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육전

 퇴근 후 집에 오니 지인이 추석선물로 보내준  쇠고기가 도착하였다.

많은 고기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육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덩어리 고기를 얇게 저며서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아내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밑간을 해두었다.

청양고추를 잘라서 씨를 빼고, 계란은 깨서 소금을 넣고 휘 저어 계란물을 만들었다.

난 모든 일에 신속하지만 정교하지는 않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신속하게 육전을 만들면 예쁘게 만들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손놀림은 장금이를 방불케 하였다.

 밑간을 해둔 쇠고기에 계란물을 입혀서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익혔다.

계란물이 안착이 되지 않고, 자꾸 벗겨지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아~ 밀가루 옷을 입히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주방에서 밀가루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고 튀김가루만 있었다.

아쉬운 대로 밑간을 한 고기에 튀김가루만 묻혀 계란물을 입히고 다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올렸다.

잘라놓은 청양고추 한 개를 고기 위에 고명으로 올려 모양을 내고 노릇노릇 앞뒤로 익혀냈다.

전을 부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청양고추를 밀가루와 합을 이루어 밀착시키는 게 어려웠다.

튀김가루만 사용했더니 전이 튀김처럼 부풀어 올라 계란물이 살풀이하듯 프라이팬 안에서 나풀거렸다.

  익혀놓은 전들을 넓은 접시에 켜켜이 쌓아두었다.

가늠 안된 계란물이 어른 밥공기만큼 남았다.

다시 애호박 한 개를 꺼내어 잘랐다.

애호박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하고 남은 계란물을 이용해서 부쳐놓았다.

배고프면 누군가 오다가다 집어 먹겠지......

예상한 요리가 아니었는데 뜻밖의 선물로 육전을 만들었다.

인생은 이렇게 예기치 못한 일들을 수시로 마주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