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처음 본 아이는 생각보다 더 앳되고
귀여웠다.
깡마른 체구에 아들과는 키 차이가 꽤 났고,
입도 작고, 손도 작고,
손가락과 다리까지 가늘었다.
말을 시키면 조곤조곤 대답도 잘했다.
단아하고 단정한 태도였다.
점심은 피자힐에서 먹었다.
피자가 맛있다며 잘 먹었다.
많이 먹지는 않았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포크를 끼워 포크질
하는 모습은 어린이집 아이들과 닮았다.
평소에도 음식을 조금만 먹는 ‘소식자’라고
했다.
대식가인 우리 아들과는 정반대다.
아들은 먹는 데 늘 진심이어서 평소에도
여자친구 음식까지 거의 다 먹는다고 한다.
그 아이는 작은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오물거리듯 천천히 씹었다.
그 모습마저도 어쩐지 귀여웠다.
아직 아기 같다.
신생아실 간호사라는데,
아직 어른이 되기 전의 아이가
더 작은 아이를 안고 있을 것 같다.
식사 후에는 자리를 옮겨 커피숍에 갔다.
점심은 내가 샀으니 커피는 자기가 사고
싶다고 했다.
월급쟁이라서 그 정도는 대접할 수
있다는 것 같다.
괜찮다고 했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녀는 커피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건 나와 취향이 같았다.
괜히 마음이 놓였다.
사소한 공통점 하나가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 줄여주는 순간이 있다.
두어 시간을 함께 보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불편하지 않은 침묵이 있었고,
억지로 채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부터 무엇을 할 건지 물었더니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로데오 거리에서 아이들을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아이들이 다 컸구나.
이제는 부모의 품이 아니라
각자의 세계에서 각자의 짝을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구나.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삶에 깊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이 무사히 이어지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자리로 이동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장서지도,
뒤에서 끌어당기지도 않고,
그저 필요할 때 따뜻한 점심 한 끼와
커피 한 잔을 건넬 수 있는 사람으로
남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만난 아이는 아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여주었다.
그래서 좋았다.
괜히 안심이 되었고,
괜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은
부모가 조금씩 물러나는 일이었다.
https://suno.com/s/1ADMx2Xv12jlq00J
1절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났어
생각보다 작은 아이
말을 걸면 조곤조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웃더라
입도 손도 다 가늘어서
시간까지 천천히 가는 듯
많이 먹지 않는 소식자라며
작은 입으로 밥을 먹더라
어느새 아이들이 다 컸네
각자 짝을 만나 웃고 있네
부모의 자리는
조금 멀어지는 자리였나 봐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조금 물러나
2절
점심은 내가 사고
커피는 자기가 산대
커피 좋아하냐고 묻길래
괜히 나랑 닮았다고 느꼈어
많은 말은 없었지
불편하지도 않았고
서너 시간의 공기 속에서
괜찮은 선택이 보였어
어느새 아이들이 다 컸네
각자 길에서 서로를 찾네
나는 뒤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조금 물러나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조금 물러나
… 조금 물러나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