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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May 03. 2018

2018. 파키스탄에 갔다.

welcome to 파키스탄


인천을 떠나 인도 델리에 도착하고, 암리차르에 온지 벌써 5일째다. 한국에서 부터 좋지 않았던 몸상태는  예상대로 7일만에 정상을 찍었고 이제 좋아지는 일만 남았지만   이동을 감행하기에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1월에 받아 놓은 파키스탄 비자의 만료일은 4월30일. 오늘 이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국경을 넘어야 한다.



인도의 도시 암리차르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도시이다. 현재 외국인이 안전하게 파키스탄국경을 넘을 수 있는 길은 단 두가지다. 인도-파키스탄 혹은 중국-파키스탄.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이란 국경은 너무나 위험하다.)그리고 나는 두가지 방법 모두를 이용할 생각이다.



몸상태가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상한 고집은 나를 로컬버스에 태웠고  , 암리차르-아타리(암리차르시에 속한 작은 마을, 국경에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43도의 고철덩어리 안에서 서서히 익어가며  도착했다.



불과 70년전 전쟁으로 분단되었고, 그 이후에도 작은 국지전이 계속되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국경은 자유롭게 열려 있었다.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긴장했지만, 다른 국경과 마찬가지로 그 어디에도 긴장감은 없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오가는 봇다리 상인들이 세관에 잡혀 애를 먹고 있었다는 것이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인도에서 출국심사를 마치니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가 파키스탄 국경까지 직접호송 해준다. 홀로 텅빈 버스에 앉아 있으니 괜히 미안하다.  

그렇다. 지금 이시간 파키스탄과-인도의 국경을 넘어가는 사람은 나 혼자 였다.   



파키스탄의 입국심사는 인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간단했다.


검정 히잡을 쓴 직원이 여권을 받아가더니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종이 한장을 내밀고 작성하라고 한다. 국경을 넘은 것이 나 혼자 였기에 나에게 종이를 준 그대로 직원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종이를 들여다 보니 놀랍게도 입국신청서다.
정말 놀랍다!!! 입국허가를 내주고 입국신청서를 작성하는 나라는 듣도 보도  못했다. 왠지 파키스탄 여행이 대충대충 내 스타일데로 무난하게 흘라갈 것만 같은 좋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꽤나 정확했다.


파키스탄 입국심사를 마치고나니 이번에는 국경을 벗어날 때까지 트램(미니 열차)가 호송해준다. 어린이 대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다행이 이번에는 나보다 먼저 국경을 넘은 열댓명의 사람들과 함께 간다.  트램에서 내리면 이번에는 파키스탄 제2의 도시 라호르(인도 국경에서 가까운 파키스탄의 경제도시)까지 나를 태우고 가려는 택시 기사들 과의 신경전이다.



그런데 라호르까지 택시 가격이 얼마였는지 생각이 안난다. 아침에 정보를  찾아 봤어야 하는데,  서둘러 나온것이 화근이다. 한 남자가 에어컨 택시를 1500루피( 파키스탄 루피, 한화 15000원)에 부른다. 맵을 보니 국경근처에서 라호르 까지는 25km 남짓. 좋은 가격이라 생각 된다. 하지만 처음 부르는 가격이 적어도 2배 많이는 3배나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나는 인도에서 2년 동안 산소만 소비한거다.


"고맙지만 됐어요."라고 말을하고 무작정 걷는다.


뒤에서 부르는 가격은 이제 1100루피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무시하고 계속 걷는다. 오분 정도 걸으니 한 군인이 자동차 검문을 하고 있다.  



"국경까지 택시로 700루피면 좋은 가격인가요?" 군인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아직 확신 할 수 없다. 나는 600루피에 타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43도의 태양아래 아스팔트 길을 걸었다.



다시 한 3분쯤 걸으니 뒤에서 경적 소리가 들린다.


승용차 한대가 멈췄다. 창문이 내려오더니 다짜고짜 타라고 말한다.


'아니... 누구신데...' 어이없음도 잠시.


"이거 택시..." 인가요? 라고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승용차 운전석에 있던 아저씨가 "800루피" 라고 말한다. 아.택시가 맞나보다.


"500루피" 대답대신 외쳤다.


"안돼안돼. 로컬가격 700루피"


"외국인 이니까 500루피에 해주세요."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최대한  미소를 잃지 않고, 하지만 조금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부탁했다.


"안돼안돼. 파키스탄 사람도 700루피 이하로는 안돼요."


몸상태는 점점 안좋아지고, 적정 가격은 모르겠고, 조금만 더 걸어가 마을에 도착하면 분명 버스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드는데, 어떤 선택이 현명한 판단인지 가늠이 안되어 망설이고 있으니 아저씨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럼 600루피에 해줄께요."


"와. 감사합니다."  더이상의 망설임 없이  바로 차에 올라탔다. 에어컨도 선선하게 잘 나오고 일이 술술 풀려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라호르의 리갈촉(여행객용 호스텔이 있는 사거리)을 3km 남겨두고 길 한복판에서 차가 멈췄다.  


아저씨가 차를 밀려고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함께 차를 밀기위해 따라 내렸다. 하지만 아저씨는 밖에서  버티는 나를 억지로 차에 태운뒤 차문까지 직접 닫았다. 그리곤 열려있는 창문으로 웃으며 앉아 있으라고 말한다.  
'뭐지 이상황' 낯설다. 나로말하자면 어디로 보나 힘꽤나 쓰게 생긴 사람이다. 바로 옆 인도라면 소중한 노동력을 이렇게 낭비하지 않았을꺼다. 이방인에게 차를 밀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면 적어도 차에서 내리게  해 짐이라도 하나 줄였을 것인데... 확실히 이곳은 다른 나라였다.

 

길가던 다른 남자 두명이 합세하여 비탈길에 있던차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단 몇차레 시도 끝에  시동이 걸렸다. 정말 파키스탄이 첫날부터 너무나 도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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