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와 상업화에 몰입한 교회.
현대 교회는 20세기 중반 이후, 목회 전략과 조직 운영, 예배 형식에서 중대한 전환을 겪었다. 특히 이른바 교회 성장주의(Church Growth Movement)와 상업화된 예배(cultural commodification of worship)는 신앙 공동체를 단순한 영적 공간이 아니라 소비 영역으로 재편하는 강력한 동인이 되어왔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무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 자본주의의 소비주의(consumerism) 문화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기독교 교회조차도 자본주의적 시장 논리를 교회의 수익 확대 전략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신자는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예배의 ‘소비자’로 간주되고, 교회는 그런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예배를 감각과 체험을 제공하는 상품처럼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교회의 전통적 복음 메시지, 공동체의 본질, 그리고 신앙의 책임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놓게 되었다. 본질인 예수의 메시지는 그저 명분에 불과하고 자본주의 정신이 교회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정신, 무한한 경제 성장이라는 자본주의 정신에 물든 교회는 예수의 말씀의 실천보다는 교회의 무한한 성장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교회 성장주의는 현대적 천민자본주의의 본산인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문화적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미국의 기독교, 특히 복음주의 교회는 성장과 확장을 교회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맥개브런(Donald McGavran)이나 와그너(C. Peter Wagner)가 대표적인 인물로 등장했다.
인도에서 선교 경험을 쌓은 맥개브런은 이른바 ‘사람 그룹’(group of peopl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적, 언어적 특성에 따라 교회 성장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맥개브런은 경제적 통계와 사회학적 분석을 이용하여 효과적인 전도, 교회 확장 모델을 개발했다. 와그너는 맥개브런의 주장을 이어받아 교회 성장 전략을 목회 행정, 조직 이론, 마케팅 개념과 결합시켰다. 그는 교회를 기업 운영에 빗대어 ‘시장분석’, ‘포지셔닝’, ‘리더십 개발’, ‘신도 유지(follow-up)’과 같은 경영학의 개념을 교회 운영에 도입한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교회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의 핵심 정신인 효율성(efficiency)과 확장성(scalability)을 중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교회 성장주의의 핵심 원리와 전략은 매우 정교하다. 먼저 교회는 지역사회 안의 이른바 ‘미전도 집단’(unreached people group)을 분석하여 이 가운데 좋은 잠재적 신자가 될만한 이들을 타깃으로 설정한다. 그러고 나서는 이들의 문화적 요구와 삶의 조건에 맞춘 전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 인구 통계 분석, 사회조사까지 실시하여 그 결과를 전도 전략 수립에 활용한다.
이러한 전략 수립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조직의 효율성 제고다. 교회 행정, 헌금 처리, 건축, 그리고 여러 프로그램 운영에서 철저히 기업 경영 방식을 따른다. 이렇게 하여 교회 성장주의 목사들은 교인 동원, 헌금 증대, 사역 자원 확보를 위해 시간 관리, 프로젝트 관리를 체계화하고, 궁극적으로 교회 운영을 이른바 ‘예수’라는 상표의 상품을 파는 사업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교회는 스스로 일종의 상품 브랜드가 되며, 외부에 교회의 비전, 사역,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광고한다. 이를 위해 전단지, 라디오 방송, TV,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을 이용하여 잠재적 신도 고객에게 접근하고, 이들을 새로운 신자로 만드는 일을 목회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한다.
성장주의 교회는 목회자와 지도자의 ‘역량’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목회자 리더십 아카데미, 세미나, 코칭 프로그램 등을 통해 리더를 계속 양성하며, 이를 통해 교회 확장과 리더십 계승을 가능하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노력은 모아 온 신자 관리를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순히 새 신자를 많이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유지하는 시스템 구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신자들이 내는 각종 헌금 기부금이 궁극 목적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단 확보한 고객인 신자를 교회에 가두기 위해 교회는 소그룹, 양육 클래스, 사역 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결국 그 신자가 교회를 떠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궁극 목적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교회 성장주의가 한국에까지 전파되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내부 문화도 변화했다. 성장 전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규모의 경제가 주는 장점을 취하기 위해 교회는 대형교회, 곧 메가처치(mega-hurch), 위성 교회(satellite church), 지교회(plant church)와 같은 모델을 개발했다. 과거 교회는 지리적으로 고정된 지역 사회 중심 작은 공동체 체제를 유지한 데 비해 이제 교회 체제에서, 전국적이거나 세계적 네트워크 기반의 조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회에서 신자는 단순한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니라, 교회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예배 체험, 리더십, 커뮤니티 활동 등을 ‘소비’하는 소비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신자 ‘고객’의 만족도, 참여율, 헌금과 기부금이 성공의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된다. 이렇게 세속적인 자본주의 시장과 밀접하게 결합된 교회는 목회 전략과 기업 경영, 마케팅 전략의 결합시켜서 과연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리하여 수천 년 이어온 전통적인 기독교 교회가 내세워 온 이른바 ‘영적 본질’과 사회적 책임이 자본주의 소비 시장 논리에 함몰되는 위험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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