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연산군묘'에
다다랐다.
산책의 발걸음이 뜻밖에 역사의 무게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숲길을 가득 메운 솔향이 맑고 청량했지만,
봉분 앞에 서자 마음은 묵직해졌다.
풀빛은 짙고 고요했으며, 그 위에 얹힌 돌과
석물들은 세월의 바람을 고요히 견디고
있었다.
연산군은 조선의 열 번째 임금이었다.
역사 속 그는 ‘폭군’으로 남았다.
사화로 얼룩진 피비린내, 민심을 잃고
결국 폐위된 군주였다.
그러나 이 언덕 앞에 서면, 교과서 속
냉정한 단어들이 잠시 사라지고,
한 인간의 고독한 그림자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
권력을 쥐었으나 지켜내지 못한 자,
사랑을 갈망했으나 왜곡된 방식으로만
드러낸 자.
역사가 그를 심판했지만,
죽음은 그조차 평등하게 데려갔다.
지금 그는 풀잎과 함께 눕고,
바람과 함께 숨 쉰다.
무덤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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