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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 Jun 21. 2020

29년만에 김치를 샀다.

어디서 들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안난다.

김치는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음식인데 불구하고 그 위상이 떨어져있다고.

그 원인중 하나는 어느 식당을 가도 기본찬으로 제공되는 김치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감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어쩌면 내 사정과 닮아있어서 그런걸까?


우리집의 김치는 항상 할머니의 몫이었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기성품에 대한 불신덕분에 

우리집 냉장고는 항상 손수만든 김치와 반찬으로 풍성했다.


김치에 들어간 정성덕분일까 아니면 손주에 대한 사랑때문인걸까.

할머니의 김치는 어느 요리속에서도 나의 미숙한 솜씨를 숨겨주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굳은 자존심도 세월의 풍파를 이길수는 없었나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집 냉장고는 점점 기성품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할머니의 손길이 닿아있는 음식을 냉장고에서 찾아볼수 없게되었다.


작년에 담근 김치가 떨어졌을때 나는 처음으로 김치라는것을 사기위해 검색해봤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고 수 많은 제품들중에 어떤 김치를 사야되나 머리가 아파올지경이었다.

깨끗한곳에서 만들어지는지, 재료의 원산지는 어딘지, 결정적으로 맛은 있을지.

아무리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나라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럴줄 알았다면 만드는법이라도 알아놓을걸..’

생각해보면 그 오랜세월동안 김장을 하셨는데 배울 생각은 한번도 하지 못했었다.

뒤늦은 후회지만 할머니의 맛이 여기서 끊긴다는게 너무 허망했다.


인터넷 클릭한번으로 모든것을 알수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할머니만의 레시피는 그 어디에서도 찾지 못할게 분명하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만든 김치가 식탁에 올라왔을떄

왠지모르게 미안한 맘이 드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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