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2

by 남궁인숙

오전 5시 40분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여명이 대낮처럼 밝아오고, 낮의 길이가 길어져 새벽부터 하늘은 훤하게 밝아 알람이 울리면 놀래면서 시계를 보게 된다.

매번 이 시간에는 이불속에서 번민이 일어난다.

'다음 알람이 울릴 때까지 모른 척할까?'

비몽사몽 간에 고민하다가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출근복을 챙겨 들고 자동차 시동을 건다.

체육관에 도착하면 6시 10분,

먼저 벨트마사지 운동기구 위에 서서 30여 분간 진지하게 오늘의 뉴스를 시청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러닝머신 위에서 10분간 달려주고, 각종 운동기구를 10회씩 들어 려(힘들지 않을 만큼만) 운동 분량 완수를 하고 나면 50분 정도가 지나간다.

이런 식의 운동은 매일 체육관에 출석도장을 찍어도 근육량이 늘지 않는 운동 패턴이다.

맨 마지막으로 10분간 매트 위에서 폼룰러로 전신 지압하기, 다리 찢기 등 스트레칭으로 운동을 마무리하고서 '오늘도 해냈다.'라고 뿌듯해하면서 샤워를 한다.

30대 이후부터 나의 운동 루틴은 일정했다.

일주일의 5일 정도는 가벼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운동을 꾸준히 해도 군살이 붙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오십 살을 넘기면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몸무게는 늘어만 갔다.

젊을 때는 아무리 음식을 많이 먹어도 신진대사가 원활하기 때문에 몸무게가 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식사량과 운동량은 그대로인데 몸무게가 마냥 같을 수는 없다.


근육량이 많아야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지방을 많이 태울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려면 생활 속에서 근력운동은 필수 요소다.

운동기구의 무게를 높여서 몸에서 땀이 나고 힘이 들도록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력운동을 아무리 해도 근육량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같은 체육관을 다니는 아들은 항상 내게 잔소리를 한다.

나이 든 여성들은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게 어려운데 엄마처럼 그렇게 쉬엄쉬엄하면 더욱 어렵다고 하면서 유지만 할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 충고한다.


요즘엔 매일 운동을 해도 근육량은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느낌이다.

몸은 무겁고, 얼굴도 무거워서 모든 근육들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운동량을 늘리고 싶지는 않고, 평소와 똑같은 운동량에 저녁 식사를 조금 줄여보기로 하였다.

저녁식사는 일찍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가급적이면 퇴근 후에 식사 약속을 만들지 않았고, 위에 좋다는 양배추로 저녁식사를 대신하였다.

사흘 뒤 아침 운동을 끝내고 몸무게를 재 보니 기적처럼 앞자리가 4로 바뀌었다.

체중을 줄이려고 시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ㅎㅎㅎ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앞자릿수가 5자로 넘어간 이후에 4자로 돌아오지 않았었는데, 일주일간 저녁식사를 조절했다고 앞자릿수가 5자에서 4자로 바뀐 것이다.

'헐~ 기적이군!'

기쁨이 넘쳐흘러 옆에 있는 회원에게 체중계를 보라고 손짓하였다.

같이 운동하는 회원으로서 그 느낌을 알기에 축해해 주었다.


이어서 그날도 양배추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다음 날 다시 몸무게를 재 보니 49.44, 49.42

"어! 되네!."

며칠 동안 양배추로 저녁식사를 했더니 몸무게가 줄어드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아들은 채소는 체내에 흡수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렇구나. 그래서 새벽에 배가 고프구나.'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먹는 먹성 좋은 사람이 먹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주말을 맞이하였다.

주말 동안 친구들도 만나고, 냉면도 먹고, 라면도 먹고, 족발도 먹으면서 즐거운 휴일을 보냈다.

오늘 아침 체중계에 올라서니 앞 글자가 익숙한 5자로 돌아왔다.

............

............

잠깐 이틀간 기뻤던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결국 덜 먹어서 빠진 체중은 음식이 들어가면 다시 보충되는 것이다.

식사량을 줄여서 앞자리가 4로 내려온들 피부가 덜 처질까?

얼굴이 무거워 쳐지는 건 중력에 의한 노화현상일 뿐이다.

덜 먹으려고 애쓰지 않기로 하였다.

억지로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건 이제 그만~~~~

한 끼 잘 먹으면 몸무게 1kg은 저절로 늘어난다.

늘 먹던 대로 잘 먹고, 휘뚜루마뚜루 대충 했던 운동에서 근육량을 키울 수 있도록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인간의 신진대사율은 몸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지방을 태우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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