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의 신, 쿠라

by 남궁인숙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창세기 2:7, 개역개정)

인간이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창세기에 나온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신 쿠라(Cura)도 사람의 형상을 진흙으로 빚었다고 하였다.

조경에 관해 공부하다가 알게 된 신화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해 본다.

쿠라(Cura) 여신이 강을 건너다가 진흙을 발견하여 사람을 빚었는데 진흙으로 빚어 놓은 형상이 표정도 없고, 감정도 없자 자신이 만든 형상에 불만을 갖고서 영혼을 주관하는 유피테르신을 찾아가서 영혼을 불어넣어 달라고 부탁을 하게 된다.

유피테르신은 사람의 형상에 영혼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자 영혼을 가진 사람의 형상에게 이름이 필요해졌다.

영혼을 넣어준 신은 "내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영혼을 불어넣어 주었으니 내 이름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주장을 하였다.

그러자 바로 그 옆에 있던 진흙을 제공해 준 땅의 여신 텔루스도 발끈하며 자기도 소유권을 주장한다.

"진흙은 나의 일부니 내 이름을 따르는 게 맞다."라고 주장하였다.

쿠라 여신과 유피테르 영혼의 신 그리고 텔루스 진흙의 신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자 수습할 길이 없었다.

그들은 재판관인 사투르누스를 불러 그의 판결을 기다렸다.

사투르누스는 지금 만들어진 이 사람의 형상은 언젠가는 죽게 되므로 그때가 되면 유피테르 신은 영혼을 가져가도록 하고, 진흙을 제공한 땅의 신 텔루스는 그의 시체를 되돌려 받고, 쿠라 여신은 이 형상이 살아있는 동안 소유하도록 정해주었다.

흙(humus)으로 만들어진 이 형상의 이름을 호모(homo)라고 명명하였다.

인간의 어원을 homo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쿠라의 소유가 되어 죽는 날까지 걱정과 근심을 하며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신화는 현실의 인간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쿠라를 품은 채로 언제나 걱정에 시달리면서 살게 되었다는 로마 신화에 등장한 쿠라(Cura) 여신의 이야기다.



쿠라 여신이 사람을 진흙으로 빚었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쿠라 여신의 스타일대로 살게 되었다.

결국 우리가 살면서 주로 하고 있는 것들은 걱정, 근심, 돌봄, 관심, 염려 등이다.

인간을 빚은 쿠라(Cura) 여신의 ‘cura’라는 단어의 어원을 추적해 보면 care(근심, 걱정)에서 찾을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멍에로 인간은 끊임없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존재이며, 이 염려를 통해 비로소 성숙해지고 완성되어 간다.


모성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아기의 심장은 뛰는지, 발로 차는지,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지 이것을 걱정한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아기의 손가락은 열 개, 발가락도 열 개가 있는지, 또 잘 태어났는지를 걱정한다.

그다음에 아기가 자라면 기어 다닐 수는 있는지, 말은 할 수 있는지를 걱정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있는지,

취직은 할 수 있을지 등등의 인간은 그렇게 끊임없이 사는 내내 걱정하고, 근심하고, 염려하고, 돌보면서 살아나간다.

이것은 인간만이 살아가는 어떤 특징이자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염려하는 존재이면서 또한 인간은 염려하면서 성숙해진다.

염려하기 때문에 위험에 대비할 수 있고, 수많은 일들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인간이 흙으로 만들어졌기에 흙과 친하게 지낼수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추구하고, 귀농하면서 살아가고, 꽃과 정원을 가꾸고, 주말농장을 통해서 작물을 경작하고, 바깥놀이를 하고, 숲놀이를 하고.......

인간이 본성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걱정인형처럼 염려하면서 여신 쿠라의 의도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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