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닿는 시 2
바닥을 구르는 건 천성이다
탕진한 중력이 구석에서 죽은 듯 널부러져 있다
똬리 같은 목을 펴보려 하지만
마지막 말은 이미 삼킨 지 오래
속은 언제나 어둡고,
바닥과 압력이 뒤엉키는 동안
무게나 속도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다
중간에서 버티는 건 주입된 익숙함
발과 신발 사이,
발끝과 바닥 사이,
안과 밖 사이에서
누군가의 무게를 지탱하는 동안
딴 눈을 팔지 못한다
구멍이 나서야 비로소 안다
얼마나 버거웠는지, 얼마나 눌렸는지
바닥에 뭉개진 실밥들이
어디까지 뜯어져 있었는지
퇴근 시간을 훨씬 넘긴 지하철 안,
단단히 꿰맸던 감정이 흩어지고 흔들리고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나는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려 본다
유리창이 덜컹댈 때마다
바닥을 구르는 마음의 짝을 찾아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