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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보험의 역사

by 남궁인숙

17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었다.

당시 런던에는 수백 개의 커피하우스가

있었고, 이곳은 정치·경제·문화 정보가

오가는 도시의 핵심 네트워크였다.

신문보다 빠른 소식이 오가고,

계약과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그중에서도 에드워드 로이드의

커피하우스는 특별한 역할을 했다.

이곳에는 선주, 상인, 항해사들이 모였다.

그들이 나눈 대화의 주제는 선박의 운항,

항로의 위험, 해상 사고의 가능성이었다.

바다를 향한 항해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했고,

한 번의 사고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들은 위험을 예측하고, 손실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만약 사고가 나면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했다.

커피하우스의 테이블 위에서는 위험을

계산하고, 보상 조건을 약속하는 계약이

이루어졌다.

이 비공식적인 약속과 기록의 축적이

점차 제도화되었고, 그 결과가 오늘날

세계 최대의 보험 시장 중 하나인

'로이즈 보험(Lloyd’s of London)'이다.

이 사례는 보험 산업의 탄생이 정부나

거대한 제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비롯되었다.

커피하우스는 일상의 휴식처가 아니라,

정보가 모이고 신뢰가 형성되며 금융

시스템이 태동한 장소였음을 보여준다.


커피는 사람들을 깨우는 음료였고,

커피하우스는 사고와 위험을 분석하는

이성의 공간이었다.


결국 로이드 커피하우스는

‘위험을 나누는 생각’이 제도로 발전한 출발점이었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눈 대화가

오늘날 글로벌 보험 산업의 기초가 되었다는

사실은, 금융의 역사가 얼마나 인간적인

공간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https://suno.com/s/MjEzzGF1USoIny0S




커피하우스의 약속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안개 낀 런던의 아침

작은 잔에 담긴 검은 물

말보다 먼저 깨어난 건

항해의 위험과 숫자들


나무 테이블 위에 펼친

지도와 이름 없는 서명

파도보다 먼저 계산한

잃을 것과 남을 것


커피 한 잔 사이로

위험을 나누던 사람들

말로 맺은 약속이

세상을 지키는 규칙이 되고

불확실한 바다 위에

신뢰라는 닻을 내렸지


2절

폭풍은 늘 예고 없이

배의 이름을 부르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 기록해


이익도 손실도 아닌

함께 버티겠다는 뜻

그 생각 하나가 모여

보험이라는 이름이 됐지


커피하우스 한구석에서

미래를 계산하던 밤

잔은 식어도 약속은

종이 위에 남아

위험은 혼자가 아닌

모두의 몫이 되었지


금은 은행에 있었고

신뢰는 사람에게 있었지

제도보다 먼저 태어난 건

서로의 서명이었으니까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금융의 첫 문장

불안한 세상을 견디는 법을

사람들은 함께 배웠고

오늘도 그 약속은

로이즈라는 이름으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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