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낌 그대로

by 두밧두중독현상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던 어느 날이었다. 요즈음 나를 보는 이들마다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 얘기한다. 먼저 자리를 깔아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어 참지 못 하고 또 신나게 말해버렸다. 눈을 반짝이며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 얘기하는 나를 이해해 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헤어지는 전철 안에서 그녀는 날 위해 기도해 주겠다고 했다. 연준과 범규와 악수할 수 있도록. 사귀는 건 안 되냐고 했더니 착한 그녀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악수라도 어디야. 과연 그녀의 기도 효과는 어디까지 미칠까 쇼케? 팬싸? 일본콘 당첨?

뭐가 됐든 그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면 세상을 다 갖진 못 해도 적어도 행복해질 만큼은 가질 수 있을 것같다.


X(트위터)에서 누군가가 연준이 리무진 서비스에서 불렀던 “처음 느낌 그대로”영상을 올리면서 “사랑하지만 무뚝뚝하게 눈 돌리고 나서 혹시나 상처받았을까 봐 후회하는 연준“ 한테 몰입된다는 설명을 덧붙인 걸 봤다.

그 글을 보고 연준이 부른 노래를 다시 들으니 찰떡같은 설명에 공감이 되어 마음이 아파왔다. 팬의 시선에 본 연준이라면 정말 그럴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연준이가 하필 이무진과 듀엣곡으로 이 노래를 왜 고른 걸까 연준이 보컬을 사랑하지만 이 노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밤새 들은 결과 이무진의 처음 느낌 그대로는 마치 30대의 여유 있고 자신이 다치지 않을 정도의 사랑 같다면 연준이는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내는 소년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자꾸 듣고 싶게 하는 힘이 있다.


이건 틀림없는 사랑이다.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렇게 사랑하는데 정녕 가질 수 없는 거냐고

친구는 수많은 키읔으로 답을 대신했다.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다는 건 상당히 슬픈 일이다. 아무래도 다음 보컬 레슨곡은 “처음 느낌 그대로”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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