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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Oct 07. 2022

Nickelodeon 드라마 작업

프로덕션 일하는 사람의 삶의 질

올해는 1  1달만 쉬고 

 일하는 스케줄이라 워라벨을 힘들  같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일할  있음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올해 하반기는 처음으로 아이들 프로그램을 작업해본다.

Nickelodeon이라는 채널에 방영될 

어린이 슈퍼히어로 실사 드라마다.

미국에서는 디즈니 키즈채널과 함께 

제일  제작사 Nickelodeon 작품이고 

무엇보다 한번 들어가면 여러  시즌을 

 수도 있다고 들어서 덥석 하겠다고 했다.

  

할리우드는 정말 밖에서 보면 화려하게 보이지만

가끔은 깊은 회의가 드는 순간들도 많다.

물론 내가 일하는 환경도 화려한 면도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내가  촬영장에 들어가 

일하는 모습을 얼마나 동경했었던가?

그때를 생각한다면 물론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 속한 사람으로 다시 돌아보면

그냥 화려한 것보다 매일 일하러 가는 직장인처럼 

그렇게 직업인이  느낌도 있다.

정작 내가 얼마나 이 일을 간절히 원했던 가를 잊어버리고

반복되는  녹화시간과 

매일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터지는 현장 속에서

 긴장감을 놓을 수는 없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가 오는 지점까지 

결코 매일 감사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같다.

매일 모든 사람들이 회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가진 않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것이 내가  해낼  있는 일이고 

그럼에도 나는 이 일이 재밌고 월급도 만족스럽고

중간중간   있는 스케줄도 

나름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일한 만큼 받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과연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가 싶다.

물론 사회 초년생이면 무엇이든 감당을 한다.

하지만 나도 그때 딱 10년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길이  보이고  열리면 

과감하게 다른 직업군으로 가야지 했었다.

하지만 아마도 프리랜서로 겨우 연명하던 생활이 

3년을 넘어갔으면  버티고 다른 길을 택했을  같다.

이미 나는 다른 사람보다 늦게 시작했고 

학교도 다녀온 터라 

집에서 1 2년을 쥐꼬리만 월급으로는 

 이상 연명할 수는 없었을  같다.

같이 일했던 동료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프리랜서로 이일 저일 간간히 해오던 친구가 

프로덕션 막내로 일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1불짜리 선물을 

 사가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배우들이 무명 생활 10년 이상을 버티면서

마침내 스크린을 맹활약하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같다.

 버팀의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를 아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오래 꿈꿔왔던 현장에서

돈을 받으면서 일할  있는 

지금이 삶의 질이 가장 높은  같다.  

이런 글들도 늘 나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지금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나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늘 말하는 거지만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한 법이다.

좋은 팀을 만나 일하는 건 언제나 큰 행운이다.  

지금 만난   프로덕션 코디네이터는 

온몸이 문신이 덮였고 머리를 빡빡  사람이어서

처음 인터뷰를 할 때 나도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첫인상과는 다르게 절대 언성을 높이며 

말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배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막내들과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아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드물었는데 

같이 일해보니 차분하고 배려와 존중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스타벅스나 아마존이 노동자 대우가 

너무 잘못돼 있다며 보이콧을 하는 의미로 

스타벅스는  마시고 아마존 주문을 최대한 줄이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약간의 여유가 있었고 목소리 톤이 차분했다.

그리고  주간의 촬영 준비 시기를 지나고 

금요일에 막내들까지 데리고 나가 밥과 술을 사주었다.

 필드에서 오래 일한  아니지만 

막내들까지 챙기는 팀은 그동안  번도 보지 못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감당할  있게 된다.

매일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살지 않는 것만 해도 

삶의 질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같다.


미국 촬영 현장에서는 12시간제를 

엄격하게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그걸 보통 우리는 Turn around이라고 한다.

"He should come in at this time for his 12-hour turn around"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리고 매 6시간에 한 번씩 꼭 30분 휴식을 해야 하는데

만약 그걸 어기면 우린 그걸 Meal Penalty라고 한다.

매 30분에 한 번씩 계산되는 Meal penalty는

몇 분을 지연하다라도 그대로 Meal penalty를 받게 된다.

페널티라는 단어가 뭔가 벌칙처럼 들리나 

이는 프로던 션에서 휴식을 제때에 가지지 못한 

스태프들에게 돈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6:30분에 일을 시작하면

12:30분에는 돈을 받는 휴식타임을 가져야 하는데

1 55분에 휴식타임을 가졌으니 

 페널티를 3 받게 되는 식이다.

물론 이 제도를 어기는 프로덕션들도 많다.

무조건 돈을  많이 지불하더라도 촬영을 끝내려고 

점심이나 저녁을 지연하게 되는데 

만약에 한주에 너무 많은  페널티를 갖게 되면 

유니언 쪽에서 경고를 받게 되는  

심각한 문제로 견주 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 일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다른  가지는

노조를 가입함으로써 누리는 보험 혜택이다.

보험은 보통  2개월만큼  400시간을 일하면 

6개월치의 보험혜택을 준다.

만약에 이번 상반년에 내가 6개월 일했다면 

400시간을  나머지 시간이 다음 달로 이월이 되면서 

일을 하지 않아도 일하는 시간이 은행에 있으므로 

 남은 시간들로 보험혜택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내가 올해 11개월을 일을 했으니 

내년 말까지는 일을 하지 않아도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만약 내가 일을 못하게 된다면 

그만큼 보험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시 자본주의의 법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미국의 보험시스템은 너무 사악해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미국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중 치과 보험은 늘 하늘을 치솟는 가격이어서

노조에서 제공해주는 건강보험, 치과보험,

그리고 안과 보험은 확실히 삶의 질을 보장해준다.

여기에 자녀와 남편이나 아내도 $25불만  내면 

가입할  있게 만들었으니 정말  혜택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올해는 처음으로 연말에 스튜디오에서 

선물을 보내온다는 이메일이 받았다.

나도 이런  처음 받아봐서 얼떨떨하지만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우리 같은 미들  

프로덕션 스태프들도 언젠가는 

 스튜디오에 있는 촬영장을 계약하고 

촬영하는 날이   알고 

미리미리 관계를 만들어 놓는  같다.

나도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감사한 주위의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잊지 말아야겠다.

좋아하는 일도 어느 정도 삶의 기반을 세울  있어야지 

계속 이어 나갈  있는  같다.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기본적인 생활조차   없게 된다면 

누구든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같다.

꿈을 찾은 것도 행운이고 

 꿈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은  행운아인  같다.

힘들고 회의적인 순간들도 많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에게 묻는 시간들을 가지게 된다면 

 길에서 나도 길을 잃지 않고 

헤매지 않을  있지 않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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