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영국의 어느 고양이 집사 그리고 한국 시골의 어느 집사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귀엽고 ‘엔틱’한 매력을 지닌 책 한 권을 소개해 드려요.
‘책이 엔틱 하다니?’ 하고 고개를 갸웃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은 1887년에 쓰인 고양이 관련 기록을 복간한 것으로, 영국의 한 고양이 집사가 사랑스럽고 유쾌한 고양이들과의 일상, 그리고 당대의 고양이에 대한 지식과 문화를 엮어낸 책이에요.
1887년이라고 하면 막연히 오래전처럼 느껴지지만, 그 해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즉위 50주년(골든 주빌리)이었던 해이기도 하죠. 당시 런던은 축제 분위기였고, 제국의 정점에 서 있던 시기였어요.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고양이들은 지금처럼 변함없이 인간 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거죠.
예나 지금이나 고양이는 늘, 충성스러운 인간 집사들을 거느리고 있었네요. 그 사실이 괜스레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몇 가지를 골라 소개해 보려 해요.
물론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잘못된 정보들도 종종 보이지만, 그 시대의 배경을 떠올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해요.
무엇보다도 저자의 애틋한 고양이 사랑만큼은 시대를 초월해 전해져 옵니다.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늘 아끼던 고양이를 함께 데려갔고, 관례대로 발바닥에 버터를 발라주는 의식을 치렀다.
또,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풍성한 음식도 제공해 주었다.
-> 고양이의 발에 버터를 바르는 전통은 고양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고양이가 버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발자국을 핥으며 집안 곳곳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주장. 둘째, 고양이가 집을 벗어날 경우, 버터의 흔적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믿음이다.
이처럼 고양이는 그 신체적 구조만 보아도 자기 본능과 필요를 실현하기에 가장 완전하고 아름답게 설계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고양이만큼 정당한 관심에 잘 보답하는 동물도 드물다. 고양이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으며, 그 요구 또한 지극히 단순하다.
집고양이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육식 동물이므로 본성에 부합하는 성질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 고양이가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식사량을 정확한 수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는 관찰과 올바른 판단, 그리고 경험을 통해 조절할 수밖에 없다.
깨끗한 물을 항상 고양이가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귀뚜라미는 고양이에게 있어 어쩌다 한 번 운 좋게 사냥에 성공하는 진귀한 먹잇감이다.
고양이의 삶은 그들을 맡아 기른다고 자처하는 이들의 자비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비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제각기 다른 기질을 지녔지만, 소란과 혼란을 싫어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반려동물을 다루는 법에 대해 적절한 안내와 지도를 받는 일은 꼭 필요하다.
고양이는 본래 의지가 매우 강한 동물이라 억제당하는 일을 잘 견디지 못한다. 어린 고양이에게 제멋대로의 엉뚱한 행동과 기이한 버릇들을 조용히 허용하며 자유롭게 즐기도록 내버려두면 그 고양이는 훗날 모두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으며 훌륭한 기개와 품성을 지닌 성묘로 자라날 것이다.
이웃 뒷마당에서 밤마다 벌어지는 고양이들의 소란에 불평을 쏟는 사람 중에는 정작 자기 집의 얌전한 고양이가 그 합창의 주인공일 수 있다는 점을 까맣게 잊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양이는 때때로 외출을 고집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보살핌을 받은 고양이는 대체로 사람의 곁과 아늑한 보금자리를 더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정성껏 보살핀다 해도 회복이 더디거나 이질로 병세가 악화된다면 더 이상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틀림없이 죽게 될 생명이라면 조용히 마무리해 주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자비로운 행동일 것이다.
고양이에게 약을 먹일 때에는 부산을 떨거나 고양이를 흥분시키지 말아야 한다. 또힌 지체하거나 망설이며 고양이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도록 한다.
병든 고양이에게 우유나 다른 음식을 억지로 떠먹이는 일도 진정한 친절이라 보기 어렵다. 아플 때는 되도록 조용하고 편안한 둥지에서 충분히 쉬게 하되, 난로나 불 가까이에 두어 지나치게 뜨거워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병든 동물에게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추위나 미세한 외풍에도 매우 민감하니 이 또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고양이는 유난히 청결을 중시하는 동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펜촉 끝에 알약을 붙여 혀 뒤쪽 깊숙이 넣은 후, 펜만 재빨리 빼는 것이다. 고양이의 혀에는 돌기가 있어 알약이 다시 펜이 붙지 않으면, 약이 깊숙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결국 삼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다”라는 말처럼, 만일 사랑하는 고양이가 심하게 병들었거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중대한 사고를 당한 상황이라면, 그 생을 조용히 마무리해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슬기롭고 자비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제 급여를 하고, 수액을 맞히고, 입원까지 시켰던 그 시간이 제게는 여전히 후회로 얼룩져 있어요.
읽는 내내 그 미련하고 애달팠던 제 모습이 떠올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한 생명을 평생 보살피고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인지 새삼 실감하게 되고, 그 무게에 마음이 무겁기도 해요.
하지만 동시에, 함께하는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다시금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매일의 순간도 더 깊이, 더 꽉 채워 행복하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