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2026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어린이집 현관은 신입생과 재원생들로
유난히 분주하게 돌아간다.
교실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신입원아들은 온몸으로 어린이집
적응앓이 중이다.
나에게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마치
모차르트의 경쾌한 '터키행진곡' 쯤으로
들렸다.
저출생 시대에 이런 울음소리는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나는 축복받은 원장선생님이다.
오후 귀가시간에 경민이 할머니께서
현관에서 잠깐 나를 보자고 하셨다.
평소에 인사나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라서
나는 기대 없이 현관으로 나갔다.
갑자기 경민할머니는 환한 미소를 띠며
내 손을 덥석 잡으신다.
"원장님! 원장님은 역시 남달라요."
나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왜요?"
순간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떠올렸다.
그런데 경민할머니는 다음 말을 이어갔다.
원장님은 교육도 잘하시지만, 아이들
선물이나 학부모 선물 하나를 고르더라도
참 유익하고 좋은 것을 고른다고 한다.
지난번 오리엔테이션 때 나눠드린 선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작년에도 느꼈는데 올해도 원장선생님은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선물로 주셨어요."
라고 하며,
"큰 손주 다니는 유치원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에요."라고 덧붙여 말씀하신다.
경민할머니께서 큰 손주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어서 비교가 된 것 같다.
뜬금없는 경민할머니의 칭찬이 너무
낯설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경민할머니께서는 늘 요구 상황이 많다 보니
매년 교직원 학급 배정을 할 때면,
교직원들은 장난처럼 경민이 담임만 아니면
좋겠다고 한다.
그만큼 경민할머니를 꺼려했다.
경민이는 귀엽고 예쁜데 할머니께서는
교사를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할머니께서 오늘 칭찬을 다해주시니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칭찬을 들으면서도 이 상황을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잠시
머리를 회전시켜야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안도였다.
‘우리가 실수한 건 아니구나.’
그 생각이 먼저 스쳤다.
경민할머니는 평소에 표현이 단호했다.
건의사항은 명확, 요구는 구체적,
때로는 교사들이 부담을 느낄 만큼
직설적, 세부적이다.
원장선생님한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오늘의 칭찬은 더욱 의외였다.
“선물은 마음이죠.”
나는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가정으로 보내는 선물은 비용은 좀 들어도
사용성과 지속성을 우선했다.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믿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보다 일상에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작은 성의가 더 중요하다면서
경민할머니는 덧붙였다.
“원장님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서 항상
믿음이 가요.”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 갑자기 이벤트를
하듯이 이런 말을 해주시니 그 말이 가슴에
찡하게 남았다.
신뢰는 꾸준함에서 그리고 일관성에서
생긴다.
그동안 경민이의 담임을 맡는 것을
교직원들이 조심스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까다로운 보호자는 교사에게 심리적 부담이
된다.
관계는 감정 노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 장면은 또 다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요구가 많은 보호자일수록 ‘관찰’도 많이
한다는 것!
그리고 진심은 언젠가 전달된다는 것을
알게 했다.
현관문이 닫히고 나서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직 내 손 안에는 경민할머니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경민할머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자세히
보니 상당한 미인이셨다.
'아~ 칭찬은 또 이렇게 고래를 춤추게
하는구나.....'
경민할머니의 칭찬이 낯설었던 이유는,
내가 그동안 경민할머니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떤 트집을 잡고 가실까~'
이런 생각을 늘 했던 것 같다.
살다 보니 조용히 해오던 일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확인되는 이런 날도 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생각해 본다.
생활에 필요한 교육이라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삶에 스며드는 교육이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계는 예측할 수 없기에
오늘도 사람을 믿어보기로 한다.
https://izone2122.upaper.kr/content/1209086
https://suno.com/s/zqWxInv5DVb7ut6C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
현관 불빛 아래 멈춰 선 저녁
말없던 손길이 나를 잡았네
차가운 줄만 알았던 그 마음이
뜻밖의 온기로 번져 오네
화려한 말 대신 작은 진심
생활 속에 스민 나의 선택
오늘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그래, 나 잘하고 있었구나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보이지 않아도 마음은 남아
말없이 쌓아온 하루들이
결국 믿음이 되어 돌아와
괜찮아, 흔들려도 돼
진심은 언젠가 닿으니까
생활 속 작은 선택들이
오늘 나를 안아주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