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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레몬 Oct 20. 2024

우리도 다 풀이다

풀을 향한 시선




길가에 선 풀들을 본다. 누구의 손길도 받지 않고, 그저 자라난 것들이다. 이곳은 비좁고 거칠다. 아스팔트의 틈새에서 얽힌 돌멩이와 쇳덩이들 사이로, 풀들은 고개를 내민다. 생명은 이렇듯 항상 어디에서든 고개를 든다. 비좁은 틈에서라도 뿌리를 내려가며 땅을 움켜쥐고 있다. 바람이 불어 흔들리고, 자동차가 달리며 흙먼지를 일으켜도 풀은 그 자리에서 흔들린다. 그저 살아있기 위해,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이 풀들에게 무슨 대단한 명분이 필요할까. 그저 자라난다. 아침 햇살이 안부를 묻고, 가끔씩 다녀가는 비가 흙을 적셔줄 뿐이다. 풀들이 던지지 않는 질문을 우리는 종종 던진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지, 지금 하는 일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살아가는 이유를 묻고 또 묻지만, 풀들은 그저 살아간다.



좋고 화창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삶에도 비바람이 불어온다. 자꾸만 멈추고 싶어 진다. 이렇게까지 버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때 풀들을 본다. 풀들은 흔들리며, 빛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답을 내리지 않아도, 그들은 그 자리에 서 있다. 거친 환경 속에서도 자라나고 있는 풀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풀들은 우리의 물음에 답한다. 살아 있는 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며, 생명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조건과 성취를 기대하고 노력한다. 기회와 여건이 모두 충족될 때, 비로소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나도, 당신도, 이 길 위에서 저 풀처럼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잊힌 듯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풀들은 그런 위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존재는 빛난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흔들릴 때, 풀들의 존재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도 어쩌면 그 풀들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특별하지 않은 순간에도,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명력을 증명하며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풀들이 아스팔트 틈새에서 고개를 내미는 것과 같다. 질문이 없더라도, 대답할 필요가 없다 해도, 우리는 그저 자라나는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버티고, 살고,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신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다. 어느덧 살아내다가 곁에 있는 것들을 살리고 세우는 일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을 보게 되는 날, 신이 우리에게 값없이 주신 축복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거리에서 >




이름 없이 피어나
아무 데나 자리 잡고
아무렇게나 흔들린다

바람이 불면 몸을 맡기고
비가 내리면 젖는 채로


눈발에 얼어도
끝내 땅을 놓지 않는다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에

고개를 드는 가냘픈 몸


알땅에 뿌리를 내리느라 

얼마나 아팠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우리도 다 풀이다


그러니, 그 이름 없는 것들

함부로 뽑지 마라





오늘의 아포리즘

삶은 선물이며, 그 자체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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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아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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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have to learn to find light in the dark.


나의 아포리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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