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에게 전기충격을?

심폐소생술(CPR)

by 남궁인숙

오늘은 심폐소생술 의무교육이 있었다.

년간 의무교육, 1년에 한 번씩 듣는 교육이지만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항이 있다.

특히 심장충격기의 명칭 변화와 임산부에게의 적용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과거에는 '자동제세동기'라는 어려운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으나, 2020년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서는 '자동심장충격기'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일반인들이 기기의 기능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제세동'이라는 용어가 다소 전문적이고 생소하고 어려운 발음이다.

'심장충격기'라는 표현이 기기의 목적과 사용법을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칭 변경은 교육과 홍보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아직도 어려운 '자동제세동기'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교육을 받으면서 내내 심장은 멈춰도, 배움은 멈추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워도 배워도 항상 배울 것들이 많고, 교육은 늘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다.

이번 '심폐소생술(CPR) 교육' 역시 그랬다.

단순히 흉부 압박의 순서를 익히고, 자동심장충격기(AED)의 사용법을 암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나는 '자동심장충격기'라는 이름 속에 숨겨진 변화와,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생명의 윤리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가장 먼저 놀라웠던 것은 '심장충격기'라는 용어의 명확한 정의였다.

흔히 AED(자동심장충격기)와 ICD(삽입형 제세동기)를 혼동하곤 했는데, 이번 교육에서는 '심장충격기'란 단순히 외부에서 전기적 자극을 주는 기계에 국한되지 않으며, 심장의 리듬을 '충격적으로' 되살리는 행위 그 자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설명되었다.

심장이 멈춘 순간 '충격'을 통해 다시 생명을 시작하게 한다는 점에서, 명칭 그 이상이었다.


더욱 인상 깊었던 순간은 임산부에게도 AED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임산부에게 심정지가 오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나는 솔직히 망설였을 것 같다.

두 생명이 하나의 몸에 있을 때, 강한 전류를 흘려보낸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강사님은 단호히 말했다.

“산모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곧 태아를 살리는 길입니다.”라고.

의학적 가이드라인 또한 AED는 태아에게 직접적인 전류를 가하지 않으며, 산모가 살아야 태아 역시 생존할 가능성이 열린다는 사실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심폐소생술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절박한 행동이지만 그 대상이 '임산부'라면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두 생명이 하나의 몸에 의지하고 있는 그 상황에서, 전기충격이라는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의료기술의 진보이자 필연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과 윤리적 고민을 안긴다.


심정지 상황에서 전기충격은 필요한 처치다.

심장의 전기적 리듬이 무너졌을 때, 자동심장충격기는 다시금 생명을 불러올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된다.

대한심폐소생협회(KACPR) 및 미국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은 '임산부에게도 일반 성인과 동일한 CPR 및 AED 사용이 권장된다.'라고 되어 있다.

왜냐하면, 산모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곧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현장에서는 감정이 개입된다.

전기충격이 배 속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산모의 생존이 태아의 생존으로 직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복잡한 예측들이다.

그런 생각은 손끝을 머뭇거리게 하고, 몇 초의 지연은 곧 생사의 갈림길이 된다.

임산부는 더 이상 단일 개체가 아니다.

그녀의 심장이 멈추는 순간, 또 다른 심장 역시 생존의 위험에 처한다.

따라서 의료진이 내려야 할 결론은 명확하다.


'산모를 살리는 것이 최선이며, 그 방법에는 CPR과 AED 사용이 반드시 포함된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상황 속에는 수많은 판단이 얽혀 있다.


'기계의 버튼 하나를 누를 것인가, 누르지 않을 것인가.'


그 짧은 고민 속에 생명이 달려 있다.

결국 우리는 한 가지 원칙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주저함이 있어선 안 된다.'


'의료는 판단이고, 판단은 근거와 원칙 위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원칙이란 다름 아닌,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선택’이다.


임산부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선택은 감정적으로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도 그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한다.

우리는 두 생명을 함께 지키기 위해, 단호한 마음으로 기계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가능성이 전류처럼 다시금 흐르도록.


그래서 이번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생명과 윤리, 그리고 책임에 대한 공부였다.

AED 앞에서, 심정지 환자 앞에서, 임산부든, 노인이든, 스텐트를 가진 사람이든 우리는 배운 대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심장은 멈춰도, 우리의 배움과 판단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