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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레몬 Dec 16. 2024

양말성

사물에 닿는 시 2



 



바닥을 구르는 건 천성이다


탕진한 중력이 구석에서 죽은 듯 널부러져 있다

똬리 같은 목을 펴보려 하지만

마지막 말은 이미 삼킨 지 오래

속은 언제나 어둡고,

바닥과 압력이 뒤엉키는 동안  

무게나 속도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다


중간에서 버티는 건 주입된 익숙함

발과 신발 사이,  

발끝과 바닥 사이,  

안과 밖 사이에서

누군가의 무게를 지탱하는 동안  

딴 눈을 팔지 못한다


구멍이 나서야 비로소 안다

얼마나 버거웠는지, 얼마나 눌렸는지

바닥에 뭉개진 실밥들이  

어디까지 뜯어져 있었는지


퇴근 시간을 훨씬 넘긴 지하철 안,

단단히 꿰맸던 감정이 흩어지고 흔들리고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나는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려 본다


유리창이 덜컹댈 때마다  

바닥을 구르는 마음의 짝을 찾아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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