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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보이는 안경

by 남궁인숙


“안경을 쓰는 순간, 마음의 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1

오늘도 민호는 학교 가는 길에 작은 골목을 지났다.

그 골목에는 언제나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한 ‘할아버지의 이상한 상점’이 있었다.



2

“오랜만이구나, 민호야.”

할아버지가 유리 상자 속에서 반짝이는 안경 하나를 꺼냈다.

“이건 특별한 안경이란다. 마음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써 보렴.”



3

민호는 안경을 받아 들었다.

평범한 안경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음이 보인다고요…?”



4

학교에 도착한 민호는 조심스럽게 그 안경을 꺼냈다.

그리고 툭— 머리 위에 올려 써 보았다.



5

순간! 교실이 온통 색깔로 물들었다.

친구들 주위에 작은 빛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6

가장 먼저 보인 건 노란빛.

밝고 반짝이는 노란색이었다.

“아, 지우는 지금 기분이 좋구나. 아침에 칭찬받았나 보다!”



7

그 옆자리 친구 민재에게선 흐릿한 회색 빛이 보였다.

표정도 잔뜩 굳어 있었다.

민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민재 무슨 일 있나? 평소와 다른데…”




8

쉬는 시간, 민호는 조용히 다가갔다.

“민재야, 오늘 좀 힘들어 보여. 괜찮아?”

민재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에 동생이랑 싸웠어…”




9

민호는 안경을 벗고 웃어 보였다.

“내가 옆에서 같이 놀아줄게. 괜찮을 거야.”

그 말이 끝나자 민재의 회색빛이 천천히 연한 하늘색으로 바뀌었다.




10

점심시간, 아이들이 급식 줄에 서 있는데

수진이의 주변에 빨간빛이 번쩍 하고 튀었다.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색이었다.

“수진이 화났나 보다…”



11

민호가 조심히 말 걸었다.

“수진아, 무슨 일 있어? 내가 도와줄까?”

수진이는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

“오늘 발표하는데… 너무 떨려.”



12

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떨릴 때 있어. 내가 발표할 때 옆에서

응원해 줄게.”

그러자 빨간빛이 조금씩 잦아들며 부드러운 분홍빛으로 변했다.



13

오후 수업 중, 은지의 책상 위에는 작은 파란 비구름 같은 빛이 맴돌았다.

오늘따라 말수도 적고 고개도 숙여 있었다.



14

민호는 가만히 다가가 물었다.

“은지야, 어디 아파?”

은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출장 가셔서… 보고 싶어.”



15

민호는 자신의 연필 하나를 은지에게 건넸다.

“이 연필은 내가 좋아하는 행운 연필이야.

엄마 생각날 때 이거 꽉 잡고 있어. 힘이 날 거야.”



16

그러자 파란빛이 서서히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안정되고 편안한 색이었다.



17

하교 시간, 민호는 안경을 벗어 가방에 넣었다.

안경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이 안경이 아니었으면 친구들의 마음을 몰랐을 거야.”



18

하지만 민호는 알았다.

사실 안경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먼저 다가가서 물어보는 용기’

‘친구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함’



19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민호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20

민호는 자신 있게 말했다.

“마음은 안경으로만 보이는 게 아니구나.

잘 보고 싶으면…

내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하는 거였어.”



21

골목 끝, 할아버지의 상점이 보였다.

민호는 안경을 살며시 꺼냈다.

“할아버지, 이 안경… 정말 신기했어요.”




22

할아버지는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신기한 건 안경이 아니란다.

네가 마음을 쓰기 시작한 거지.”



23

민호는 안경을 단단히 쥐었다.

“내일도, 모레도…

친구들의 마음을 잘 보고 싶어요.”



24

민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오늘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가 되고 싶어서.

안경 없이도, 이제는 마음의 색이 보일 것만 같았다.




https://suno.com/s/uINtMLkO2U1YdinO



마음이 보이는 안경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조용히 쓱 안경을 쓰면

친구 마음 색이 보여요

노란빛은 반짝반짝 기쁜 마음

회색빛은 살짝 슬쩍 힘겨운 마음


우리 모두 마음은 색이 달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면

살며시, 살며시

새로운 빛이 돼요



2절


빨간빛이 훅— 화난 것 같아

파란빛은 주르륵 슬픈 마음

초록빛은 편안하게 쉬고 싶대

분홍빛은 용기가 자라고 있대


가까이 와 조용히 들어볼까요

친구 맘을 만져주면

토닥토닥, 반짝반짝

새로운 색이 피어요



후렴


마음안경 없어도 보여요

내가 먼저 손 내밀면

하늘처럼 맑아지고

무지개처럼 환해져요


오늘도 마음을 바라보아요

너와 나의 색이 모이면

둥글게, 환하게

세상이 예뻐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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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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