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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팍 Mar 20. 2024

하루를 고삐 풀린 말처럼 사는 사람

 내가 아는 어린 친구는 인생을 고삐 풀린 말처럼 산다. 제멋대로 사는 재미를 알고, 제멋대로 먹고 마시고 말한다. 이게 쉬운 것 같아도 꽤 어려운 짓이다.

참고, 멈추고, 감추며 사는 사람에겐 도전과 용기가 필요하다.

하루라는 시간을 참고, 멈추고, 감추며 살다 보니 하루가 아니라 숨죽인 나날이 되었다. 잊힌 과거가 아니라, 잊어버린 시간이란 걸 깨닫게 된다.


‘하루’를 먹는 식량이라고 치면, 어린 친구는 먹고 마시고 즐겼다. 배설까지 마치고 나니 ‘하루’를 하루에 다 소비하고, 다음날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며 껄껄 거렸다.

나는 주어진 ’하루‘가 아까워 쳐다보다, 조금 먹고, 조금 즐기고, 조금 누린다. ’하루‘를 보석같이 아끼며 쪼개 쓰기만 한다. 다시 찾아온 ‘하루’는 어제 남긴 ’하루‘와 뒤섞여 버린다. 뒤돌아 가지도, 나아가지도 못하는 전전긍긍이 다 차버린 화장실 문 앞에 선 사람 같다. 커다란 거울 속에 내가 보인다.


고삐 풀린 말처럼, ’하루‘를 하루처럼, 먹고 즐기고 멋대로 살아도 부족한 그 ‘하루’가 오늘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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