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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은 속내를 보인 적이 없다

<시적 사물 : 들판>

by 모카레몬
들판.jpg



공명이 있는 서사다


새가 날아간 공중마다 빈자리가 자라고

머물 길을 서성이던 바람이

장편의 초원을 넘긴다


내가 뒹굴었던 놀이터가

아버지의 품이었음을 듣지 못했다

육지의 묵묵한 한 마리의 고래임을 알지 못하고

그의 대부분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비와 구름 한 점 없이 매일 맑아서

심어진 것마다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하는 줄 알았다


아버지의 단단한 몸이

한결같은 평야여서 푸른 영토인 줄 알았다

포토스팟에서 찍은 한 때의 파란 기억과

선연한 생기가 한순간 빛바랠 줄 몰랐다


흐드러진 붉은 철쭉은

어느 길목에서 흘린 각혈인지


나의 풍부한 날은

아버지의 젊음을 수혈받은 것일지도

그랬을지도


갈빛 벌판에 고요히 앉아

초점이 희미한 그의 눈빛과 마주한다


달무리에 아련한 아버지의 호흡이 깊다





**위 시는 제목과 몇 문장을 적어두었던 것으로 아버지의 메타포를 생각하며 써내려간 시입니다.

어떤 시는 힘들게 쓰지 않아도 그냥 쓰여지는 시가 있는데, 이번 시는 그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출처> YouTube

아버지의 노래 The Father's Song | 스캇 브래너 Scott Brenner | Official Lyric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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