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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한시 어머니

<시적 사물: 애호박>

by 모카레몬
호박전.jpg



정오를 한 시간 앞당긴 시각

울린다,

초인종이 딱 두 번


일흔둘, 팔 층 할머니

여든일곱, 십 일층 할머니


집에 있는 날, 용케 알고 낯을 보러 마중 오듯

시어머니의 얼굴, 마음 같아 냉장고를 뒤진다.


이만하면 호박 두께가 얇은데

아직도 두껍게 썰었다며 농담 아닌 진담이

파#에서 라 음계까지 늘어난다


오래된 삶의 목소리가 이웃 며느리에게도 이어지고

열 다섯 나이차도 친구가 된 이들

아흔다섯인 우리 어머니 친구라며

나도 어느새 벗이 된다


불안한 음정이 엇박자라도 끊어지지 않고

정오 가까운 시각에

십오 층을 찾는 그들은


열 한시 손님이다

열 한시 친구다


우리 어머니는 자리를 비우고






시어머니의 벗이었던 두 어르신.

호박전이라도 맛있게 드셔주시니 감사합니다.

한 분은 지방으로 이사를 가시고,

한 분은 딸 집과 곧 살림을 합치십니다.


두 분 때문에 가끔 신경이 쓰이다가도

이제 못 뵙는다고 생각하니 여러 마음이 오갑니다.


그 새,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어머니는 요양원에 가신지 1년이 훌쩍 넘습니다.

어머니도 자식들도 일상에 적응을 하고 있지만

며느리인 저는

열 한시 어머님이 오시면

다시, 마음은 외딴섬이 됩니다.


불효하는 것 같은 마음이 서성일 때

어머니의 아들과 딸은 저를 위합니다.

어머니도 저를 더 위하십니다.


어찌 된 건지...

죄송한 마음이 더욱 커지는 정오.

더디 오면 좋겠습니다...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 (골로새서 3:20)

출처> YouTube. 트로트감성 24.<등불 아래 그대, 어머니>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대문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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