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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Jul 12. 2018

[파키스탄]2018년 5월-7월 훈자에 있었다.

훈자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훈자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지상낙원?


배낭 여행자들의 블랙홀?


 


훈자에 도착해서 훈자를 떠나는 날까지 훈자-카리마바드-에서 보낸 시간은 정확히 63일이다.  63일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느냐? 라는 질문을 받는 다면 나는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까? 내가 훈자의 카리마바드라는 마을 밖에서 잠을 잔 적은 단 하루, 중국 국경을 넘기 위해 소스트에서 하루를 보낸 것이다. 나는 62박 63일을 한 마을에서 보냈다. 그렇게 카리마바드에 볼 것이 많으냐고? 그렇게 카리마바드가 좋으냐고? 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훈자의 첫 인상이 "훈자 별거 없네... 대체 훈자가 왜 유명한거야?"  였다는 것이다.


훈자에 있는 63일 동안 나는 매주 4권의 책을 읽었고-63/7=9 , 9x4=36권 + 2권을 읽었다. 쿠엔틴티란티노의 8편의 영화와, 바그다드카페를 봤고 반지의 제왕3편을 봤다.


미국드라마 빅뱅이론 시즌 6의 17화 그리고 밴드오브브라더스 10화를 봤다.


아이폰에 측정된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하루 2.7km를 걸었다. 어떤 날은 100m도 걷지 않았고, 어떤 날은 24km를 걸었다.


갑작스런 구토와 저혈압으로 2번 병원 신세를 졌고, 병원에서 링겔을 6시간 동안 꼽고 있었으며 몸이 아파서 밖에 나가지 못한 날은 9일이다. 


하루 600루피(한화 6000원 가량)짜리 방과 하루 평균 500루피(5000원)를 식비로 지출했다. 과자만 하루 종일 먹어 식비로 50루피도 사용하지 않은 날도 있고, 이곳저곳 훈자 사람들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어 밥값이 하나도 들지 않은 날도 제법 있다. 하지만 어떤 날은 2끼의 한식으로 700루피(7000원)를 사용했다. 


와이파이는 하루 평균 2.5시간을 사용했고, 전기는 너무나도 중구난방으로 들어왔기에 사용량이 감도 잡히지 않는다.


사람이 많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수돗물이 흙탕물이 되었고 온수를 사용한 날은 딱 2일 이었다. - 물을 끓여서 사용한 날 까지 합하면 5일 정도 된다. 하지만 건조한 기후와 추운 날씨 덕에 샤워는 4~5일에 한번만 했다.


체리시즌이 오기 전에는 매일 같이 과일가게에 체리를 2kg씩 주문했지만 도로사정으로 체리공급이 어려워 1주일에 1번이라도 주문한 체리를 받으면 운이 좋은 것이었다. 체리시즌이 시작되자 갑자기 망고가 먹고 싶어서 망고를 1주일동안 하루 1kg씩 먹었다.


63일 중 맑은 날은 30일이 채 되지 않았고, 구름 낀 날은 30일이 넘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비가 온 날은 5일 정도다.


다른 사람의 집에 식사에 초대된 적은 50번이 넘으며 차와 다과를 권유받은 것은 100번이 넘는다. 그 중 초대에 응한 것은 절반 정도다.


훈자에 이름을 알고 지내는 사람은 27명이고, 얼굴을 알고 오며가며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이쯤 이야기 하면 훈자에 대해, 엄밀히 말하면 카리마바드에서 무엇을 했냐? 카리마바드에 대한 소감을 말해 달라는 물음에 적절한 대답을 한 것일까?


훈자-파키스탄을 떠나는 날 받은 훈자의 마지막 인상은 "다음에는 훈자에 더 오래 있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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