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에서 기다릴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모아콘 후기

by 두밧두중독현상

대학생 때만 해도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해외여행을 갔었다. 고양이가 있기 때문에 오래는 못 가고 친구에게 방문탁묘를 부탁하면 최대 4박 5일쯤. 그러나, 팬데믹 이후로 단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다. 대신 국내 여행만 당일 또는 일박이일 정도로 가볍게 다녀오

다가 최근에는 다른 곳으로 여가의 행선지를 돌렸다. 바로 아이돌 콘서트로.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아이돌 그룹이 해외투어를 끝내고 한국에서 콘서트를 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날이 바로 2월 27일, 28일 그리고 3월 1일이었다. 총 3일의 공연을 모두 예매한 후 떨리는 마음으로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첫 콘서트 당일, 회사에 현안이 생겨 혹시나 이른 퇴근을 하지 못할까 봐 빠르게 업무를 마치고 눈치를 보며 16시쯤 조퇴를 했다. 공연시각은 19시. 서둘러 가야 포토카드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광화문역에서 5호선을 타고 올림픽공원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내 아이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인 범규의 생일축하 광고판이 보였다. 흐뭇하게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데 옆에서 어떤 여성도 나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모아(팬덤명)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성은 홍콩에서 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고 한다. 그 여성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올림픽공원역에 도착했다.


하현상 콘서트는 가봤어도 아이돌 콘서트는 처음이기에 수많은 인파와 복잡한 부스에 당황을 한 나머지 스텝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모아존에 당도하여 포토카드를 뽑을 수 있었다. 수빈이가 나왔다. 수빈이도 물론 좋아하지만 최애와 차애는 연준이와 범규이기에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수빈아 미안, 사랑하는 거 알지?)

첫 공연은 스탠딩이었으므로 14cm 굽을 자랑하는 스탠딩화로 갈아 신고 입장을 기다렸다.


드디어 대망의 19시. 공연이 시작됐다. 약 4개월 전, 3시간을 기다려 3초를 봤던 퇴근길 이후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가슴이 뛰었다. 비록 스탠딩이었지만 지나치게 많은 인파와 나 이외에도 스탠딩화를 신은 사람들, 폰을 높게 든 사람들 때문에 시야가 좋진 않았으나,

내 아이돌과 한 공간에서 그들의 공연을 직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케 했다. 공연은 총 3시간 정도로 마무리되었는데, 내내 서있고 목도 계속 들고 있어서 몸살이 날 것 같았지만 첫 공연의 설렘 때문에 힘든지도 몰랐다.


내 아이돌은 영상에서 익히 본 것처럼 라이브도 잘하고 춤도 열정적으로 추며 무대매너도 좋았다. 벌써 8년 차 그룹인데 초심을 잃지 않고 이토록 겸손한 이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공연을 보다 울컥했던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콘서트 마무리 단계에서 데뷔곡을 부르고 멤버들이 소감 한 마디씩 하는데 범규가 눈물을 흘렸다. 막콘도 아니고 첫콘부터 눈물을 터뜨린 그 모습에서 오히려 진정성을 느끼고 같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참지 못 하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범규는 앞으로 함께할 날들이 더 많다는 게 실감이 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재계약 후 해외투어만 돌다가 오랜만에 고국에서 하는 콘서트가 많은 팬들로 꽉 채워진 모습이라 생각하니 그의 눈물이 이해가 되었다.


첫콘이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 공연이 이틀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이 기쁘면서 아이돌 콘서트는 처음이라 이렇게 재밌는 걸 그동안 몰랐다니 흘려보낸 세월이 아쉬웠다.


공연 2일 차가 되었다. 이번에도 포토카드는 수빈이를 뽑았다. 어린 친구와 외국인이 많아서일까. 최애 멤버가 나오지 않아 포카를 바꾸고 싶은 모아들이 주변에서 얌전히 사진을 들고 있었다. 나이 먹으면 부끄러움이 조금 사라진다는 말은 여기서 쓰나 보다. 큰소리로 외쳤다.

“수빈이 연준이랑 바꿀 분” 다행히 바로 나타났다. 다시 외쳤다.

“수빈이 범규랑 바꿀 분” 역시 바로 바꿀 수 있었다. 포카를 바꾼 후 이번에는 지정석이라 정해진 좌석에 앉아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두 번째 공연도 정말 훌륭했다. 비록 셋리는 3일간 동일했지만 스페셜 코너와 앵콜곡이 3일 다른 구성이라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자리도 3일이 다 다르기도 했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막콘날이 되었다. 막콘을 가기 전 어쩐지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막콘 포토카드는 운명의 장난인지 연준이가 나왔다. (역시 내 연준 너는 나랑 운명이야.) 하지만 연준이는 이미 가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소리로 “연준이 수빈이랑 바꿀 분”이라고 외쳐서 두 번이나 내 손에 들어왔지만 떠나보낸 수빈과 재회할 수 있었다.


막콘은 역시나 막콘이었다. 연준이 솔로무대에서 첫날 이튿날까지는 겉옷만 벗었는데 막콘에서는 시원하게 상의탈의를 했다. 여기저기서 기쁨의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P)

막콘까지 끝나고 허전해질 무렵 컴백을 예고하는 티저가 떴다. 4월 13일. 다행이다. 3일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 뒤에 몰아치는 헛헛함을 어떻게 견딜까 걱정했는데 이제 4월 13일에서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콘서트 전까지 그들의 존재는 내게 삶의 즐거움 정도였다면 이제는 처음으로 좋아한 한국 아이돌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사실에 감사함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없었으면 무슨 재미로 이 뻔한 인생의 쳇바퀴를 굴려나갈지 감도 오지 않는다. 내 아이돌 그룹이 늘 하는 파이팅 구호가 있는데, 내 인생의 낙이 되어준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내일도 함께하자!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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