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렐루 서점 앞에서

by 남궁인숙

포르투의 골목은 늘 그렇듯 좁고 깊다.

그 사이를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모여 있는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곳이 바로 '렐루 서점'

이다.

책을 사기 위해서라기보다,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 서점은 네오고딕 양식으로 건축적

가치가 있어서 유명한 곳이다.

Livraria Lello는 1906년에 개관하여,

포르투갈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붉은 나선형 계단, 스테인드글라스 천장,

목조 조각 장식 등 건축 예술 공간으로

인정되었고, 영국 언론 The Guardian

등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반복 선정되어 관광

명소가 되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한

J. K. Rowling이 포르투에서 영어 교사로

생활하던 시절 이 서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내부 분위기가 Harry Potter series 속

마법 학교 분위기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직접 모델이 되었다'내용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어도

관람객은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여기며, 이 서점을 찾는 것 같다.



서점 앞에 서면 묘한 긴장이 흐른다.

오래된 건물의 외벽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이미 알고

있는 듯 사람들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채워져 있다.

기다림은 이곳에서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과정이고,

설렘의 구조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조용히

입장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가 '이곳에 들어가야 한다'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관광 명소로서의 유명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오히려 이 공간은, 책이 가진 상징성과

인간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 가깝다.


내 친구는 비싼 입장료를 냈고, 우리를

대표해서 혼자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난 밖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켜놓고

대리만족의 기쁨을 위해 기다렸다.

거리의 빈 의자는 내게 무료로

내어주지 않았다.



친구는 줄을 선 시간보다 관람하고

나온 시간이 훨씬 짧았다.

에스프레소 잔이 식기도 전에 친구는

원서 두 권,

'모비딕과 갈매기 조나단의 꿈'

사들고 나왔다.

이 서점에서 영어 책을 샀다는 것은

소소한 지식(知識)을 위한 사치 행위다.

그리고 마음은 이미 유식해져 있다.



나는 렐루서점 앞에 서서

'왜 사람들은 책을 사기 위해서가 아닌,

책이 있는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줄을 설까.?'라는 생각을 한다.

줄을 서고 있는 이 순간,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유익한 이유들을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책은 종이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어떤 공간은,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포르투의 햇빛이 건물의 벽을 스치고

지나갈 때, 렐루 서점 앞의 풍경은

하나의 장면이 되고 있었다.

그것은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지식과 감성에 대한 인간의 갈망'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난 순간이다.


나는 렐루서점 앞에 서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한 권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기분이었다.

문 앞에 길게 이어진 줄은 기다림보다,

한 문장을 읽기 위해에 숨 고르기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나무 문은 마치 한 시대의

표지처럼 묵직하게 서 있었고,

그 앞에 선 나는 책을 읽기 전의 독자가

아니라 이미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인물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한 페이지

위에 놓인 활자처럼 질서를 이룬다.

왜 우리는 어떤 장소 앞에서 이토록 오래

머무르게 되는가.

그것은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그 장소가

우리의 시간과 기억을 불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렐루서점은 책을 파는 곳을 떠나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곳이었다.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고,

장소는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다.



지금 이곳에서 나는 한 권의 책을 펼쳐,

나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넘기고

있었다.




https://suno.com/s/xEcxhBYKjfJZ8t2t




렐루서점 앞에서



작사:콩새작가

작가:수노


낡은 문 앞에 서서 숨을 고르면

아직 쓰지 않은 하루가 열리고

붉은 계단 위로 빛이 흐르면

내 이름도 한 줄로 번져 가


수많은 발걸음 사이를 지나

잊고 있던 장면을 꺼내고

나는 그 이야기 속 한 장면처럼

조용히 페이지를 건너가



우~

나는 지금 한 권의 나를 읽고 있어

이 순간이 문장이 되어

우~

멈춰 선 자리마다 이야기가 피어나

시간 위에 나를 남겨

우~

넘겨진 페이지 끝에서 알게 돼

나는 이미 시작된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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