 찾은 것 같다.




사진: UnsplashCam M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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