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풍경은 때로 창밖의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흐릿한 빗방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은 마치 수채화처럼 번져있지만, 그 안의 감정만큼은 오히려 더 뚜렷하다.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두 소녀의 뒷모습에 눈길이 머물렀다.
연분홍빛 발레복에 어울리는 고무장화,
아이들 키만큼 큰 우산 아래 종종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동화'처럼 보인다
소녀들은 빗속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발끝에 힘을 주고 조심스레 아스팔트를 디디는 걸음걸이,
그것은 마치 '발레의 프렐류드'(발레의 서곡) 같다.
장화가 퐁당퐁당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아이들은 세상과 한 박자씩 리듬을 맞췄다.
그 아이들의 앞에는 우산도 없이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는 남자의 뒷모습이 있었다.
아이들의 아버지일 것이다.
그는 몇 걸음마다 뒤를 돌아보며 두 딸을 기다리고, 걸음을 맞춰 걷다가도 멀찍이 떨어져 다시 사진을 찍는다.
빗물에 젖은 도로 위로 셔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버지는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것 같다.
두 딸이 나란히 걷는 이 사랑스러운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체육문화센터 건물을 향해 걷는 이들은 어쩌면 오늘, 아이들의 첫 발레 수업이 있는 날인지도 모르겠다.
설렘과 긴장이 섞인 얼굴로,
아빠를 뒤따라가는 소녀들 곁엔,
단순히 발레수업이 아니라 ‘기억’이 따라붙는다.
우산 아래에서 서로의 표정을 살피고,
장화가 비에 젖는 소리까지도 모두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생면부지의 그들이, 어쩌다 나의 눈에 이토록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새겨진단 말인가.
낯설기에 더 깊이 스며드는 어떤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 사람은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아이들은 장차 커서 오늘의 이 장면을 기억할까?'
혹은 아버지가 찍은 사진 속에서만
'그날의 빗소리를 되새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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