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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y 16. 2024

부부 택배기사 이야기


 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특별한 일이 있냐고 인사치레로 물었다.

지인은 있다고 하였다.

"우리 부부가 저녁마다 한약을 배달하는 택배 일을 하고 있어"라하였다.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고 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나면 우두커니 TV 앞에 앉아있는 부부의 모습을 보다가 어느 날 우연히 " 우리 저녁마다 소일거리로 택배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남편이 먼저 제안했다고 하였다.

마침 아는 분이 하던 택배일을 그만둔다고 하여 그 일을 이어서 해보기로 했다고 한다.

한약만 전문으로 배송하는 일이라고 한다.

택배도 물건마다 분야가 나뉘어 있나 보다.

하루에 서너 시간씩 택배 일을 하고 들어오면 잠도 잘 온다고 했다.

한약의 제조과정이 꼭 그 한의원에서 달여서 보내주는 게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주문을 하면 달이는 곳이 따로 있고, 집하장은 용산인데 그곳에서 각 구별로 따끈따끈한 한약이 보내지면 다시 자기들처럼 택배 기사들이 가가호호 배송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택배기사의 수입이 좋아져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다.

오늘 주문하면 새벽에 집 앞으로 배송해 주는 시절이다.

나도 택배를 자주 이용하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지인이 택배를 하고 있다고 하니 신기했다.

그냥 놀기만 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벌어 놓은 자금자꾸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야간에 일을 시작했고, 용돈이라도 벌게 되어 즐겁다고 한다.

6천만 원을 모아 아들의 전셋집 구하는데 보태주었다고 하면서 들떠있었다.


 2006년 [포브스]지가 선정했던 중국 부자 1위의 스정룽 회장은

 "당신에게 부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기자의 물음에

'돈은 일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생기는 부산물이며,

지혜와 근면에 대한 보답이다.

젊은 이들은 돈을 좇으면 안 되고, 자신의 수입이 얼마인지  따지기 전에

어떻게 하면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나아갈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살면서 지금까지 생각해 보면 자아개발이 아니라 평생 돈을 벌기 위해 살아온 나날들이었다.

좋은 직업을 갖고, 돈도 많이 벌면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려고 공부했고,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노후가 되어도 만족은 안되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생활자금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려들 것이다.

정석대로 라면 앞으로 남은 나의 삶은 자기실현을 위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인처럼 통장잔고가 계속 줄어드는 생각이 든다면, 건강을 챙기면서 취미활동을 해야 하는 진리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한국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인식조사 연구에서 2022년 만 45살~64살의 3,575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불안' 정도를 물어보았다.

응답자 중에서 사회적 불안의 정도가 3.80으로 45살 이후의 중년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중년층은 금융과 외환위기, 코로나19 등 사회적인 문제, 부모 부양과 자녀양육 등 사회환경 변화를 많이 겪은 세대들이다.

그들에게는 표준적 기준의 은퇴과정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기 퇴직 등으로 노후 준비를 못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적 불안도가 높은 집단이었다.

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뒤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중년이 되면 자식들은 성장했고, 돈 쓸 일은 별로 없고, 사회적 불안 낮을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 경향이 짙었다.

자녀들은 취업난과 실업, 비혼, 캥거루족의 재탄생으로 중년층의 삶은 더욱 고단해진 것이다.


 퇴근 후 부부가 편히 집에서 쉬지 못하고, 택배 일을 부업으로 해야 할 만큼 '놀면 안 돼!'라는 사회적 불안 정도가 팽배한 것이다.

언제까지 일만 하면서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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