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있는 여성들

by 남궁인숙

점심 무렵 '톡톡' 동료 원장님 부친의 소천을 알리는 문자가 들어왔다.

연합회에 부고 문자를 띄우고,

서국련에 연락하고, 자치구 담당부서에 차례대로 연락을 취했다.

단체장이 되면서부터 부고소식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장례식장은 전라남도 여수시였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주말을 앞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사다망한 일들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금요일인 오늘 조문을 가지 않는다면 주말에 조문 갈 사람을 찾기는 더 어려울 것 같았다.

함께 조문 갈 사람들을 알아보는데 거리가 좀 있는 곳이다 보니 선뜻 조문 갈 뜻을 비추지 못했다.

대부분은 조문까지는 힘들고 조의금으로 대신 인사만 하겠다고 하였다.

임원들도 주말에 계획된 일이 있어서 조문은 어렵다고 하였다.

여수까지 가는 기차표를 알아보니 하루 종일 전체 매진이었다.

버스표는 구할 수는 있어도 돌아오는 차편이 없었다.

승용차로 갈 경우에 가는데 4시간 30분 소요하고, 조문 후 서울로 다시 상경하는데 4시간 30분 걸리는 거리였다.

왕복 750km, 왕복 넉넉히 10시간,

멀어도 너무 다.


단체장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게 있다.

여섯 명이 차편만 있다면 조문에 동행할 수 있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러나 장거리를 운전하는 것은 모두 자신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렌터카를 찾아보니 백만 원이 넘는 비용을 요구하였다.

그나마 차량도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하였다.

조문 갈 사람이 많지 않아 큰 차량도 필요 없어서 소형차로 알아보기로 하고, 아는 곳을 총 동원하여 수소문을 하였다.

두 어시간 기다려서 9인승 차량을 렌트하여 나를 포함한 일곱 명이 오후 6시에 조문길에 올랐다.



한참을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려가다 보니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고속도로 위는 붉은 조명으로 뒤덮여서 자동차 행렬들이 앞으로 전진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문을 닫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휴게소에 들렀다.

돈가스와 우동을 맛있게 먹고, 다시 속도를 내어 출발하여 여수 장례식장에 밤 12시가 다 되어 도착하였다.



상주이신 원장님은 연신 빈소가 너무 먼 곳이어서 죄송하다고 하였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했다면서 늦은 시간 이어서 도우미들이 철수한 상황이라 상주가 직접 음복을 하라고 식탁 위에 음식들을 차려주었다.

음복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원장님께서는 "식사를 못하셨나 봐요"라고 하였다.

휴게소에서 배불리 먹고 온 우리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서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장례식장에서 너무 크게 웃어서 실례를 범한건 아닌가 싶었다.

밤 12시에 일곱 명의 여자들이 허겁지겁 접시를 두 번씩 비우면서 너무 맛있게 음복을 했던 것이다.

원장님께서 가슴팍에서 꾸깃 꾸깃 두 번 접힌 흰 봉투를 꺼내더니 먼 길까지 와 주신 거마비라고 하면서 만류할 겨를도 없이 식탁 위에 패대기를 친다.


우리는 그렇게 조문을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출발하였다.

차 안에서 한참을 익숙한 수다를 떨면서 가다 보니 갑자기 뒷좌석이 조용해졌다.

어느 사이 모두 곤히 잠이 들었다.

오락가락 비도 오는데 장거리 왕복 운전을 하는 기사님이 졸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기사님은 괜찮다고 하였으나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나는 계속 기사님의 말동무를 해드렸다.


차가 깨끗하고 좋다고 했더니 기사님께서는 당신 차의 장점인 자율주행의 효과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셨다.

그리고 계속 감탄을 하면서 "원장님들은 참으로 의리가 대단하십니다"라고 하였다.

"요즘 남자들도 거리가 멀면 조문을 잘 안 다니는데 여성분들이 이렇게 먼 곳까지 조문을 다녀오시는 것을 보면서 아주 의리가 있는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장님이 리더십이 있으신가 봐요"라고 하였다.

"아닙니다.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는 회원들이 있기에 이렇게 먼 길도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하였더니 기사님은

"훌륭한 리더 아래 훌륭한 회원이 있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진짜 궁금해서 여쭙는다면서 원래부터 원장님들은 말씨가 부드러우셨는지, 아니면 하시는 일이 아이들과 함께여서 부드러운 것인지 궁금했다고 하였다.

차 안에서 원장님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서

당신 와이프와 같은 연령대인 것 같은데, 여성분들의 말투가 연령대의 일반분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도록 대체적으로 말투가 곱고 부드럽다고 하면서 예사롭지 않다고 하였다.


순간이지만 기사님의 정확히 파악한 칭찬이 고속도로 위의 피곤함을 잊게 해 주었다.

뒷 좌석에서 자리 잡고 앉아 가시는 원장님들은

당신들 칭찬하는 줄도 모르고 세상모르고 즐거운 꿈나라 여행 중이었다.

나 혼자서 기사님의 칭찬을 들으면서 어깨가 뿜뿜 올라갔다.


나는 동이 터오는 새벽,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기사님은 핸드폰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더니 "회장님은 체력이 상당히 좋으십니다.

어떻게 잠을 한숨도 주무시지 않고 서울까지 오실 수 있죠? 저는 배차하기 전 낮에 잠을 조금 자고 나왔답니다."라고 하셨다.

진작에 말씀하시지 기사님이 운전 중 졸까 봐서 매의 눈으로 지켜본 건데....,,


아침이 되면 차 안에 계신 원장님들께 이 글을 전송해 줄 것이다.

한걸음에 마다하지 않고 열두 시간 동안 먼 길 동행하여 다녀오신 의리 있는 원장님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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