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지 않은지 2개월 정도가 되었다.
TV를 틀지 않고 보지 않는 이유는
첫 번째는 소음이 싫어 서고,
두 번째는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고,
세 번째는 틀어놓아도 집중이 되지 않아서였다.
오늘은 우연히 화초를 정리하다가 음악을 듣기 위해 TV를 틀게 되었는데 'TV 특종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재방송인 것 같은데 어렸을 때 봐 온 익숙한 배우의 얼굴이 나왔다.
고교생 이야기 '얄개시대 시리즈'에 나온 배우 이승현이다.
나이가 들어서 TV에 비친 모습이 낯설었다.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보지 않았기에 완벽하게 알 수 없었지만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않고 있는 그의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만나보고는 싶은데 아들에게 거절당할까 봐 차마 만나고 싶다고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조심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이 엿보였다.
이혼한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다.
아마도 젊은 시절 이혼을 하고 돌봐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들에게 미안해서 만나고는 싶지만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아버지의 속마음일 것이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가족사는 없나 보다.
과거 하이틴 스타, 연기자 이승현
얄개시대라는 영화에서 풋풋한 얄개 이미지의 18세 소년, 이승현이라는 배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50여 년 전 대배우는 산전수전 공중전, 세월의 풍파를 세차게 겪은 모습이었다.
이민도 갔었고, 사기도 당하고, 사업도 실패하고, 이혼도 하고......
어린 나이에 일찍 성공해서 얄개 이미지를 벗어나 배우로서 변신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 대배우의 역사의 흐름 앞에서 망가져버린 모습에 서글펐다.
다행히도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시들지 않은 배우로서의 열정을 지닌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승현은 다시 배우로서의 참모습을 찾아가고자 대학로의 극단에서 연기자로서 노력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승현의 등장을 열렬히 좋아해 주는 그의 열성 팬들은 이승현과 추억여행을 함께 할 수 있었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동반자들이었다.
인생의 좋은 기억을 가진 그의 팬들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아는 교수님은 이런 말을 하였다.
유명한 강의자나 유명한 배우는 그 한두 마디나, 그 한두 작품을 남기기 위해 부지런히 사는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배우 이승현이라는 배우는 어쩌면 얄개시대라는 한두 작품이 만들어낸 배우일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다시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내와 식당을 함께 운영하면서 아내 덕분에 대학로에서 다시 연극작품을 하게 되었다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즐거워하였다
그의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편이 본업인 배우를 하게 되니까 남편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좋아하는 그의 아내였다.
배우 이승현의 아내는 배우생활을 하는 이승현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뒤늦게 찾아온 그들의 사랑이 힘겹게 느껴진 시간들도 담대히 견뎌낼 영원한 내편을 만난 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TV를 보는 내내 얄개시대 이승현 배우를 응원하게 된다.
대추나무에 대추가 실하게 많이 열리게 하려면 대추나무 옆에 염소를 메어 두라는 말이 있다.
염소가 대추나무를 마구마구 뜯어먹으면서 나무에 몸을 문지르면 대추나무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면서 번식하려고 사력을 다하기 때문에 대추나무에 무성하게 대추가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고난은 유익이라고 했던 것 같다.
고난을 겪은 만큼 더욱 단단해지고 행복해지는 이승현 배우의 멋진 삶을 응원해 본다.
인생은 짧기 때문에...
다투고, 사과하고, 가슴 앓이 하고, 해명을 요구할 시간이 없다.
오직 사랑할 시간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순간일 뿐이다.
- 마크 트웨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