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육아휴직
이번에 아이를 갖고 나서 남편과 나
모두 자연스럽게 육아휴직을 가지게 되면서
미국의 육아휴직 시스템에 대해 경험하게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경험을 한 거라
내가 알고 있는 것 시스템의 기본틀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 친구들만 해도 똑같이 출산을 해도
병원비부터 육아휴직 제도까지
회사마다 직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단 내가 하는 일은 프리랜서라서
딱히 회사에서 주는 육아휴직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일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쉬면 육아휴직인 셈이다.
나는 육아에 집중하려고 1년을 쉬기로 결정했다.
마침 지금 할리우드에서는 미국 작가노조와
배우 노조에서 파업을 하고 있기에
내가 일찍 복귀를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육아휴직 겸 쉬고 있는 지금
나는 그래도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어서
출산할 때 병원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스텝들이 IATSE 노조에 가입하면
보험혜택을 제공받는데 이 보험이 치과, 안과, 건강보험 등등 다양하게 커버하면서도 혜택이 좋다.
그리고 우리 같은 프리랜서 스텝들이
1년 4계절 모두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분기별로 400시간만 일하면
6개월 동안 보험커버가 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만약에 내가 한 분기에 400시간 이상을 일하게 되면
그 초과된 시간은 이월되어서 차곡차곡 쌓아지며
일하지 않는 시기에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내가 작년에 일 년 내내 일한 덕분에
나는 내년 봄까지 일을 하지 않아도
보험커버를 받게 되는 셈이다.
미국은 병원비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지만
이번에 출산비용을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공이 하나 잘못 붙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보험처리 전 비용을 보니 14만 불 정도 나왔다.
한국돈으로 1억 5천이 넘는 돈이었다.
나 같은 경우 개인사정이 있어서 병원에 두 번 입원했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중환자실 NICU에
일주일 있었다고는 하지만 14만 불은 좀 놀라웠다.
다행히 보험혜택으로 내가 낸 돈은 얼마 안 되지만
보험이 없으면 얼마나 막막했을 가 싶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처럼 회사를 통해
받는 보험혜택이 받는 것은 아니다.
이런 천문학적인 병원비를 모두가 다 감당할 수 없기에
저소득층인 사람이 임신을 하게 되면
저소득층을 위한 출산보험이 국가에서 제공이 되는데
내가 아는 지인도 이 혜택으로 출산 수술비용과
모든 병원 비용을 무료로 혜택 받았고
아이 키우면서도 국가에서 매주 우유랑
간단한 생필품을 보조받으면서 살았다.
그리고 퇴원할 때 미국은 법으로
무조건 카시트가 있어야 퇴원을 시키다 보니
카스트를 선물해 주는 병원도 있고
기저귀부터 분유까지 선물들을 가득 챙겨갈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다들 신생아 기저귀는 사지 말라고 하던데
진짜로 퇴원하면서 받고 소아과 첵업할 때
분유도 받아서 첫 한 두 달은 잘 썼었다.
즉 보험여부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다양하고
그에 따른 삶의 질도 확연히 다른 전형적인
자본주의 사회인 것만은 틀림없음을 더욱더 깨닫게 됐다.
이제 출산 이후를 이야기해 보자면
캘리포니아는 법으로 육아휴직을 보호하고 있는데
출산 전 4주, 출산 시 자연분만은 6주, 제왕절개는 8주,
그리고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 8주 등
무보수 육아휴직을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때 정부에서 주는 Disability Insurance와
Paid Family Leave라는 EDD 혜택을 주는데
월급의 60%-70%를 쉬는 동안 지급해 준다.
나 같은 경우는 출산 전 2주, 출산 8주,
그리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 8주 이렇게
총 18주 동안 매주 나의 수입의 60%을 받게 되었다.
이 돈을 2주에 한번 받을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날짜까지 미뤘다가
한꺼번에 받아도 되어서
정말로 아주 큰 도움이 되는 혜택이다.
남편 같은 경우도 1 달반을 육아휴직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해 준 덕분에 같이 쉬면서 육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회사 마다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도 많으며 혜택도 천차만별인데
남편의 회사에서는 회사가 월급 절반이상을 지급하고
정부에서도 혜택을 받아서 쉬는 동안
우리 둘 다 정부보조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 겪어보니까 미국은 최소한 출산하면
시민들이 생활을 할 수 있게 정책으로 서포트를 해주었다.
높은 물가와 생활비 때문에 보조받은 돈으로는
1년 내내 쉬면서 생활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않지만
그래도 출산 전과 그 직후는 마음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정부혜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때까지 냈던 그 많은 세금이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한국도 요즘 많이 좋아지고 있고 혜택도 늘여가고
변화되는 사회적 분위기여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정부 혜택이 정치가 나랑 아무 상관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내가 몸소 겪어 보니까
정책과 시스템으로 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할리우드가 파업하고 있는 것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너도 살고
나도 살려고 파업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변화를 이끌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화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지금 파업하는 이들처럼 나 대신
우리의 권리를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누릴 수 있었다는 생각에
더욱더 겸손해지는 경험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