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도로 위에 세워진 욕망의 캠핑카

by 남궁인숙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에 캠핑카가

서 있다.

여행객도, 유랑도 아니다.

그 안에는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가 있고,

아이를 실은 채 다음 수업으로 이동할

계획이 있다.

언젠가 대치동의 부모들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커피 한 잔으로 두세 시간을 버텼고,

잠깐 졸기도 했다.


이제 그 풍경은 사라졌다.

대신 도로 위에 캠핑카가 안방처럼

올라섰다.

소파가 있고, 침대가 있고, 냉장고가 있는

이동식 공간.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낭비’가 되지

않도록, 모든 것이 준비된 공간이다.


캠핑카는 편리하다.

하지만 편리함은 문을 남긴다.

이 편리함은 누구의 몫이고,

그 비용은 누가 치르고 있는가.

불법 주차 단속이 오면

창문은 내려가고, 상황은 금방 정리된다.

주차위반 단속비용을 청구한다.

그러나 당당하게 그들의 부모는

“그냥 끊으세요.”


주차위반 단속비용은 하루 4만 원이다.

이곳에서는 처벌이 아니라 사용료가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법은 기준이 아니라 옵션이다.

아이들은 그 장면을 본다.

부모가 법을 어기고,

돈으로 정리하는 순간을

바로 옆자리에서 지켜본다.


아이들은 보고 있다.

그날 아이가 배운 것은 수학 공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 이런 뜻 일 것이다.

'규칙은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본다.'

그런 아이들이 의사가 되거나 판사,

또는 검사가 될 것이다.

그다음은?


성적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사회를 이루는 감각은 그렇게

녹록하게 자라지 않는다.

공공의 공간이 개인의 욕망에 점령되는

순간,

아이의 세계관도 함께 만들어진다.


캠핑카는 말이 없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싣고 있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도로도,

규칙도,

불편함도 잠시 밀어내도 된다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이 그들이 갖는

진실이다.

문제는 캠핑카가 아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우리의 기준이다.


아이를 가장 위한다는 그 선택이

정말 아이의 미래를 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https://suno.com/s/UUIkQc0xafOTTZb4




아이들은 보고 있다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도로 위에 집을 세우고

규칙엔 값을 매겨


창문 너머 아이는 보고 있지

법이란 이름의 요금표


성적은 올라가

양심은 내려가

누가 가르친 걸까


이 빠른 길을

법은 비싸지 않아

돈이면 돼

아이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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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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